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화장실 이야기
[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화장실 이야기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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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가 이륙해서 순항 고도에 들어서고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면 기내는 승객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해진다.

비행기 화장실은 승객들이 찾는 혼자만의 독립공간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청결함을 갖출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항공기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 제작된 항공기는 머리를 숙였을 때 세면대와 일치하도록 하는 기능적 디자인으로 바닥에 물이 튀는 것을 최소화하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일부 항공사에서는 폐쇄된 공간으로 인한 승객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파란 하늘에 구름이 보이는 창문을 설치한 경우도 있다. 또한 냄새 제거용 커피 찌꺼기가 담긴 컵이나 방향제 디퓨저를 통해 승객을 향한 상쾌함을 추구하기도 한다.

매년 국내 외 고객만족도 평가기관에서는 항공사 서비스 품질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하는데 필자는 화장실 청결도와 쾌적성이 승객 기내 서비스 만족도와 상관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민간 항공기에 사용되는 화장실은 처음 화학약품 처리된 수세식 방식이었지만 현대에는 냄새가 없고 무게 중량을 줄이는 진공 화장실(1975년 특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기내와 외부의 기압 차를 이용하는데 비행기가 운항하는 1만미터 상공은 지상보다 기압이 낮다. 기내는 지상 1기압의 0.25 정도로서 비행기에 틈만 생기면 순식간에 밖으로 빨려 나간다. 이처럼 공기 압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기내에서 화장실 변기 위의 버튼을 누르면 저장탱크와 연결된 관이 열리고 이 관은 다시 비행기 외부를 차단하는 밸브를 열게 됨으로써 순식간에 빨아드리게 된다.

혹자는 항공기에서 화장실 내용물을 비행 중에 버린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화장실에서 빠져나간 내용물은 관을 통해 저장 탱크에 싸이게 되고 공기는 외부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착륙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하늘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 중 여성 비율은 1999년 34.7%를 차지하였는데 2017년 비율은 50.1%로 큰 폭 증가하였다. 이처럼 증가하는 여성 승객을 겨냥하여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여성 전용 화장실을 두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화장실이 혼자만의 공간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처벌되는 때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기내 흡연이다. 미국에서는 1988년 국내선 금연정책을 시작으로 2000년에 모든 항공편에 기내 흡연을 금지했으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아시아나항공이 1995년 1월1일 전면 금연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필자도 예전에 기내 흡연이 허용된 비행편을 타본 적이 있었는데 뒷좌석 화장실 근처 흡연석 좌석에는 팔걸이에 재떨이가 있었고 그 주변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던 기억이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10시간 이상을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 연기 간접흡연과 니코틴 냄새를 맡으면서 가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항공보안법 제50조 6항에 따르면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흡연하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되어 있으며, 기내흡연자는 반드시 도착 시 공항 경찰대에 인계되도록 하고 있다.

비행기 화장실은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는 없다. 비행기 엔진 소음과 좁은 공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다. 변기

레버를 내리고 조금만 지체해도 밖에서 요란한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또한 승객이 많이 탄 기내에서 기다림의 줄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만일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할 때는 복도 쪽 좌석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한 통로가 하나인 소형 기종보다는 통로가 양쪽에 있는 중, 대형 기종에 탑승하는 게 유리하다. 호텔이나 공항에서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서 전직 승무원인 에리카 로스는 비행 중 편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첫 번째 타이밍은 좌석 벨트 사인이 꺼지는 순간”이라며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로스가 말한 두 번째 타이밍은 “음료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공짜 음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므로 화장실 가는 것을 참는다”고 한다.

편안한 숙면, 맛있는 식사, 청결하고 상쾌한 화장실 사용은 비행기를 탄 여행객들의 바람일 것이다. 안전성과 쾌적성을 추구하는 비행기 화장실은 앞으로도 진화해 갈 전망인데, 여러 사람이 사용함에 따른 UV Light 살균기능과 손보다는 발이나 몸의 다른 부분, 센서로 작동하는 Touchless 기능 확대, 내부 소음감소, 비데 설치 등으로 낯선 환경에서 여행객들의 만족감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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