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OECD 수준으로 늘려야”
[초대석]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OECD 수준으로 늘려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08.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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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7.6%, OECD 평균에도 못미쳐”... 제20회 UN 세계청년의 날 주간행사도 10일부터 국회에서 개최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

“택지로 지정해서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는데 5-10년이 걸립니다. 집이 모자라고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박수현 회장의 말이다. 정부의 8.4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하루전인 8월3일 여의도에서 박회장을 만났다. 박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집값 상승과 월세 문제,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밝혔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질 좋은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집을 지으려면 택지가 있어야 합니다. 미래 수요를 예상해 택지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갑자기 요동치듯 이뤄져서는 집값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입니다”

박수현 회장은 역대 정부가 택지로 지정한 면적도 정확한 수치로 기억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수도권 택지 지정 평수는 4천9백만평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때는 1천8백만평이 택지로 지정됐고, 박근혜 정부때는 불과 1백40만평이 택지 지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9년 기준으로 이를 다시 9백52만평으로 늘렸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택지 지정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주택부족이 야기됐고, 현 정부 들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세계적 부동산 버블이 몰아쳤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널뛰는 집값을 잡으려고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정책 수단을 도입하면서, 택지 지정도 크게 늘렸습니다.”

뒤이은 MB 정부는 이같은 노무현 정부의 덕을 크게 봤다는 게 박회장의 지적이다. 전 정부가 지정한 택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집값 안정기를 맞았고, 이 때문에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택지 지정을 줄였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때의 집값 상승은 이같은 전 정부 정책의 여파라는 것이다.

박회장은 하지만 “지금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역설한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을 회상하면서, “부동산문제를 국회 상임위에만 맡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까지 참여한 ‘여야정’이 TF팀을 만들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주택을 투자상품화하는 것으로 서민주택 공급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재개발보다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제안했다.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7.6%에 불과합니다. OECD 국가 평균인 8%에도 못미치며, 오스트리아 20%, 네덜란드 37%에는 한참 뒤처집니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무려 90%까지 올라갑니다. 서울시도 비율을 적어도 20%까지 빠르게 높여야 합니다.”

이처럼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서민들은 물론 나아가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의 주거안정 문제도 해결되고, 주택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서울만 갖고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면서 “1960년대 전략이 대기업, 수출산업 육성, 수도권 1극 발전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 지방경제 발전, 행정수도 등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엔해비타트 본부에서 연설하는 박회장

“2012년 19대 국회가 개원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이 세종시에 국회분원을 설치하자는 법안이었습니다. 국회가 통째로 이동하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고, 수도권의 지역감정을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략적인 접근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만들자고 한 것입니다.”

그는 하지만 “2020년을 맞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국회 분원 정도로는 안된다”면서 “미국이 경제는 뉴욕, 행정은 워싱턴인 것처럼 우리도 경제는 서울, 행정은 세종과 같은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회장은 지난해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초대 회장을 맡았다. 유엔해비타트(UN-HABITAT)는 ‘더 나은 도시의 미래’라는 비전 아래 193개국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추구해가는 국제연합 산하의 국제기구다.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엔해비타트는 산하에 4개 대륙사무소, 75개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한국위원회처럼 유엔해비타트에서 국가단위 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박수현 초대 회장은 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초대 대변인을 맡았으며, 이어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주 부여 청양 지역구에서 출마했다가 정진석 미래통합당 후보한테 근소한 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최근에도 청와대 정무수석 발탁설 등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유엔해비타트는 지속가능한 도시 및 공동체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도시,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삶이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도시에서의 삶이 위협받고 있어요. 뒤처지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던진 화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박회장한테 해외한인사회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더니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세계 한인청년들과 함께 도시를 걸으면서 더 나은 도시의 문제를 얘기하는 이벤트를 만들면 어떠냐“는 제안에 박회장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명입니다.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구 1억명 정도의 내수시장이 뒷받침 해주는 게 바람직하지요. 그런 점에서 해외한인사회는 더욱 귀중한 자원입니다. 해외동포 2-3세의 정체성을 높이고 교육을 하는 연대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8월10일부터 12일까지 국회에서 UN 세계청년의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에서 세계청년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이 행사를 주관한다. 세계 51개국 청년들이 화상 등으로 참여해 치르는 대형 이벤트다.

이에 앞서 7월11일에는 백건우 피아니스트 등 최고수준의 한국 음악인 10명이 참여해 만든 KBS 특집방송을 기획해 ’우리 다시, Hope from Korea’라는 타이틀로 120개국에 동시방영하기도 했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또 오는 10월에는 대한민국 도시포럼도 개최키로 하는 등 활동을 강화해가고 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 등 KBS 특집방송에 참여한 음악인들과 함께 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 등 KBS 특집방송에 참여한 음악인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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