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환 필리핀 세부한인회장 “코로나로 교민수가 3분의 1로 줄었어요”
조봉환 필리핀 세부한인회장 “코로나로 교민수가 3분의 1로 줄었어요”
  • 윤석진 기자
  • 승인 2020.09.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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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어려울 때 정부가 손잡아주면 용기백배할 것”
한인회, 코로나 위기 속 희망 만들기 나서
조봉환 필리핀 세부한인회장
조봉환 필리핀 세부한인회장

“코로나19 발생 이전 3만 명 안팎이던 세부지역 교민들 중 3분의 2가 세부를 떠났습니다.”

조봉환 필리핀 세부한인회장은 코로나19가 덮친 현지 교민사회의 위기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세부한인회를 구성하는 주요한 두 축은 거주 교민과 유학생들이었다. 3만 명 중 유학생이 약 8천명, 나머지는 교민들이었다.

“현재 세부를 떠날만한 분들은 대부분 나왔습니다. 3월 말부터 통행금지 등 시민 이동 통제가 실시되고, 의약품, 식료품 등을 제외한 모든 업소는 휴업에 들어갔거든요. 사실상 경제 활동이 멈춰서면서 교민들도 일이 없어진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지의 의료 시스템과 수준 등이 한국에 비해 열악해 그에 따른 불안감도 크게 작용했지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초 마침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갔던 유학생들은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번져 나가던 그즈음부터 세부 교민들도 하나둘씩 짐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조 회장도 지난 3월25일 잠시 한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지금껏 국내에 머물고 있다. 3월27일 세부주 정부가 전격적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와 함께 기존 비자 취소 조치를 내린 탓이 컸다. 뒤이어 하루 20여 편에 이르던 세부를 비롯한 필리핀행 정기 항공편이 모두 끊기는 바람에 꼼짝없이 발이 묶인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조 회장은 ‘비상 업무’가 늘어난 한인회 일로 국내에서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전반기에는 현지에서 철수하는 교민들을 돕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철수하는 교민 수송용 항공기만 모두 17편을 띄웠다. 철수 인원을 파악하고, 국적 항공사와 전세기를 협의하는 등의 실무는 대부분 한인회 주도로 이뤄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9개월째 접어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생계가 막막해진 교민들의 구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밥을 굶는 교민들이 실제로 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세부 교민들의 직업은 관광 가이드, 식당 등 요식업, 마사지샵 운영 등이 주류입니다. 이 업종들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으니 다들 일손을 놓을 수밖에요. 가이드만 하더라도 일당 노동자나 다름없거든요. 우리 교민 중에는 유학생 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학원 운영자들도 많은데, 학생들이 없어 사실상 문을 닫은 거나 마찬가지이죠.”

세부한인회가 지난 3월 코로나19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세부한인회가 지난 3월 코로나19 비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세부 교민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필리핀의 대표 휴양지이자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세부 교민들이 가진 생업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교민들은 크게 ‘사업상’이나 ‘개인적’ 사유 두 가지로 나뉩니다. 사업을 하는 교민들은 평생 일궈놓은 사업 기반을 잃어버릴 수 없어 못 떠나는 겁니다. 개인적 사유로는 불법 체류자이거나 국내로 돌아와도 생활 근거지가 없는 경우죠. 불법 체류자는 출국하려면 거액의 벌금도 물어야 하고, 필리핀 재입국이 금지되며 운이 나쁘면 교도소행도 각오해야 합니다.”

조 회장은 세부의 그런 교민수를 7천~8천명 정도로 추산했다. 필리핀 정부는 물론이고 현지 외교 공관이나 한인회 어디에서도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없어 정확한 숫자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정부에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오는 10월에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는 ‘세계한인회장대회’ ‘세계한상대회’ 등이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아 대면 행사는 사실상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 열린 관련 영상회의 자리에서 운영위원 자격으로 해당 예산 일부라도 절박한 처지에 빠진 교민 지원에 쓰자는 건의를 했지만 부정적이더군요. 재외동포재단은 예산 전용은 불가하니 행사 개최 여부를 연말까지 지켜보자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고국이 어려울 때 교민들이 나서듯이 교민들이 어려울 때 정부가 손을 잡아주면 용기백배할 것입니다.”

조 회장은 그러면서 세부에서는 한인회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식료품 등을 지원하는 자구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한인회가 3월24일 세부주 정부에 의료용 구급차 5대를 기증했다.
세부한인회가 3월24일 세부주 정부에 의료용 구급차 5대를 기증했다.

“뜻 있는 교민들이 기부한 성금이나 물품을 모아 필요한 교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교민들이 쌀이나 김치 그 외 여러 가지 부식 등을 하나씩 맡아 십시일반 식 협조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회장인 저도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저는 라면 담당인데,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교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단결력이 가슴으로 느껴져서요.”

조 회장은 이와 관련 지원 대상 교민들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전화 요금 선불제를 시행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그마저 낼 돈이 없어 전화가 끊긴 교민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세부한인회 차원에서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부시가 9월1일부터 한 달 동안 MGCQ(일반 지역사회 격리조치) 완화하자 세부한인회가 더 분주해졌다.

“요즘 하루에 대여섯 번씩 한인회 상주 직원들과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교민들의 사업 재개를 위한 행정절차 안내도 하고, 임대료 문제나 직원들과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교민들에게 법적 지원 등을 하고 있는데 회장이 나서야 할 일이 많아요. 한인회가 나서서라도 절망에 바진 세부 교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가야지요.”

조 회장은 오는 10월 중순쯤에 필리핀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 있다 보니 한인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 한다 싶어 늘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조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했던 9월8일에도 주한 필리핀대사관을 방문해 관련 협조를 구했다.

지난 2월 열린 세부한인회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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