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대한민국의 가황, 나훈아
[Essay Garden] 대한민국의 가황, 나훈아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20.10.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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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며 온 가족이 미국뉴스가 끝난 후 한국 방송으로 채널을 돌렸다. 아, 이게 누구야. 자연스럽게 나이든 그의 모습. 까맣던 머리는 파뿌리처럼 하얗게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잘 웃는 그의 팽팽한 얼굴은 도저히 칠십대로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초대받은 천명의 관중은 언제 컴퓨터에 모였을까. 과연 그는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가요계의 황제이다.

추석 특집에 어울리게 고향으로 가는 열차가 등장하고. 우리에 갇혀 있는 세상과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려는지 천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 등 합창단과 화려한 춤. 고향, 사랑, 인생이라는 3부작의 주제로 마련한 그의 야심 작품은 정말 완벽했다. 언제나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의 문화를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예술가이다. 그의 공연에는 우리 한 춤과 발레단까지 늘 가지가지 악기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하프와 하모니카를 등장시켰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예술가들이 총동원이 되었기에 어마어마한 장엄함과 함께 환상적인 약동감을 주는 그래픽 디자인이 넋이 나가도록 우리 가족을 황홀함에 빠지게 했다.

마치 무대 앞에는 많은 청중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분위기를 장악하던 그는 2시간 반이나 되는 공연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여주었다. 마치 세상과 우리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산신령 같았다. 그의 간드러진 노래와 웃음, 유머스러운 대화들은 공감과 빛을 발휘하며 답답했던 우리 가슴을 시원하게 확 뚫어주었다. 마지막에는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르며 댄서들과 함께 젊음을 과시 하면서 나라를 깊이 사랑하며 걱정하는 멋진 말도 남겨 화제가 되었다. 이번 추석특집 공연의 테마처럼 부디 ‘대한민국 어게인’!!!

사실 1976년, 나훈아 가수가 유명한 여배우 김지미씨와 살 때 우리 가족도 대전에 살았다. 그들이 운영하던 ‘초정’이라는 식당의 간판을 본 기억이 난다. 손꼽는 누님뻘인 미녀배우와 우락부락하게 생긴 젊은 남자 가수가 부부라는 사실이 난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7년 후엔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조용히 떠났다는 그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였다. 그 후 난 미국에 살면서 어느 날 유투브로 2003년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나훈아의 공연을 보고 그가 얼마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날 내가 생각했던 딴따라 가수가 아니었다. 끄덕하면 북한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남한의 정치인과 예술인들에 나는 화가 나곤했는데, 그는 달랐다. 그런 까닭이었을까. 가끔 신문에서 이상한 기사가 올라왔지만, 한동안 우리는 그의 정확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15년 만에 이처럼 가수의 황제답게 무대로 돌아왔다. 김동건씨와의 대담에서 인생의 무게도 힘겨운데 훈장의 무게는 더 더욱이나 싫다는 겸손한 나훈아씨의 말은 우리를 또 반하게 만든다.

인생의 사계절과 희로애락의 철학을 품고 있어 우리 가슴을 절절히 녹이는 그가 쓴 노래 가사들. 800 여곡이나 되는 노래를 작사와 작곡을 했다니 또 한 번 놀랐다. 밤 공연을 하고 차안에서 틈틈이 쉬면서 작사 작곡을 한다는 나훈아(최홍기)는 정말 타고난 천재이다. 우리 한국역사에 오래 남아 있을 자랑스러운 국보급 인간문화재이다.

그가 고대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물어보듯, 세상은 정말 미쳤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올바른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보다도 위선자들이 돈을 벌어 부자인척 뻐기며 다니고 또 철판 얼굴로 염치도 없고 더러운 아부를 떨면서 공직에 오르곤 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티내지 않고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민초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우리세상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나는 믿고 싶다. 그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파란만장한 가수의 세월을 늦게 나마 뒤돌아보고 함께 이해하면서 나는 우리 가황께 깊은 존경을 보낸다. 요즈음 그의 노래들을 유투브로 찾아 60주년 광복 특집도 다시 들으며 혼으로 부르는 그 목소리에 우리가족은 너무 너무 행복하다. 덕분에 1990년대 샀던 낡은 노래방 기계를 거실에서 오랜만에 틀어놓고 그의 의미 있는 노래들을 따라 부르면서 또 삶의 용기도 내어본다.

노래 ‘사내’ 중에서
~♬ 가진 것은 없어도 비굴하진 않았다
때론 사랑에 빠져 비틀댄 적 있지만
입술 한 번 깨물고 사내답게 웃었다~

~설마설마하면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 세상을 믿었다 나는 나를 믿었다~

~자랑할 건 없어도 부끄럽지도 않아
한때 철없던 시절 방황한 적 있지만
소주 한잔 마시고 사내답게 잊었다 ♪~

노래 ‘공’ 중에서
~♬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주진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잠시 왔다가는 인생 잠시 머물다 갈 세상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단 것을

~살다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 ♪~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 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 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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