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오늘보다 내일의 비전을 내세워라
[전대열時論] 오늘보다 내일의 비전을 내세워라
  • 전대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20.12.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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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눈앞에 닥쳐왔는데 정치인들의 노는 판은 왜 그렇게 천편일률로 분열과 갈등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가.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되고 연륜도 쌓일 만큼 쌓였는데 하는 꼴을 보면 아직도 젖먹이처럼 앙탈에 급급하고 있으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야당은 힘이 없으니 용빼는 재주를 부려도 먹혀들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명색이 정권을 휘어잡고 있는 집권당과 정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어린아이와 어른이 다른 것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흥분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유치(幼稚)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 것들이 하는 짓거리고, 의젓하고 합리적으로 대하면 나잇값을 했다고 쳐주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손에 쥐었다는 것은 국민의 자발적인 투표에 의해서 인정됐다는 의미다. 국민은 다수가 모였을 때 우중(愚衆)이라고도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신성한 것이다. 부정선거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따라서 국민의 신임을 획득한 집권자는 항상 여유로워야 하며 눈에 띄지 않는 사안이 생기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집권 세력의 도리다.

그런데 올 한 해 동안 국민을 두 조각으로 분열시킨 장본(張本)은 한 줌도 안 되는 조국사태에서 비롯됐다. 도대체 조국이 뭐길래 1년을 넘기며 지금까지도 사회분열과 국민갈등의 최대요인으로 자리 잡았는가. 이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었다면 아무 탈도 없었을 것을 생뚱맞게 법무부 장관을 시켰다가 온통 나라 전체를 시끄럽게 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퇴한 후에도 정권에 해를 입히지 않을 사람을 골라 써야 하는데 ‘검찰개혁’만 부르짖는 추미애를 앉혔다가 일파만파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검찰총장은 원래 정권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가는 자리다. 윤석열도 한때 문재인의 눈에 쏙 들었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적폐청산 한다고 싹쓸이할 때 그는 살아있는 권력도 인정사정 보지 말라는 대통령의 특명을 받았다. 그것을 참말로 받아드린 윤석열은 그 뒤 현 정권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제는 직무정지나 정직 징계를 떠나 맞장을 뜨는 형세다. 판사사찰을 회심의 카드로 내놨던 법무부의 시도는 오히려 법원에서 묵사발 됐다.

이쯤 되면 여당이 앞장서 사태수습에 나서야 되는데 거꾸로 고위당직자들이 엉뚱한 불씨를 지피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정경심 유죄선고를 비판했고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재판부의 선입견과 예단 편견이 작용한 나쁜 판례”로 혹평했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이 판사사찰을 통해 노린 게 이런 거였다”라고 말하여 이번 판결이 검찰의 사찰압박 때문이라는 식의 음모론을 펼치기도 했다. 정경심에 대한 유죄판결과 법정구속은 당사자들에게는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친 것과 같은 충격일 수 있겠지만 모든 증거와 혐의를 극구 부인한 것이 도리어 재판장의 심증을 굳히는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윤석열 징계무효와 조국사태의 중심인 정경심 유죄판결은 조국에게 마음의 빚을 진 문재인에게도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는 징계문제에서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 시킨 점에 대해서 사과함으로써 일단 국민의 동요를 진정시켰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대결을 마치 ‘OK목장의 결투’처럼 흥미위주로 보았던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법치의 한 축인 공권력의 대표자들이 칼을 뽑아 들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았지만, 추미애의 일방적인 공격이었을 뿐 윤석열은 골대를 지키는 키퍼로서 두 골을 연속 처낸 ‘신의 손’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제 윤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 안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친문 일부가 탄핵을 하겠다고 나서면 그 누(累)는 모두 문재인이 뒤집어쓰게 된다. 법원의 판결에 모두 승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항소나 상고 이외의 방법으로는 구제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제 우리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위기에 처한 국가문제에 전력을 쏟아야 할 때다. 그것은 코로나19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창궐은 경제 질서의 혼돈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극히 일부의 기업을 빼놓고는 모든 경제주체의 전면적 추락이 시작됐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의 극심한 고통은 필설로 표현하기 힘들다.

매출이 없는 가게를 열어놔 봐야 집세조차 낼 힘이 없다.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8천만 명을 넘어섰다. 백신공급이 첫째인데 내년 말이나 가야 전 국민에게 혜택이 올 것 같다. 게다가 내년 4월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여야의 치열한 다툼이 있겠지만 야당의 기대는 못내 크다. 선거를 계기로 이해와 화합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높은 비전을 제시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합리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싸움소처럼 들이받지만 말고 상대를 안아주는 포용력으로 새해를 열어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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