[선비촌만필] 인천국제공항
[선비촌만필] 인천국제공항
  •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 승인 2020.07.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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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의 설렘으로 출국할 때나 오랜 비행 끝에 피곤한 몸으로 입국할 때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느끼는 쾌적함과 뿌듯한 자부심은 우리가 모두 공유했다고 생각한다.

웅장하고도 화려한 공항청사는 물론 첨단 운영시스템으로 세계 최우수 공항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국가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한 인천공항이 최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한다.

출·입국 승객의 격감(激減)으로 공항의 부대시설 운영은 물론 항공사들과 관련 업계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항이나 항공 분야에 경험이나 조예가 없는 필자가 인천국제공항을 주제로 이 글을 쓰게 된 연유는 30년 전에 받은 충격 때문이다. 1989년 5월, 당시 교통부(오늘의 건교부) K 장관께서 나를 오라고 하여 장관실을 방문하게 됐다.

가끔 전할 말이 있으면 부르곤 하셨기에 찾았더니 내가 해외 출장 가는 것을 알고 격려해 주고자 함이었다.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은 특별한 사람들이나 가질 제한된 기회였다. 그런 다소 이외의 자리에서 장관실 넓은 벽면에 걸려 있는 ‘영종도 신공항 건설계획’이란 제하의 상황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천 앞바다 영종도라는 섬에 공항건설 문제를 놓고 입지 논란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공항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장관실 상황판으로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당시 김포 국제공항이 낡고 포화 상태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섬과 섬 사이 바다를 매립해 첨단 동북아 허브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놀랍기도 했고 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할 때와 같이 다소 허황되고 비현실적 계획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

호기심이 발동되어 장관께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 지와 함께 건설할 미래형 첨단공항 이미지에서 느낀 감동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렇게 추진된 영종도 신공항 건설계획의 첫 사업인 공항 부지 조성공사가 1992년 11월 착공되기에 이르렀다. 1단계 건설 공사가 수차 수정, 보완되면서 착공 10년만인 2001년 3월 드디어 ‘인천국제공항’(IATA코드 ICN)이란 명칭으로 개항됐다.

당시 사업 타당성이나 기술력, 재원, 입지나 규모 등에 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국책사업으로 경부고속철도, 분당신도시 건설사업 등 초대형사업들이 함께 추진됐기에 각 사업 추진에 마찰과 시행착오가 우려되기도 했고, 장기사업인지라 정권이 바뀌면서 공사 기간이 수차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신공항이 개항되자 예상을 뛰어넘는 출·입국 수요에 힘입어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위상을 굳히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 사이 해외 유명 공항을 부러워했던 많은 사람은 인천공항의 위용과 첨단 운영시스템에 따른 여객 및 화물 처리능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런 첨단 시설과 함께 최고의 서비스 수준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천공항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세계 공항들의 모델이 됐으며 각국의 유명 공항들은 다투어 인천공항의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협소한 국내시장과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정체되어 있던 한국의 항공 산업이 60년대 민영화를 시작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경쟁체제가 정립되면서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70년대 수출 주도 성장정책에 따른 국제시장 진출로 교역 규모가 크게 늘고 8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탈 냉전 시대와 함께 ‘북방외교’ 효과에 힘입어 항공 수요가 폭발했던 것이다. 특히 세계화 전략과 해외 관광 붐으로 국제 항공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인천공항은 3단계 시설 확장사업으로 이어져 2018년엔 제2 여객터미널도 개장됐다.

이렇게 연간 승객 7,200만명, 화물 45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공항으로 국제 공항 순위에서 매년 최상위권(1~3위)을 기록하는 첨단 허브공항으로 발전한 것이다. 인천공항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위상을 세계에 과시한 우리의 자존심이 아닐 수 없다.

십수 년 동안 세계 최고의 국제공항이라는 찬사를 받아 온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승객 90% 이상이 사라져 공항 청사엔 인적이 드물고 각종 부대시설이 문을 닫았거나 철수한다는 소식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알려진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을 접하면서 30년 전 공항 건설 추진의 비화(秘話)를 떠올리게 된다.

첨단 신공항 건설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30여년 간 국가적 역량을 투입하여 오늘의 인천국제공항 신화(神話)를 써내려 온 수많은 관계자와 공항 종사자들의 노고가 쌓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생각하면 인천공항을 드나들 때마다 우리 시대가 성취했고 또 남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것들을 우리 자신이 잊고 있거나 간과하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세계 모든 공항이나 항공사들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러한 고통을 하루빨리 극복하여 코로나 사태 이전의 위상으로 회복되고 정규직 전환 갈등도 해소되어 다시 활기찬 인천공항의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하면서 30년 전 당시 교통부 K 장관의 열정적인 모습을 회상(回想)하게 된다.

이런 인천국제공항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지 못하고 1991년 작고한 K 장관이 새삼 생각난다.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김도 한민족공동체재단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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