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한국식문화세계화대축제에 참가한 ‘SAY식음공간연출지도자연구회’가 전시회를 연 곳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별장 같은 집의 널찍한 앞뜰에서였다.
족히 100평은 넘어 보이는 널찍한 앞마당은 비탈진 경사를 이루며 잔디로 뒤덮인 가운데, 군데군데 꽃나무들이 보기 좋게 배치돼 꽃 잔디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품격있는 상차림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꽃장식이다. 결혼식 피로연이나 백일상, 미수연 등 다양한 행사에 꽃장식들이 오른다. 조리업계에서는 이 같은 장식을 두고 ‘식공간 연출’로 분류해, 조리 관련한 중요 분야의 하나로 손꼽고 있다.
꽃이 한식 밥상에 오른 것은 일찍부터다. 대표적인 요리가 꽃지지미 또는 꽃부꾸미라고 부르는 ‘화전(花煎)’이다. 위키백과에는 “꽃과 찹쌀가루로 익반죽하여 만든 한국 요리”라며, 이렇게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굿상이나 제사상에서 편틀에 고임을 한 떡 위에 놓는 웃기떡으로도 쓰인다. 계절마다 꽃을 다르게 쓰는데, 봄엔 진달래꽃(두견화전)이나 배꽃(이화전)을 주로 쓰고, 가을에는 국화를 주로 쓴다. 꽃잎을 구하지 못했을 때는 미나리나 쑥잎 또는 석이버섯이나 대추로 꽃 모양을 만들어 붙여 화전을 만들기도 했다.”
익반죽은 끓는 물로 하는 반죽으로 경단이나 송편과 같은 떡이나 세면(細麵)을 만들 때 쓰는 반죽 방식이다.
이날 전시는 꽃잔디 정원에서 열렸다. 정원 아래켠에 10m 정도 길이의 긴 탁자를 놓고 ‘SAY식음공간연출지도자연구회’ 회원들이 탁자 위와 주변을 꾸몄다. 긴 탁자 옆에는 지름 1m 정도의 원탁도 놓여, 멋진 꽃장식이 연출돼 있었다.
이 전시를 이끈 사람은 창간 20년이 지난 꽃꽂이 전문의 월간지 ‘세이플로리(SAY FLORY)’를 발행하는 박문규 도서출판 SAY 대표였다. 그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식공간 연출도 연회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광화문 행사에 참여할 때와 달리 뜰이 있는 공간에서 전시를 하니 또 다른 멋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김포에서 온 신윤선 회원과 서울에서 온 김기순, 박미라, 김은희, 김금순 회원, 하남시에서 온 유의선, 박문규 회원, 남양주에서 온 김선례 회원, 자택 앞뜰을 전시장으로 내놓은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의 강용순 회원이 참여해 그동안 갈고닦은 식공간 연출 기량을 선보였다.
탁자 위에 선보인 꽃은 장미와 국화 등 가을 정취가 듬뿍 담긴 꽃들이었다. 긴 탁자에는 이 같은 계절 꽃을 가로로 길게 드리웠으며, 그 옆의 원형 식탁은 주변에 나무와 갈대, 꽃을 꼽아 입식으로 장식을 해놓고 있었다.
긴 탁자 꽃장식은 높이가 낮은 데다 길고 두터운 반면, 입식 장식은 어른 키높이가 넘는 데다 꽃을 성기게 배치해 여백의 미를 살렸다.
우리 전통의 식공간 연출 밥상은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차린 회갑연 상차림에서 엿볼 수 있다. 1795년 조선 최대 어가 행렬이 수원 화성에 도착했다.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이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이 있는 화성에서 연회를 벌인 것이다. 이 회갑연은 ‘봉수당진찬도’라는 그림에 그려져 있으며, 수원에서는 이 행사가 재현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재현된 상차림에는 꽃이 들어가며, 꽃이 옆으로 눕거나 꽃봉오리만 장식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긴 가지채 잘라 키 높은 모양으로 상차림에 올려진다는 점이다. 마치 쌓아 올린 떡과 전 같은 음식 위에 꽃나무가 자라난 듯한 느낌인 것이다.
“우리 음식과 꽃장식의 융합은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기자 일행은 이날 전시장을 제공한 강용순씨의 말을 뒤로 하며, 또 다른 전시행사가 잡힌 충남 태안의 채석강으로 서둘러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