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시대의 예술, 김묵원의 ‘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
비대면시대의 예술, 김묵원의 ‘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0.10.2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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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묵원씨에게는 작가, 예술감독, 화가 등 다양한 호칭이 붙는다. 그는 2010년부터 드로잉아트를 시작한 이후 미술과 음악,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문화예술 영상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 작품인 라이브드로잉 아트 ‘찰나에 피다’(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 이하 오필리어)를 기획하고 공연한 김묵원씨를 광명에 있는 작업장에서 만났다. 그는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자신을 열어놔야 한다. 또, 하나가 유행하면 그것만 쫓아가고 모두가 같은 것만 바라보는 요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작품 제목이 ‘라이브드로잉아트, 오필리어 찰나에 피다’이다. 어떤 공연인지?

“‘라이브드로잉 아트’를 말 그대로 푼다면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인터렉티브 아트라는 표현도 쓰는데 ‘인터렉티브’는 인터(Inter)와 액티브(Ative)의 합성어로 흔히 과학기술과 디지털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예술이다. 작가가 하는 어떤 행위를 관객이나 누군가와 교신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의 경우 코로나 시대여서 관객과 직접적인 교감은 어려웠지만, 무대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 미디어 기술을 많이 활용해 제작했다. 이번에 제작된 ‘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는 맨 처음 기획됐던 ‘라이브드로잉 아트, 찰나에 피다’ 이후 블루버드, 처용, 오필리어 등 시리즈로 공연한 작품 중 하나이다.”

- 시리즈 작품의 주제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이번에 공연된 ‘오필리어’의 경우 김윤아의 ‘키리에’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었다. 원래 ‘키리에’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인데 김윤아의 곡은 사랑에 절망한 여자가 마지막으로 죽을 듯이 부르는 느낌의 곡이다.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자 오필리어가 죽기까지의 슬픔을 차용했다. 시작은 ‘키리에’였지만 종착지는 ‘오필리어’가 됐다. 어떻게 보면 예술이 창작되는 과정은 작은 실마리가 모티브가 되고 그를 확장시켜서 결과물을 찾아내는 과정인 것 같다.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어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그림을 모티브로 해 영상을 제작했다.”

- 이런 방식의 공연은 어떻게 기획했나?

“이런 방식의 공연은 2010년부터 시작했다. 원래 전공은 동양화였는데 그때부터 음악과 함께 하는 융합예술을 시작했다. ‘북촌 창우극장’에서 ‘아나야’라는 팀과 같이 공연을 했는데 컨텐츠가 독특했는지 당시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 이후 전국구로 해외로까지 공연을 하게 됐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성장한 컨텐츠였는데 이전과 환경이 많이 달라진 요즘의 공연예술은 특히 홍보와 마케팅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지난 5월에 공연된 ‘처용’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았고, ‘오필리어’는 경기문화재단에서 받았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어'

-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어떻게 이런 공연을 했는지?

“원래 졸업 후 그림을 잠시 쉬었다. 잡지사 기자, 미술심리치료사, 이벤트 피디, 작가 등 다양한 일을 했는데 우연히 후배 뮤지션의 부탁을 받고 공연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대학 졸업 후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림이 주는 매력이 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의 경우 듣다가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일도 있고, 그 음악의 기분으로, 쓸쓸함으로, 행복함으로 하루를 살기도 한다. 그런 것이 예술이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시의 나에게는 미술이 그런 매력이 적다고 느낀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당시 어린 시절의 내 개인적인 느낌이고 취향일 뿐이다. 하여튼 사람을 자극하지 않는 것은 감동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감정, 즉자적으로 느껴지는 울컥한 감정을 후배의 부탁으로 시작했던 공연에서 느끼게 된 것이다. 무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관객과 마주했을 때 관객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보고 있고 나는 천이 가로막혀 있긴 하지만 조명 때문에 관객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상태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 갤러리의 틀에 박힌 그림을 볼 때와는 다르게 관객들이 감정이입해 그림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리지만 어떤 사람은 이별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이러한 직접적인 소통 역시 ‘인터렉티브’라고 생각한다.”

김묵원 '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
김묵원 '오필리어, 그 꽃에 피다'

- 작품의 내용은?

“‘오필리어’는 악기연주와 노래, 춤, 그림이 한데 묶인 융합예술로 4막으로 구성된 45분짜리 영상물이다. 오필리어의 사랑과 아픔, 죽음을 그림과 노래, 무용, 악기연주 등을 사용해 표현했다. 1막의 부제는 ‘내사랑 파랑새’로 대형화면의 달 속에 그림자가 보이고 기타와 해금, 타악기가 함께 연주한다. 중간에 들리는 ‘새야새야 파랑새야’ 노래는 해금이 연주하면서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을 표현한다. 2막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에서는 인도의 명상악기인 공이 울리면서 노래와 해금이 서로 주고받는다. 3막은 ‘비극의 시작’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북을 드럼처럼 편성해 비극을 표현했다. 4막은 ‘로맨스의 끝’으로 오필리어의 죽음을 묘사했다.”

- 제목이 ‘오필리어, 그 꽃으로 피다’인데 ‘지다’가 맞는 것 아닌가?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하다. 작가나 가수나 제목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지고’싶지 않았다.(웃음) 오필리어는 아버지의 딸, 햄릿의 여자 친구로서 가부장적인 사회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택해진 죽음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지다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승화시킨 것, 뭔가를 이겨내고 피어낸 것을 묘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피다’라고 제목을 붙였다.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꽃으로 피다’라는 말처럼 이야기를 꽃으로 나타냈다. 1막의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파란색 제비꽃으로, 2막의 순수하게 사랑하던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과 우울함은 노란색의 팬지꽃으로 표현했다. 3막에는 꽃이 없고 가시덤불로 묘사했는데 햄릿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햄릿과 오필리어의 고통을 먹으로 표현했다. 4막은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 꽃으로 나타냈다.”

- 전체적인 감독을 하고 여러 명이 같이 공연하는데 팀은 어떻게 구성하는지?

“팀을 구성할 때는 제목을 정하고 스토리에 따라 음악감독 등 전체적인 것들을 세팅한다. 그리고 배역을 결정할 때는 추천받은 대상자나 지원자의 작품을 보거나 오디션을 통해 결정한다. 이번 오필리어에 사용된 음악을 국악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월드뮤직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타악기는 각 막의 주제에 맞게 종류를 바꾸어 사용했는데 연주자는 아프리카, 유럽음악 등 월드뮤직을 한다. 가수는 경기민요 전공자로 연주에 가사가 좀 더 많이 들어가기를 원했는데 시간이 급박해 어려움이 있었다. 가사는 오필리어에 관해서 랭보가 쓴 시 일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공연만 보면 너무 추상적일 수가 있어서 나레이션도 넣고 가사를 통해 의도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했다.”

- 요즘 공연예술이 영상을 많이 제작하게 되는데 제작환경은?

“인터렉티브 아트의 경우 관객과의 소통도 중요한데 요즘 비대면 공연은 관객이 없다보니 영상으로 제작한 후 인터넷을 통해 관람하게 된다. 영상제작의 경우 예술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촬영, 음향, 공간, 무대, 소리 등 기술적인 부분을 통해 의도된 것들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갑자기 준비하다보니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해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오필리어가 죽는 장면에서 춤을 추다가 장면이 전환되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물이 나오고 이러한 표현들이 공연에서는 완전히 살리지 못했다. 미래에는 영상제작 등을 통해 예술적인 활동을 할 경우가 많을텐데 이런 것들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결국 이러한 문제는 예산과 직결된다.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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