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김정남 선생과 한인섭 교수와의 대담
[신간]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김정남 선생과 한인섭 교수와의 대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12.02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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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

- 우선 <1987> 영화 얘기부터 해볼까요. 요즘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역사서이기도 하니까요. 그 영화 보셨나요? 어떻던가요?
“보는데, 저절로 눈물이 나대요.”

- 거기에 설경구가 분한 김정남의 활약상이 나오잖아요. 영화 속의 그 김정남을 보니까 어떠셨어요?
“사실 거기에 나온 장면 자체는 나하고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설경구가 성당 뒤로 도망 다니고. 글쎄, 조금 멋쩍긴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고생은 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더했지요.”

- 뭐. 성당 위로 올라가고 그런 역사적 사실은 없었지만 실제로 마음 졸이고 고생은 훨씬 더한 그런 상태였고. 전체적으로 영화는 괜찮던가요?
“그런대로 영화의 언어로 수습을 잘한 것 같아요. 영화 하는 사람들이 몇 번 왔었는데, 내가 뭘 그걸 가지고 하라, 하지 말라 할 수는 없었죠···”

-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련된 선생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상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1986년 10월22일에서 25일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이부영을 고영구 변호사 집에 숨어 있게 한 지 몇 달 된 시점이죠···”(『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1987’ 주인공들의 이야기 중에서)

1960년대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재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김정남 선생의 인생을 정리한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창비, 692쪽)가 최근 출간됐다.

김정남 선생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부제는 ‘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 영화 <1987>에서 설경구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김정남 선생은 민주화운동의 대부다. 우리 민주화 투쟁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1960년 4·19혁명에도 그가 있었고, 1970년대 큰 화제였던 김지하 구명운동의 실무적인 역할을 주도했으며 민주회복국민회의, 3·1민주구국선언 등에 참여해 재야 민주화운동을 기획했다.

또한 1, 2차 인혁당 사건, 오원춘 사건,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등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수많은 시국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고 변론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선생이 제창한 ‘양심선언운동’은 국가폭력을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방법으로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널리 활용됐다.

정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폭로한 것이었다. 폭로 당시 우리 사회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크게 타오르다가 전두환의 호헌조치로 한풀 꺾여 있었다. 박종철 사망 사건도 교도관들의 실수로 벌어진 일로 유야무야 덮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때 김정남 선생은 당시 옥중에 있던 이부영(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편지를 받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명의로 박종철 치사사건의 주범이 조작됐으며 고문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폭로 기자회견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폭로로 민주화 요구는 국민들 사이에서 다시금 거세게 일어났고, 6월항쟁과 호헌조치 철폐,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민주화 과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평화신문 편집국장 대리로 일하며 의미 있는 기사들을 만들어낸 이야기, 1980년대 이후로 이어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문민정부의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으로 일한 이야기도 이 책에 담겼다.

김정남 선생은 이 책 머리말에서 “이제야 비로소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했다. “사실 민주화운동 40년에서 정작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준 그때 그 사람들, 이역 땅에서 풍찬노숙하며 한국의 민주화와 민족 통일을 염원하며 국내외 한인들의 연대를 모색했던 해외지사들의 이야기였다”며, “잘 알려진 사건과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화운동 40년, 그 역정을 마감하면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분들게 성심을 다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당대의 문장가’로 알려진 김정남 선생 본인 자신도 다수의 책을 쓰기도 했다. 「4.19 혁명」 「진실, 광장에 서다」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이 사람을 보라」(2권) 등이 그가 지은 책이고 이밖에 민주화운동과 관련 많은 문서와 저작을 정리·편집했다.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에는 1942년 대전 회덕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정남 선생의 개인적인 일화들도 담겼다. 서울대에 지원했을 때 제2외국어로 불어 시험을 쳤던 그는 60년대 초 당시 대학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우리는 휴머니즘을 위해서 사회주의를 희생할 수도 없고, 사회주의를 위해서 휴머니즘을 희생할 수도 없다.(Nous ne Voulons pas Sacrifier Socialisme pour Humanite, Nous ne Voulons pas Sacrifier Humanite pour Social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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