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46] 40%가 데이트 폭력 상대와 결혼한다
[대림칼럼46] 40%가 데이트 폭력 상대와 결혼한다
  • 정련 칼럼니스트(브이아이금융투자 기획담당 상무)
  • 승인 2020.10.2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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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종편 드라마임에도 시청률 28.5%를 찍은 부부의 세계를 보셨나요? 여주인공인 지선우(김희애 역)의 조력자로 남편의 불륜을 조사해준 민현서(심은우 역)가 등장하는데, 진료차 병원을 방문했다가, 의사인 지선우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남자친구로부터 도망치도록 도와줍니다. 놀라운 것은, 몇 번이나 민현서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벗어나기 어려워합니다. 드라마니까 가볍게 저러고 싶을까 생각하고 넘겼던 대목입니다. 놀랍게도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회 현상을 살펴보면서,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현실적인 대목이라는 점,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그 드라마와 같은 삶을 경험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데이트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당일 뉴스만 3페이지가 훌쩍 넘어갑니다. 데이트 폭력이 그만큼 보편적인 사회 이슈라는 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데이트 폭력이란 무엇일까요? 위키백과에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데이트 폭력(暴力, 영어: dating violence, dating abuse)은 서로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서 하고자 하는,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이다. 동반자 중 한쪽이 폭력을 이용해 다른 한쪽에 대한 권력적 통제 우위를 유지할 때도 데이트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행, 성희롱, 협박, 욕설, 물리적 폭력, 명예훼손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의 관계폭력 각성 센터(The Center for Relationship Abuse Awareness)는 데이트 폭력을 “현재 사귀고 있거나 예전에 사귀었던 상대를 강압하거나 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폭력이나 억압”이라고 정의합니다.

연인 사이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보면, 그냥 폭력입니다. 연인 사이이기 때문에, 신고하기도 관계를 끊고 그리고 보복도 가능한 그런 폭력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민현서가 폭행을 일삼는 남자친구 집에 다시 들어가면서 들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한국 경찰청에서는 2016년 2월부터 데이트 폭력 근절 TF를 구성하고 112신고 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를 신설하여, 데이트 폭력 신고 건들을 통계 및 관리하고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하고 검거된 폭행 상해건만 2016~2019년 사이 3만 1,304건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약 45%, 남성의 약 32.4%가 데이트 폭력 애인과 결혼했다는 통계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보복에 대한 두려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이 문제가 되는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한 등 신고를 하지 않은 건수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은 데이트 폭력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이 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까요?

2020년 6월17일,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32세 A씨가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차차 폭력에 대하여 카테고리 별로 접근해 보겠지만, 이런 흉악범죄보다 더 심각한 데이트 폭력의 한 면은, 바로 그중에 40%가 상대와 결혼을 한다는 점입니다. 데이트 폭력은 이렇게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가정폭력을 경험했던 아이들은 또다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자라납니다.

수많은 연구기관에서 데이트 폭력의 발생 원인, 예방 방법 등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흥미로웠던 연구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데이트 폭력에 미치는 영향이었고 두 번째는 성인 남성들의 과거 경험과 본인의 데이트 폭력 행위와의 연관성 분석이었습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우선, 가정폭력은 아이들에게 폭력을 습득하고 익숙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사랑의 매’라고도 부르고 학교에서는 매를 들 수 없어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반발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가정폭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쉽게 드는 이 ‘매’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가 지금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야!”라고 엄마가 호통친 소리에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던 정리하기 시작했다면, 분명 히 아이는 어딘가에서 그 효과적인 방법을 또 쓰고 있을 것입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 중, ‘주먹’에 자신이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곁에서 몇 개월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런 친구들은 대화나 회피나 다른 그 상황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로 키운 아이들은 그만큼,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자라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폭력에 대한 허용도와 피해 시의 수용도가 성장기의 소소한 폭력들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부모 사이, 부모 자녀 사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화를 내거나 싸우거나 여러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빈번하게 화해하고 다시 지나가는 모습들이, “이 정도의 폭력은 괜찮아” 또는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이 정도는 참고 이해해 줘야 해”라는 생각들을 키워가게 됩니다.

