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⑱] 영혼이 빛나는 음악인 ‘임동창’
[홍미희의 음악여행 ⑱] 영혼이 빛나는 음악인 ‘임동창’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0.11.20 1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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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을 파라’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만약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성실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긴 세월 지배해온 이러한 생각에 오늘날의 학자들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20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세상이 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세상이 올 것을 예견하듯 이미 몇십 년 전부터 강한 호기심과 노력으로 피아노 연주자, 작곡자, 이론가, 반주자, 지휘자, 행사기획자, 악기 제조가, 교사, 방송인, 국악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이 있다. 심지어 그가 시도한 것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깊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가며 열심히 살아온 ‘임동창’씨를 완주에서 만났다.

완주는 익산보다는 약간 멀고 전주보다는 가까운 곳이다. 가을이 완연한 날 완주에 거의 도착하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산에 드리운 구름의 그림자였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며 작은 다리를 건너자 마당에 차가 몇 대 서있고 세 개의 건물이 서로 머리를 맞대듯 기대있는 장소가 나타났다. 차의 시동이 꺼지기도 전에 여학생이 나타나 안내한다. 실내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서서 “앉으시면 되세요. 저희가 절을 하면 목례로 받아주시면 되겠습니다”라며 절했다. 이곳은 식당과 여학생들의 숙소를 겸하고 있는 곳이고 뒤의 건물은 남학생과 선생님들의 공간이다. 안내하는 학생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고요, 피아노 전공자는 없다는 게 반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전공은 ‘전공 없음’이다.

인사를 나눈 뒤 연주홀 겸 소강당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뒤쪽 건물로 이동했다. 정면에 고구려 시대 벽화 같은 느낌의 그림과 싱잉볼이 보이고 맞은 편에는 임동창씨가 쓴 글씨와 차탁이, 구석에는 그랜드 피아노 3대가 있다. 피아노 뒤쪽의 방에서 임동창씨가 힘 있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며 나타났다. 임동창씨는 익숙한 모습으로 차를 끓인다. “각시가 먹어보라고 준 차예요.” 임동창씨의 각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더 유명한 ‘효재’다. “각시는 내가 내보냈어요, 그대는 밖에서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춤추고 살아야 해, 그게 맞아. 그랬더니 아니라고 옆에서 살림만 한다고 그래. 그런데 내보내자마자 유명해지고 행복하게 재밌게 그렇게 됐죠. 각시나 저나 좋아하는 것은 자연이고 시골인데 사람의 기질이 달라요. 기질 따라 살아야지. 각시는 만인의 연인이 되는 것이 맞아.”

