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우리 좀 우아하게 삽시다
[대림칼럼] 우리 좀 우아하게 삽시다
  • 우상렬 연변대학교 교수 
  • 승인 2020.08.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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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은 현재 전국 문명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너도나도 떨쳐나서 분발하고 있다. 일시에 새로운 면모가 펼쳐지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촌티를 많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돈에 너무 연연하는 것 같다. 천민 자본주의적 냄새가 많이 풍긴다.

연길은 먹을거리가 풍성한 미식의 도시다. 조선족 음식에 조선 음식, 한식, 한족 음식··· 그런데 제법 그럴듯한 식당에 들어갔다가도 매스꺼울 때가 있다. 입구 카운트한 귀퉁이에 황금색 구리로 실물보다 몇 배 크기로 주조한 두꺼비가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입에는 중국 돈 제일 큰 액면인 백 원짜리를 선두주자로 많은 돈을 물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 나보고 돈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돈도 돈이겠지만 두꺼비 몸뚱어리에 난 특유의 우둘투둘 옴 모양이 몸서리치게 한다. 그 옴 모양이 당장 내게로 옮겨붙을 것 같으니 말이다. 나는 이 두꺼비가 눈에 띌 때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치며 빠른 걸음으로 피해 달아난다. 그럼 왜 이 을씨년스러운 두꺼비를 카운트에 모셔놓았지?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두꺼비는 조선족, 한족을 막론하고 민속학적으로 복두꺼비라 식당 주인이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아 모셔놓았다고 한다. 

또 어떤 식당은 보면 두꺼비보다는 좀 점잖게, 그래도 무슨 귀신 딱지 같은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관우상을 모시고 있다. 그 멋진 관우님이 어찌 이렇게 속되게 변해버렸는지.

연변대학교는 우리 조선족 교육, 문화의 메카이며 성지다. 나는 우리 대학교 주위가 먹자골목이 되는 것도 아니꼽지만 돈 냄새를 확 풍기는 것은 더구나 꼴불견이다. 우리 연변대학교 정문 앞길을 건너 좀 오른쪽으로 치우쳐 우뚝 선 건물 꼭대기를 한 번 보라. 거기에 돈이 박혀있지 않은가. 옛날의 구리 엽전 모양을 크게 주조하여 말이다. 

물론 구리 엽전 모양이되 변형을 주고 있다. ‘상평통보’ 같은 글자가 박혀있을 주변에 태극무늬를 박아 넣은 것이 다르다. 그러나 전반적인 이미지는 분명 구리 엽전을 연상시킨다. 그 태극무늬는 세상이 아무리 변화무쌍해도 돈만 많이 벌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이 구리 엽전이 전반 건물의 중간지점 꼭대기에 척 붙어있으니 돈, 돈, 돈을 부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의 모든 돈은 우리 건물 안으로 말이다. 그래 건물주의 ‘포부’도 참 야무져!

요새 우리 중국도 좋은 일이 많은 것 같다. 쩍하면 시상식이 아니더냐. 무슨, 무슨 상이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지! 사실 이상할 것도 없지. 좋은 일, 좋은 사람이 있으면 표창하고 상을 주고 해야지. 좋은 일, 좋은 사람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상에 따르는 상금이로다. 요새 시장경제이니 맨 입으로 표창만 하고 상장만 줘서는 안 통한다. 상응한 상금을 주는 것도 정상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이 상금 액수를 큰 간판에 큰 숫자로 달달달 써서 사회자가 큰 소리로 돈 숫자를 또박또박 외우면 수상자는 두 손으로 그 큰 간판을 높이 들어 흔들어대며 거들먹거리니 말이다. 그래 정말 잘 났다!

이 세상 돈 참 좋지. 이 세상 돈 싫어할 놈 있나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 먼저 있고 돈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 돈을 좀 우습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니깐 정당하게 돈을 벌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챙겨야 한다. 그렇다 하여 돈 욕심을 내는 것은 꼴불견이다. 위의 행태들은 바로 돈 욕심을 너무 속되게 노골적으로 격에 안 맞게 드러내는 데 문제점이 있다. 

돈에 있어서 우리는 양반 정신, 귀족정 신을 좀 갖출 필요가 있다. 옛날 우리의 진정한 양반들은 돈과 거리가 멀었다. 청빈함을 생활의 지조로 삼았다. 아예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정신적인 우아함을 많이 추구했다. 나는 그래도 한국에 아직 이런 양반 정신이 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중국 사람들은 돈을 직설적으로 말하고 직접 만지기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돈, 돈, 돈··· 한국 사람들은 치사한 감이 들어 직접 거론하기를 좀 난감해하고 월급봉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경조사나 남에게 큰돈을 줄 때도 봉투에 넣어 건네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도 너도나도 이전에 양반이었다고 하는 데는 적어도 이런 정신적인 우아함을 많이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돈을 둘러싼 유럽의 귀족정 신이란 것도 그렇다. 귀족들은 돈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우습게 보아오기도 했다. 정신적인 우아함 내지 도도함을 추구했다. 이에 반해 귀족들을 치고 올라오는 초기 자산계급들은 돈이라 하면 눈에 벌게서 설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에 19세기 비판적 사실주의 대가 발자크는 멸망해가는 귀족에 대해 지대한 동정을 보냈고 욱일승천하는 돈의 구린내가 나는 천민 자본주의에 대해 질타했던 것이다. 

그래 우리는 양반 정신과 귀족정 신에서 분명 본받을 것이 있다. 적어도 이 욕망 시대 돈에서 초탈하는 우아한 모습을 배우야 한다. 양반과 귀족은 돈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물론 돈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우아한 모습은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하나의 마인드고 삶의 자세다. 연길시를 전국 문명 도시로 건설하고 우리 매개 시민이 문명 시민으로 되는 데는 바로 이런 우아한 모습이 필요하다. 우리 좀 우아하게 삽시다!       

필자소개
연변대학조한문학원 비교문학연구소 소장‧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연변작가협회 이사. 재한동포문인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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