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대북전단살포’, 생명의 소중함부터 깨우쳐야
[해외기고] ‘대북전단살포’, 생명의 소중함부터 깨우쳐야
  • 오원성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 승인 2020.08.2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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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38선을 두고 남북으로 갈라진 지 75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수없이 불러왔다. 그러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의 참여를 계기로 평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다시 희망이 싹트기 시작하자 가슴이 벅찼다. 남북 정상이 만나고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회담하는 등, 세기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한반도에는, 철조망이 걷히고 통일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런 행위가 판문점 선언에 위배된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후,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대북전단’이란 남한이 북한을 향해 풍선 따위를 이용해 살포하는 전단, 물품 등을 이르는 말로 일명 삐라라고도 한다. 전단에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정권과 현 실태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북한 주민의 관심을 환기시킬 목적으로 미국 달러· 먹을 것· 옷· USB· CD· 성경책 같은 생필품을 넣기도 하는데, 바깥세상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감시가 철저한 북한에서 군사적 혁명이 발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나라 밖의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변화의 가능성은 분명 일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대북전단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봉쇄 수단이고, 북한 지도부가 몹시 두려워한다는 탈북민의 이야기가 들린다. 한 예를 들어, 1983년에 MIG-19 전투기를 몰고 자유대한 품으로 귀순한 후 공군으로 복무했던 이웅평(1954~2002) 대령은, 실제 북한에서 근무할 당시 대북전단의 물품 속에 ‘유통 중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교환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에서, 작은 물건 하나까지 인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남조선에 대한 부러움과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귀순을 결심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탈북을 결심한 이도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정서상 반공에 거부감을 표현하면 빨갱이나 종북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대북전단살포’가 북한과의 접경 지역 거주민들에게 심각할 정도의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지역 주민들은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방송’과 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내는 ‘대남방송’을, 거의 매일 모닝콜처럼 듣고 살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란다. 왜냐하면 북쪽으로 전단지를 살포하면, 북한은 자위권 보호차원에서 GOP지역 내에 대포를 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민통선초소 부대장은 설령 북으로부터 피해를 당하더라도 영농출입제한시간 이외에는 군부대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어느 6.25 전쟁 참전용사께서 “대북전단살포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반대를 했단다. 이분은 아마도 전쟁에 대한 공포가 뼈저리게 사무쳤기 때문 아닐까?

‘대북전단 살포’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이긴 하지만, 정부가 국민 단 1명의 목숨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것은 안전을 고려해 합당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지만, 생명의 소중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KBS가 발표한 전단살포 설문조사에 따르면, 60.4% 가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도 중단에 대한 찬성 50% 반대 41.1%로 나왔다. 과거 같으면 전 국민 99% 가 중단 반대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이후 대북전단살포에 대한 고려와 탈북민을 대하는 인식 또한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만약 서울에 사는 분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다가, 38선 근처로 이사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에서 자신을 향해 포를 쏜다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할까?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좀 더 대국적인 마음으로 포용하면 어떨까 싶다. 보릿고개도 넘기 힘들던 대한민국이, 어느새 세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요즈음,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사랑과 자비로 베풀고 인내하다 보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머지않아 우리가 주도하는 대로 곁에 다가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대북전단살포, 표현의 자유에 앞서 생명의 소중함부터 깨우치는 것, 이는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오원성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오원성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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