자연주의 적인 삶을 표방하고 가치를 두고 생활하는 ‘효재’는 서울 제일 한복판에,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하기도 하지만 대중적인 곡을 연주하는 임동창씨는 산속에 살고 있다. 임동창씨는 자기 기질에 맞는 것을 나쁜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만 살면 삶이 풀어지고 맺힌 것이 풀어지고 그 한이 풀어져 인생을 사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욕망을 순수하게 태워서 삶을 변형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뒤집으려고 여기 살고 있지. 진짜 삶을 알려고, 맞아?” 옆에 있는 학생에게 질문한다. 이 학생은 서울대 작곡과를 나와 콘트라베이스, 컴퓨터음악 등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다. “네. 다들 여기서 어떤 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가장 크게 하는 공부가 좋은 사람 되는 공부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거문고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는데 예전에는 거문고를 잘 치고 싶고, 사람들 앞에서 폼도 잡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선생님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가치를 배우고 나서는 거문고를 칠 때 일단 그런 것들을 모두 풀려고 노력합니다.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풀어서 순수하게 거문고와 하나 되어서 거문고의 음을 하나하나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제가 기쁨을 얻는 것이죠. 그래서 거문고 앞에 앉아서 푸는 것은 좋은 사람 공부고 그것을 연주하는 것은 능력 공부고,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는 능력을 키우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변화하는 세상, 설령 끝난다 해도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요즘 교육과 음악에 한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다. 임동창씨는 세상이 좋아져 조그만 핸드폰 하나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현대에 늘 맑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베이스로 능력을 키우는 것, 그래서 그 에너지가 돌면서 본인이 행복하고 남에게 유익한 영향력을 끼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력은 중2 피아노 만남, 고2 학교 그만두고 16시간씩 연습, 21세 행자 생활, 입대, 첫사랑 재회, 30살, 시립대 입학, 31세, 김자경 오페라단 상임 반주자 및 지휘자, 35세 김덕수 국악과 만남, 1999년 이효재, 충북 보은, 남원, 2000년, EBS 우리 음악, 칩거 10년, 깨달음 허튼가락, 풍류학교, 현재로 정리될 수 있다. 이중 칩거 10년이 궁금했다. 무엇을 했는지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었는지. “물론!”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 기간 본인의 음악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허튼가락을 얻었다. 그가 음악에서 뭔가를 풀기 위해서 30년 세월이 걸려서 풀어서 찾은 답은 ‘수제천’, ‘41개의 가곡’, ‘상영산’, ‘영산회상’, ‘여민락’, ‘대취타’ 등 ‘정악’과 ‘산조’를 정리하여 6권으로 만들어진 허튼 가락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DNA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하나도 외부의 다른 것 하나도 추가하지 않고 창작을 했으니 온고이지신, 조상의 자식이 된 거지. 그런 가치를 갖고 있으니까 참 잘했지.”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한 그가 그중에서 이것 하나면 해야 된다면 할 때 손에 꼽는 것은 작곡이다. “창작이죠. 내가 클래식을 하고 재즈를 하고 국악을 하고 이런 것들이 결국은 창작 때문에 하는 거지.” 그의 음악은 협업이 많다. “저는 그게 재미있어요. 나 혼자 하는 음악은 ‘아! 됐어, 이거구나’ 하면 만족이에요, 그걸 세상에 내놓고 말고는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음악을 같이하면 음악이 아주 재미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악수하고 술 한잔하면서 속 얘기도 하고 이런 건 이렇게 맞추고, 여기선 내가 살짝 빠져줄게. 이렇게 해보자··· 장사익씨 같은 경우는 내가 옷을 입혀주지 않으면 세상에 나갈 수가 없었지, 박치거든요. 박을 못 맞춰요, 그렇게 세상에 나가려니 자기한테 박을 가르쳐 달래 그럼 배운대. 노! 그건 아니다. 그러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은 다 죽는다. 그냥 박치로 노래 불러야 산다.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그럼 내가 맞출게.”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1집이었다.

“지금은 괜찮은데 숙제를 풀기 전까지 지금까지 풀어지기 이전에 살아왔던 껍데기의 삶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죠.” 그러면서 올해 2020 광주인권상 시상식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 수상자인 벳조 운퉁(인도네시아)은 1965, 1966년에 일어났던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피아노를 좀 쳐요. 그래서 시상식 전에 같이 연주를 하자, 같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보내라 했더니 두 곡을 보내왔는데 그중 ‘젠저젠저’라는 곡을 선택했어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자라는 식물의 이름인데 그 노래가 우리 아침이슬처럼 금지곡이 되고 그랬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우리 아리랑처럼 좋아하는 노래예요. 그걸 내가 오케스트라 협주곡으로 편곡을 하고 같이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따라서 못 하게 됐죠. 그래서 피아노 쳐서 영상을 보내라고 하고 시상식 때 영상을 틀어놓고 제가 라이브로 같이 연주했죠.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임동창씨는 시상식 후에 ‘벳조 운퉁’에게 직접 손글씨로 편지를 보냈고 ‘바람아~’라는 곡을 만들어서 헌정했다. ‘바람아~는 우리나라 말입니다. 말 이전에 매우 신령스러운 소리입니다. 바람은 하늘의 정령으로 여겼기에 바람을 불러들여 염원을 담았습니다. 우리의 염원이 바람결에 실려 온 나라에 전해지고 하늘은 해결책을 찾아 바람이 우리에게 전할 것입니다···’ 그가 쓴 편지의 일부이다.

