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89] 고려인삼
[아! 대한민국-189] 고려인삼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20.10.24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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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고려인삼은 일본 인삼인 닌징이나 죽절인삼(竹節人蔘), 중국의 광동삼 등과 비교해서 효능, 맛, 향 그리고 가격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찍이 고려인삼의 효능을 알아본 동아시아 지역에는 개성 상인들이 부지런히 이 상품을 사방으로 유통했다. 이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안에서 고려인삼은 동양 각국 왕실의 최고의 진상품이자 희귀품의 지위를 누려왔다. 고려인삼을 일컬어 불로장생약(elixir)이라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에게 천문학과 의학, 화학을 가르쳤던 프랑스 출신 예수회 선교사 조아킴부베는 “인삼 뿌리는 특히 조선과 요동에서 자랍니다. 요동의 인삼이 특히 가장 좋습니다. 요동의 인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황제에게 진상됩니다”라고 했고, 영국 요크셔의 개업의였던 윌리암 심슨은 1680년 『동인도에서 수입한 닌징이라 불리는 뿌리에 대한 고찰』에서“인삼 한 꾸러미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한 결과 놀라운 성공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때 사용한 인삼이 고려인삼 진생(ginseng)이었다.

고려인삼에 대한 관심은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일찍부터 높았는데, 1736년에는 인삼에 관한 첫 박사학위 논문 “인삼이 병자들에게 강장제 역할을 하는가”를 쓴 뤼카오귀스텡폴리오드생바스는 인삼 가운데서도 약효가 가장 뛰어난 고려인삼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썼다.

1617년 영국의 동인도회사 일본 주재원 리처드 콜스가 본사에 보낸 통신문은 고려인삼의 유럽 상륙을 알리는 첫 문헌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는 “조선에서 온 좋은 고려인삼 뿌리를 보냅니다. 이 뿌리는 너무 귀해서 보통사람의 손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쓰시마 번주를 통해 일본 천황에게 보내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약으로 간주되며 죽은 사람도 살려내기에 충분합니다”라고 했다. 설혜심의『인삼의 세계사』에 의하면 인삼은 17세기부터 동서양을 잇는 거대한 교역 네트워크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었다고 한다.

16세기 말 중국에서 출간된 『본초강목』에 인삼의 효능이 실려 있었고, 선교사들은 관련 내용을 서구 각국 언어로 번역, 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귀족들도 동양에서 온 이 귀한 뿌리를 선물로 주고받았으며, 루이 14세에게 진상되기도 했고,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인삼이 너무 귀해서 파운드 당 25플로린(금화의 단위)에 팔렸다고 한다. 17세기, 정치 사상가 존 록크는 일찍이 “인삼은 아시아에서 열병과 성병 치료제, 그리고 강장제로 기능한다”고 했으며,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1687년에 예수회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삼 뿌리가 그렇게 큰 칭찬을 받을 만한가”고 묻고 있다.

일찍부터 유럽에서는 무기력증, 체력 저하, 변비, 어지럼증, 심신쇠약, 신경장애, 히스테리에 인삼이 효능이 있다고 보았고, 그 가운데서도 고려인삼이 가장 약효가 탁월하다는 것이 정평이었다. 조선에서도 영조가 한 해 동안 20여 근의 인삼을 챙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고려인삼에는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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