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세상에서 제일 바보 
[이영승의 붓을 따라] 세상에서 제일 바보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20.07.15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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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각기 달라 사랑이 될 수도 있으며 출세나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목숨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걸린 싸움도 속내를 알고 보면 대개 돈과 결부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돈은 목숨에 버금갈 정도로 소중하다는 의미다. 돈이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돈보다 추한 것도 없으며 돈보다 비정한 것도 없다. 그렇다면 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삼십여 년 전 지방에서 근무할 때이다. 우리 사업소에 출입하는 삼십대 후반의 협력업체 사장이 한분 있었다. 성품이 워낙 온화하고 인정이 많아 모든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사생활까지 털어놓으며 격의 없이 지냈다. 어느 날 그가 간암 말기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로 충격적인 비보였다.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어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병원을 찾아갔다. 다행히 병문안 온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두 손만 꼭 잡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말을 하지 못하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그가 했던 말의 요지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저는 어린 시절 너무도 어렵게 성장해 돈밖에 모르고 억척 같이 일만 했습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돈을 벌었습니다. 아마도 30억은 될 것 같습니다. 타고난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으나 그토록 지독하게 번 돈을 의미 있게 한번 써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원통합니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옥상에 올라가 그 돈을 뿌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제 마음이 후련해지겠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진작 깨닫지 못한 것이 너무도 한탄스럽습니다. 이 한을 어떻게 품고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하고 절규를 토해냈다. 그날 그가 했던 말은 실로 나의 심금을 울렸으며, 두고두고 뇌리를 맴돌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지막 떠날 때 빈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쓸 형편이 되는데도 그 돈을 쓰지 못한다. 누가 통제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택시를 타고 싶어도 버스를 타고, 소고기를 먹고 싶어도 돼지고기를 먹으며 마냥 아끼고 모은다. 물건을 살 때도 한 푼이라도 적게 주려고 아등바등 깎는다. 손에 움켜잡으려고만 하지 놓을 줄은 모른다. 돈 앞에서는 양보가 있을 수 없으며 인색하다는 소리도 기꺼이 감수한다. 이것이 바로 돈의 정체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토록 집착하며 돈을 모우는 목적이 뭘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모든 사람들의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막연히 노후를 위해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지 노후를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살 일은 분명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지나치게 희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일까? 이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성싶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살아있는 동안 보람 있게 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으리라. 문제는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천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장님도 이를 너무 늦게 깨달아 그토록 통탄했던 것이다. 그 후 긴 세월이 흘렀다. 요즘도 가끔 그 사장님이 했던 말이 생각날 때면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때마다 그분이 깨우쳐 준 ‘있는 돈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죽는 사람보다 더 바보는 없다’는 교훈을 음미해본다. 사람들은 바보인 줄 알면서도 왜 자꾸만 그렇게 살까?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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