임동창씨는 해외동포, 조선족, 다문화에도 애정을 가지고 있다. “2004년 6월에 연변에 처음 갔어요. 내 작업, 숙제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백두산 할아버지에게 신고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었죠. 처음 갔는데 미쳐버리게 좋은데. 그냥 연변에 갔는데. 사람들 보기도 전에 너무너무 이렇게 면도칼로 내 가슴을 긋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나 여기 살면서 뭔가 할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이후 MBC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리랑’에 출연하게 되어 연변을 또 찾았다. 또 아시아발전재단에서 한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연변대학에 ‘우리아리랑’을 만들고 함께 지내는 학생들과 러시아동포 해외동포를 위한 아리랑,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등 여러 아리랑을 만들기도 했다. 임동창씨는 해외동포, 조선족, 정착하고 살아가는 다문화 사람들, 또 잠시 와서 일하고 가는 외국인들까지 모두를 품어주는 마음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생 공적인 모임 없이 살았다는 그가 하나 속해있는 모임이 있다. 향부숙이다. “어느 날 강형기 교수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시는데 그 뜻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평소에도 정치인보다 국가 공무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공무원은 평생인데. 정치는 임기가 끝까지 보장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평소에도 공무원들 교육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아유~ 좋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제가 꼼짝을 못해요, 그래서 13년째 같이 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유일하게 속해서 하는 일입니다.” 임동창씨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위해 실행에 옮긴다.

그런 그가 만든 악기가 있다. 평생 피아노를 치면서 살아온 그는 그 소리가 못마땅했다고 한다. 원래 철삿줄로 만들어진 소리를 솜 망치를 만들어서 예쁜 소리를 만들고 야성을 죽여서 똑같은 결의 소리를 만든 것이 피아노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네들이 만든 음악은 창백한 핏기없는 아름다움, 이것이 못마땅한 거예요. 섹시한 원초적인 소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이 소리가 못마땅하니 바꾸자. 양털로 쌓여있는 망치 말고 원래대로 그냥 나무로 치자,” 그래서 가야금의 옛 이름인 가얏고를 따서 ‘피앗고’가 만들어졌다. ‘피앗고’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정악용, 하나는 민속악용이다.

“그걸로 우리 정악의 백미라고 하는 영산회상 전곡을 발표했고 피앗고 2로 해서 민속악의 꽃이라고 하는 최옥산류 산조를 발표하고 조상님께 제사를 지냈어요, 이제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피앗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라는 부탁에 성큼 일어나더니 피아노로 향했다. “먼저 피앗고로 연주하면 안 돼. 일반 피아노 소리를 먼저 들어야지” 하더니 피아노를 그 자리에 서서 연주했다. 그리고 가얏고로 가서 첫 음을 누르는데 눈이 확 떠졌다. 생각보다 큰 소리와 울림, 그리고 청명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어때요, 섹시하잖아요.” 어깨를 펴고 어린애처럼 의기양양하게 연주하는 모습에서 기운이 느껴졌다. 피앗고는 쳄발로의 우아함이 강력해지고 거기에 강약의 표현까지 얻었다. 음악에서 소리의 크기가 조절된다는 것은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세상의 노예가 아니거든요, 순수하게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인간의 에고, 아집, 고정관념, 잘못된 것, 그지같은 생각들, 감정들 이런 것들을 놓고 비워서 순수한 하늘의 그 메시지를 받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게 우리가 인간답게 사는 거예요.” 완주에서 구도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음악인 임동창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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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하 2020-11-23 21:23:13
시간 가는줄 모를 정도로 행복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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