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드디어 아들이 장가간대요
[이영승의 붓을 따라] 드디어 아들이 장가간대요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20.10.0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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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소식인가! 아들이 드디어 장가를 간단다. 이제 우리도 며느리를 보게 되었다. 4년 전 딸아이를 서른여덟에 출가시키면서 한시름 놓았었다. 아들은 속을 썩이지 않고 장가를 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설령 다소 늦어진다 하더라도 딸보다는 애가 덜 탈 것 같았다. 아들은 딸과 1년 6개월 차이의 연년생이다. 그 후 2년 정도는 많은 지인들의 소개를 연결해 주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아들은 보는 사람마다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상대가 그랬을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3년째부터는 서서히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최근 1년 전부터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내년이면 만 40세가 된다. 혼기 찬 자식을 둔 부모 심정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정말 모를 것이다.

2년쯤 전이다. 부부가 국민은행에 다니는 아들의 직장 선배가 자기 부인과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시켜 줘서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슬쩍 흘렸다. 경험상 과도한 관심은 도리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궁금하지만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그 후 별다른 말이 없어 이번에도 그렇게 끝이 났는가보다 했었다. 

외손녀 키워주러 딸아이 집에 가 있는 아내가 “당신 놀라지 마세요”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2년 전 소개받았던 그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대화 중 넌지시 밝혔단다. 그동안 계속 만났는지, 뜸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내가 아가씨의 근무처와 이름을 가르쳐 주며 슬쩍 한번 가보라고 했다. 다음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급하다며 당장 가라고 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객을 가장하여 찾아가 보니 긴 머리에 흰 피부, 작지 않아 보이는 키와 밝은 표정이 첫눈에 호감이 갔다. 이름이 정은이라 딸아이 이름 지은이와 비슷해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전화를 할까 생각했으나 참을 수가 없었다. 은행 문을 나오자마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들이 딱 좋아할 것 같은 스타일!’이라고 간략히 메시지를 보냈다. ‘둘만 좋다면 만사 OK예요’라고 즉시 응답이 왔다. 그동안 부부가 수없이 해왔던 말이다. 

더 이상 지체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연내에 결혼을 시키는 방향으로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했다. 모두들 코로나 난국이라 혼사 치르기를 힘들어 하는 것 같으나 우리에겐 문제될 바 아니다. 먼저 두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후 양가 의견일치를 보았다. 두 주인공의 상대 부모님 방문, 양가 부모 상견례, 결혼 일자 확정, 새살림 차릴 아파트와 예식장 예약 등을 2주 만에 모두 마쳤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신랑의 나이가 네 살 위지만 신부 나이도 적지 않다 보니 양가 모두 한마음이 된 결과였다. 

그동안 아들에게 무언의 압력도 많이 가했었다. 때로는 “네 머리를 닮은 손주를 안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대를 잇지 않는 것보다 더 불효는 없다.” 등 농담 아닌 농담도 했으며, “결혼하지 않으면 유산은 한 푼도 없다. 유산은 자식 낳아 교육시키라고 주는 것인데 혼자 살 것 같으면 네 월급만으로도 못 살리 없다” 등 노골적인 말까지 한 적도 있다. 

칠순에 수필집을 내겠다는 아내와의 약속까지 어기면서 아들 장가가기를 기다렸다. 남매를 모두 결혼시켜 두 부부의 축하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 한해를 또 넘길 수는 없었다. 수필집을 내기로 마음먹고 출판사에 의뢰하여 1차 교정까지 끝낸 상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들 결혼에 대한 글 한 편을 넣지 않으면 내 글쓰기의 제1막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결혼식은 하지 않은 상태이나 이 기쁜 마음을 첫 수필집에 담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출판사에 얘기하니 원고를 보내라고 흔쾌히 응해 주었다. 깊어가는 밤 설레는 마음으로 자판기와 씨름하고 있으나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글감이 무궁무진할 것만 같다. 

그토록 애태우던 아들이 장가를 간다! 부부의 연은 타고난 운명이요 하늘의 뜻이라 했다. 잘살고 못사는 것도 각자의 분복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이제 해방을 맞게 되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싶을 따름이다. 새가 자라면 이소(離巢)하듯이, 아들을 품속에서 미련 없이 훨훨 떠나보내리라.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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