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식 전 치앙마이한인회장 “무너지는 교민 사회, 정부가 손잡아 줄 때”
김철식 전 치앙마이한인회장 “무너지는 교민 사회, 정부가 손잡아 줄 때”
  • 윤석진 기자
  • 승인 2020.10.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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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협받는 교민 많아”··· 아시아한인총연합회 상임고문 맡아
김철식 전 치앙마이한인회장

“코로나19 사태로 치앙마이 교민 사회도 사실상 올 스톱이 된 상태다. 교민들 대부분이 관광 관련 사업으로 먹고 살았는데 관광객이 끊겼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주로 여행사라든가 쇼핑센터, 식당 등의 사업을 하거나 관련 직업으로 생계를 꾸렸었다. 치앙마이를 오가던 정기 항공편은 지난 3월에 중단됐다. 태국 정부는 국가 봉쇄 정책을 통해 인접 국가 국민들조차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관광객이 치앙마이를 비롯해 태국 어디로도 들어올 수 없는 형편이다.”

김철식 태국 치앙마이 전 한인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민 사회에 닥친 위기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치앙마이 교민 사회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부터 치앙마이에서 20년 넘게 운영하던 여행사를 올 초에 정리했다. 인 바운드, 아웃 바운드로 대별되는 여행업에서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현지 쇼핑센터도 매출이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해 90% 이상 줄었다. 매출이랄 것도 없어 역시 문을 닫았다.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가?

“한국으로 올 수 있는 치앙마이 교민들 대부분은 귀국한 것으로 한인회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나와 함께 일하던 한국인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현지에 남아 있는 교민들은 생계 위협에 놓인 취약 계층이 되어 버렸다. 정말로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교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 교민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나?

“치앙마이에서도 급한 대로 한인회가 먼저 나섰다. 쌀 5㎏, 김치 2㎏, 라면 한 상자 등이 들어 있는 구호품 세트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각지에서 한인회를 중심으로 유사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캄보디아 한인회에서는 시설에 격리된 한인들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돕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한인회의 존재감과 역할이 더 빛나고 있다.”

-그에 따른 다른 어려움은 없나?

“구호품은 조금 형편이 나은 교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한 것들로 마련했다. 치앙마이만 하더라도 한인회 재정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인회는 회비와 기금을 받아 살림을 꾸리고 있지만 늘 적자다. 구호품 공급 초기에 이를 공지했는데도 전화 문의만 하고 받아 가는 교민들이 없어 애를 먹었다. 아마 이를 부끄럽게 여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한인회에서는 무기명 신고 방식으로 바꾸었다. 직접 받으러 오면 신분이 노출될까 우려하는 교민들을 위해 배달도 해주고 있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임원진이 지난 9월17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재외동포들의 실상을 전했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임원진이 지난 9월17일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만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재외동포들의 실상을 전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에서 도움은 못 받았나?

“어려운 교민들을 돕는데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데 그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현지에 있는 교민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대부분의 교민이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고, 참정권도 행사하는 우리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이 정부 공식 행사 연설을 할 때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부가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교민들의 기본권은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김 회장이 이처럼 교민 사회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교민 단체의 간부 등을 역임하면서 관련 사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치앙마이에서 25년째 사는 정주(定住) 교민이다. 2009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무려 6년 동안이나 치앙마이한인회장을 지냈다. 그 뒤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회장 심상만) 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아시아한상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중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교민 사회는 ‘맨땅에 모를 심는 격’으로 성장했다. 내가 치앙마이한인회장을 할 때 운영 체계를 세워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은 한인회였지만 회장도 ‘추대’보다는 단 한 표를 받더라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재정도 회장 주머니에만 의지하지 말고 한 푼이라도 회비를 걷고 기부금 등을 모아 기금을 조성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제는 아시아권 한인회가 좀 안정됐다 싶었는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교민들의 손을 잡아줄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총회에 참석한 김철식 회장

그가 치앙마이 교민이 된 것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40대 초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지치고 힘들었을 때 힐링 여행 삼아 찾았던 곳이 치앙마이였다.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치앙마이에 가기 전 10여 년 동안 무역업, 건설업에 제조업까지 여러 가지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한 마디로 적성에도 안 맞았고, 잘 안됐다. 그때 한 지인으로부터 치앙마이로 “한 번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그가 말하는 지인은 태국의 한국인 사업가 고 송인종씨다. 젊었을 적 공영토건이란 회사에 다닐 때 업무 관계로 알고 지내던 연장자였다. 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삼남매를 세계적인 골퍼로 키워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중 막내 송아리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프로 골퍼다.

그는 송씨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때 사실 치앙마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송씨는 그에게 숫제 태국의 ‘무릉도원’ 쯤으로 소개했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명 관광지는 없는 곳이다. 방문을 일주일 동안 열어놓아도 먼지가 안 나올 정도로 체감 기후가 좋았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휴먼시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일상에 지친 현대 도시인들에게 최상의 힐링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어 첫 눈에 매료됐다.”

그는 그곳에 눌러살기로 작정하고 먹고 살길을 찾았다. 골프를 좀 칠 줄 아는 그에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치앙마이 주변 4개의 골프장이 들어왔다. 이는 서울에 있는 골프 애호가들을 이곳으로 초대하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으로 이어졌다.

“치앙마이 골프 투어 상품을 개발했고, 이들을 실어 나를 전세기 사업과 묶어 큰 성공을 거뒀다. 두 달 벌어서 1년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이었다. 내가 평생 꿈꾸었던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삶을 이룬 곳이 바로 치앙마이다.”

그는 오는 12월에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어서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의 사업 기반이 망가졌다는 게 큰 고민거리다. “코로나19가 더 길어지면 아무래도 사업 업종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2014년 태국 치앙마이 참전용사 위문품 전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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