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11월 미국 대선 관전 포인트
[이계송칼럼] 11월 미국 대선 관전 포인트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0.07.2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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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 대선의 격전이 시작됐다. 트럼프가 수성할까?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팬데믹과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고, 공화당 간판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는 제 이익을 챙기는 데는 뛰어난 꾀보 사업가다. 재선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권력까지도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다. 예측이 쉽지 않은 이유다. 

민주·공화 양당의 고정지지는 대략 40:40이다. 중간층 20이 승패를 좌우한다. 이들은 소위 ‘저정보 유권자’ 혹은 ‘오보 유권자’ 층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지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주로 반지성적이고, 이념에 별로 치우치지 않으며, 성격상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다. 유별난 종교인들도 이에 포함된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20’이 이번에도 트럼프를 지지할까? 가능성은 여전하다. 공화당은 국가 재난상황을 이용해 이들에게 애국심을 자극할 것이다. 레이건 이후 모든 공화당 정부는 리세션 경기침체가 있었고, 모든 민주당 정부는 강력한 경기회복과 경제 붐이 있었다. 민주당이 경제문제를 더 잘 다룬다고 생각하겠지만, 유권자들의 인식은 그와는 반대다. 공화당 간판(브랜드) 자체가 흑자경영 비즈니스맨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펜데믹 혼란과 경제실패를 빌미로 ‘20’ 유권자들의 감성을 반트럼프 쪽으로 자극할 수 있겠지만, 경제만은 공화당이라는 이들 유권자의 비이성적인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미국인들은 일자리와 소득에 아주 민감하다. 펜데믹 이후 누가 경제와 일자리를 더 잘 챙길까? 대선의 주요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신뢰도에서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각각 9와 7포인트 앞선다. 오랫동안 경제 도사로서 각인된 공화당의 안보·경제 브랜드 이미지 덕이다.

사실, 공화당은 비즈니스맨들의 정당답게, 당의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당 브랜드=선거 승리’라는 공식에 철저하다. 잘 훈련되어 있고, 정치적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될 때마다 당원들은 당 차원에서 아주 적극적인 의사 표시로 대응한다. 특히 ‘얘기의 핵심’을 정파적으로 찌르고 몰고 가는 데 악명이 높고, 이를 치사할 정도로 철저하게 고수한다. 대표적 실례로, 오바마 정권 때 경제를 ‘재난’으로 몰더니, 트럼프가 집권한 지 한 달도 안 돼 ‘10년 만의 성공’으로 상황을 탈바꿈해 놓았다.

민주당은 어떤가? 의료, 환경, 교육정책 그리고 다양성 면에서 공화당과 비교해 우위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최우선의 관심사인 안보와 경제면에서 공화당 브랜드에 비해 약하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선거전에서 당 브랜드보다는 후보자의 인기에 의존하는 편이다. 진보 성향의 다양한 인물들(낸시 펠로시, 알렉산더 오카시오 코르테즈, 척 슈머,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존 루이스)이 당의 얼굴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이념과 정치적 메시징 어젠다로 자기들끼리 싸운다. 브랜딩 차원에서 볼 때는 민주당은 엉망진창이다. 당내 이데올로기 파벌싸움이 당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정도니 말이다.

유권자들에게 정당의 이미지는 시장의 상품 브랜드처럼 선택의 키 포인트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 브랜드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듯이, 정당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마케터들이 무엇보다도 상대 브랜드의 약점을 찾으려고 안달하는 이유다. 특히 하나의 시장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처럼 2개의 브랜드만이 경쟁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상대 브랜드의 취약점을 노출해야 자기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에 서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도도 제3당도 없는 미국 정치판에서 공화, 민주 양당이 네거티브 전으로 피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학자들은 미국 민주주의가 고장 났다고 말한다. 국익을 제쳐두고, 진영싸움에 몰두하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국익을 버리더라도 민주당이 파워를 행사하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기저에는 그들이 당령으로 추구하는 ‘가치(Value)’의 편협성이 내재해 있다. 그들의 정당 강령을 보면 “우리나라는 가족, 삶, 종교적 자유, 그리고 노력의 전통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로 되어 있다. 이는 미국인들의 전통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 가치가 절대불변이고, 이를 거스르는 세력은 악의 세력으로 단죄해야 한다는 독점적이며 문책적인 어조가 깔려 있다. 

공화당이 고수하는 이념적 가치들을 나열해 보자. 복지사회의 이념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위대한 사회식 복지는 반대한다. 관료적 통제로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한다. 전통 서양문명의 고급문화를 존중하고 반문화를 배격한다. 기회의 평등은 긍정하나 모든 것을 고루 나누어 갖자는 결과의 평등은 자유를 위협함으로써 배격한다. 이런 이념적 가치와 더불어 그들은 미국의 비판을 반미주의로, 빈민구제정책은 약탈 등 슬럼의 범죄로, 정부 통제는 전체주의로, 여성해방은 가정파괴로, 좌익세력은 테러와 반유대주의·파시즘으로 각각 연결해 상대를 공격한다. 

비교적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은 항상 수세적 입장에 서 왔다. 사실, 미국에서 ‘liberal(진보적)'이라는 말은 1990년대까지도 욕설에 가까운 용어였다. 공화당은 진보주의자들을 경시했었고, 이를 자기 진영이 단결하는 데 이용했다. 민주당원들을 심약자이고 사생아들이라는 인상을 주도록 공격한 것이다. 공화당의 이런 이념적 편협함과 악랄함은 2016년 트럼프 정권 이전까지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소수민족, 빈곤층, ‘서부 엘리트’에 대한 혐오감 등이 특정 기업의 이미지, ‘온정적인 보수주의’와 시장 세력의 우화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이런 추한 실체가 지난 4년여 동안 트럼프를 통해서 서서히 드러났다. 인종차별주의, 저속함, 성차별주의, 그리고 갖가지 만행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기 진영을 흥분시킬지 모르지만 많은 미국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거다. 특히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그렇다. 그들은 부모 세대보다 인종적 편견이 덜하고, 남녀의 성별 차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이번 인종차별 시위에서도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사적으로 우위를 점해왔던 공화당 브랜드 파워가 트럼프 집권 후 트럼프라는 저질 상품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거다. 이는 민주당에게 절호의 반전의 기회가 왔음을 의미한다. 민주당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트럼프가 국익을 버리고라도,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무슨 엉뚱한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점과 사악한 정치꾼들에게 쉽게 흔들리는 서두의 ‘20’ 유권자들의 무비판적인 호응이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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