모든 가정이 그들만의 언어와 행동에 대한 ‘수위’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 얼마 전에 7살짜리 여자아이가 와서 며칠 함께 지낸 적 있는데 세 여자아이는 세 자매처럼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첫째는 11살, 둘째는 8살이어서 ‘언니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습니다. 셋이 손잡고 편의점에 다녀와서는 나란히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갔고, 우리 집은 귀가 후 항상 손과 발을 닦고 들어오라고 하니, 당연히 7살 꼬마에게도 손과 발을 닦으라고 언니가 시켰습니다. 7살 꼬마는 “우리 집에서는 손만 닦아”라며 화장실에서 나왔습니다. 그 모습에 11살 언니가 한마디 합니다. “너 지금 언니 말 무시했냐?” 7살 꼬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울기 시작했습니다. 11살 언니는 너무 당황하여, “언니가 너한테 야단친 거 아닌데, 왜 울어”라고 했고, 보다 못한 제가 7살 꼬마를 꼭 안고 토닥거리면서 “언니가 야단치려고 한 거 아니야, 그런데 ‘무시’라는 말은 너무 심했다”고 했더니, 11살 언니가 “아, 그러네”라고 합니다.

데이트 폭력 상대와 결혼한 그 40%가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아, 이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

세 번째 시사점이,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이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기가 쉽다는 결과입니다. 길 가다가 맞으면 사람들은 신고하지만, 연인에게 또는 가족에게 맞으면, 사람들은 내가 뭘 잘못했나, 저 사람이 왜 화가 났나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살았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글프고 씁쓸한 이야기지요. 좋은 관계를 경험했던 아이들이 친구와 그리고 연인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능력치가 더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데이트 폭력이 왜 심각한지의 또 다른 이유가 바로 두 번째 연구 결과와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때리거나 성폭행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것이 폭력이라고 느끼지도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에서 2017년 성인의 데이트 폭력 가해 요인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들은 19세 이상의 성인 남성들에 대하여 인터넷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여러 가지 설정 요인과 데이트 폭력 가해 행위와의 관계를 분석했는데요, 더 중요한 것은 신체적 성적 데이트 폭력뿐만 아니라 통제 행동, 심리적·정서적 폭력을 포함한 가해 행동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고, 성인 남성이 스스로 했던 행동들을 체크하라면서, 얼마나 폭력에 대하여 관대하고 무관심한 지에 관한 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열거된 데이트 폭력 행동에는 통제 경험 즉 연인이 지금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캐묻고 따지는 행동, 심리적·정서적 폭력 즉 폭언을 하거나 물건을 깨트리거나 주먹을 벽을 치는 등 행동, 쌔게 팔을 잡거나 밀치는 행동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모든 폭력 행동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은 ‘폭력 정당화’라는 요소였고, 이는 성장 과정에서부터 이 정도는 폭력이 아니야, 또는 이 정도는 사랑이고 이해해야 하는 관계야라는 식의 가정폭력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11살 딸아이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교 폭력 예방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너는 이런 일을 겪으면 어떻게 할 거니?”라고 물어봤더니 “녹취하고 범죄 신고할 거야. 그리고 친구가 이런 일을 당해도 녹취하고 범죄 신고 할 거야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뉴스로 보게 되는 흉악범죄는 어떻게 보면 부모의 품속에서 싹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엄마로서 늘 합니다.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이 모든 고리를 한번 쯤 끊어야 한다면, 사랑과 책임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부모가 먼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필자소개
2002년 흑룡강성 문과 수석. 북경대학 경제학원 국제경제무역학과 학부. 동북아신문 칼럼니스트. 현재 브이아이금융투자 기획담당 상무, 수필, 수기, 칼럼, 여행기 등 수십 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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