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공항이야기(2)··· 공항에서 살아남기
[박철성 항공칼럼] 공항이야기(2)··· 공항에서 살아남기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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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 the Air에 나오는 주인공 라이언 빙 햄(조지 클루니)은 회사 해고전문가다. 여러 작업장을 돌아다니며 직원해고 통지를 하는 게 그의 임무이다. 다른 사람들은 1년에 겨우 몇 번 가는 공항이지만 그에게는 1년 중 322일을 비행기를 타고 출장 여행을 가는 길이, 집에 가는 것처럼 아주 익숙하다. 라이언 빙 햄은 항공사의 최고 우수고객으로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대기시간 없이 항상 프리미엄 서비스를 즐긴다.

하지만 평범한 여행객으로서 공항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편안한 장소이기만 하지는 않다. 체크인 서비스를 위한 기다란 행렬, 연신 시계를 보지만 기다림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카운터까지 와서 좌석 배정과 짐을 부치고 나서 출국장으로 향하면 또다시 길고 긴 행렬이 기다린다. 보안 검색을 위해 노트북과 소지품을 꺼내고 재킷을 벗어야 하고, 미국이나 유럽 공항에서는 벨트나 신발도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한바탕 소동에 혼비백산한 정신을 겨우 수습하여 출국신고대 행렬에 합류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는 정류장인 게이트도 갑자기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 배정받은 게이트 의자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다가 기다리던 비행편의 Boarding 표시가 없으면 낭패스럽기까지 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대부분 공항이 자동화가 잘 되어있어서 모바일 탑승권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한 전자발권, 좌석 배정을 포함한 체크인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있고, 전자여권 스캔과 핑거 프린팅으로 출국신고가 가능하며 도착 시 일부 공항에서는 전자 입국신고 방식을 도입 운영하고 얼굴인식 시스템도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러 점점 첨단화돼 가고 있다.

지인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신혼여행 부부가 미국으로 여행을 가려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공항으로 향했는데 항공사 카운터에서 탑승거절을 받았다. 이유인즉슨 미국 전자비자를 신청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신부가 가지고 있는 여권이 구여권으로 돼 있어 미국 전자비자로는 입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담으로는 다행히 비자가 필요 없는 제3의 장소로 급히 알아봐서 신혼여행은 갔다 왔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 예약한 숙박이나 자동차 렌트비용이 취소 불가해 값비싼 여행이 되고 말았다.

잠시 머무는 공간인 공항이 기상이 나빠지거나 항공기 고장, 주변 상공에 드론 출현으로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정해진 스케줄이 어긋나고 피로와 배고픔이 동반된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있다.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가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뉴욕으로 여행을 오는데, 미국 뉴욕에서 이루게 될 부푼 꿈이 시작되기도 전에 JFK 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되게 된다. 그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어 입국이나 출국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가야 할 곳을 잃어버린 여행객에게 공항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라가 없어진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여권도 소용이 없고, 외국에 나간다고 해도 입국이 어렵고, 해외에 여행을 왔다면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국적 없는 고아’가 되는 것이다. 또한 요즘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외 근로자, 이민자, 유학생이 집으로 돌아갈 비행편이 갑자기 없는 경우도 공항은 우리에게 평소에 느끼지 못한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공항관리 책임자인 프랭크의 계속되는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공항생활에 익숙해지고,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친구 관계가 되고, 필요한 생활비를 카트에서 나오는 잔돈으로 벌어들이면서 빅터는 9개월 동안을 훌륭하게 인내하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고국인 크로코지아는 다시 안정되고 빅터는 공항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뉴욕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떠나는 장소인 공항을 머무르고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곳으로 탈바꿈시켰고, 낯설게 느껴지던 공항의 모습을 친숙해지게 만든 감동의 영화였다.

공항은 빨리 지나치는 곳이 아닌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장소다. 앞으로 독자들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공항이용이 되도록 SMARTTRAVELER.COM에서 소개한 ‘공항에서 살아남는 팁’을 소개한다.

☑ Plan Ahead: 공항까지 오는 방법을 미리 계획하라
☑ Don’t be a slave to the arrival/departure lanes: 공항으로 진입할 때 출발/도착 방향에 집착하지 말고 빠른 길을 선택해라
☑ You don’t always have to park at your terminal: 터미널 주변에 주차공간을 알아보라.
☑ Pack light: 짐을 가볍게 싸라.
☑ Don’t check-in at the airport if you can help it: 공항에서 시간 단축을 위해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사전 체크인을 해라.
☑ Depend on the kindness of strangers: 만일 당신이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촉박하다면 언제든지 지나가는 공항 직원이나 앞사람에게 알려라.
☑ Time your food runs: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게이트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상점에서 간단한 음식이나 물을 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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