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이야기] 전통 바느질의 단상 – 소망을 담은 규방 공예
[규방공예이야기] 전통 바느질의 단상 – 소망을 담은 규방 공예
  • 구본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8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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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 적 있다. 미술을 매개로 꿈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가르치고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했던 시간으로 추억된다.

어느 날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의 추억, 낚시, 케이블카, 놀이공원, 생일파티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이 아이들의 손끝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특히 어느 한 아이가 가족들과 활짝 웃으며 가족들과 공원을 거닐고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의 그림에 주목한 이유는 그림 속 가족은 다섯 명, 아이는 ‘외동’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 부모와 본인을 포함한 세 명이 아닌 다섯 명을 그린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그림이 마무리되어 제목을 보고 비로소 왜 다섯 명의 가족을 그리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 그림의 제목은 ‘쌍둥이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였다. 작게 그려진 여자아이들이 쌍둥이 동생들이라 생각하고 자신만의 귀여운 소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현존하는 가족이 아닌 자신이 희망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보고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그림이었다.

일반적으로 미술이란 사물이나 대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만, 미술품은 역사적 사료로서 개인의 감정표출로서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그 중, 소망을 담은 미술품들이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시간을 거슬러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작품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라스코 동굴벽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고 바라는 여성상인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국내 울산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 역시 고래잡이의 성공을 기원하는 작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긴 작품들이 많다. 반도 국가의 특성상 외부의 잦은 침략과 전염병이 잦았던 옛 시대를 떠올리면 건강하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복이라 여겨졌을 것이다. 무병장수의 의미를 지닌 옛 규방작품 가운데 대표적으로 조각보가 있다. 또 다른 무병장수를 의미하는 실과 국수는 끊어지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돌잔치에 무명실로 돌잡이에 두고 결혼식이나 잔칫날에는 국수를 먹곤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각보 역시 자투리 원단을 조각조각 이어 붙이는 행위에서 생명을 길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나가는 무병장수의 의미를 지닌다.

여의주문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예로부터 여의주라 불리는 구슬은 용이 소유하고 있는 상상의 구슬로서 인간이 여의주를 갖게 되면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얻게 된다고 여겨 여의주 문양의 보자기를 만들어 사용해왔다. 이 보자기에 물건을 싸 놓으면 복이 깃든다는 믿음도 있었다.

규방 공예는 장식적, 실용적인 용도를 지닌 동시에 수복강녕과 벽사 기복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는 옛 여인들의 소박하고 일상적인 문화이자 수련이었다. 아들을 낳기를 소망하는 고추 열쇠패, 지니고 있으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괴불 노리개, 액운을 막는다는 액막이 버선 등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드는 규방 문화에서 샤머니즘적 의미도 엿볼 수 있다. 살아가며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삶이란 소망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자 그것을 기원하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소망’이라는 희망을 부여안고 기쁨과 슬픔을 감내하며 겪어가는 삶의 모습들이 기워져 완성되어가는 한국 여인의 규방 바느질처럼.

필자소개
2018 계간문예 수필부문 등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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