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고금한식(古今韓食)②] 돼지국밥은 실향민 음식?··· 순대는 몽골전투식량?
[이종환의 고금한식(古今韓食)②] 돼지국밥은 실향민 음식?··· 순대는 몽골전투식량?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1.01.0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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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식포럼 SNS방에서 얘기꽃 피워···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저서가 계기

대한민국 한식포럼의 일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SNS방에서 새해 벽두부터 돼지국밥과 순대가 화제로 떠올랐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돼지국밥과 순대를 언급한 게 계기였다. 김석동씨는 금융관료 출신이면서도 최근 서울 맛집 165곳을 소개한 ‘한 끼 식사의 행복’이라는 책도 내는 등 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돼지국밥 잘하는 집이 별로 없어요. 실향민들이 부산으로 피란 와서 만든 게 돼지국밥과 밀면인데, 요즘도 부산 가면 꼭 먹어요.”

그는 순대와 관련해 책에서 “순대는 몽골 기마군단이 전투식량으로 활용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쓰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조선일보에 소개되면서 한식포럼에서 얘기가 오갔다.

순대[사진=한식진흥원]

돼지국밥은 부산뿐만 아니라 경남 일대에서 널리 먹는 음식인데 이를 이북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만들어 널리 퍼진 음식이라는 게 맞는지 하는 의문이 우선 제기됐다. 그리고 이어 순대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순대는 지금은 주로 돼지창자로 만드는데, 몽골은 돼지가 아니라 주로 양과 말, 소를 키우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내장 손질에는 물이 많이 소요되는데 몽골같이 물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전투식량이라면 상하지 않게 오래 보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순대가 보존이 용이한 식품이 아니라는 점 등이 의문으로 제기된 것이다. 한식대가들이 모인 SNS방에는 이런 지적들이 올라왔다.

“돼지국밥은 부산 경남의 향토음식이다. 약 200여년의 향토식문화로서 예전부터 부산, 구포, 김해, 밀양, 울주, 언양 등지에서 조선 중기부터 소와 돼지의 집단 사육이 이뤄졌으며, 예전부터 가축시장 및 도살장들이 모여있어 자연스럽게 그 부산물을 활용한 음식들이 발달했다.”(최덕용 한식대가)

“순대는 헝가리에도 있다. 몽고인들이 먹었을 수는 있어도 전투식량은 아니다. 그들은 소 한 마리를 말려 갖고 다닐 정도로 건조식품에 능한 민족이지만 돼지는 다른 문제다. 그들의 음식이 아니다.”(이성희 한식대가)

“헝가리에 가면 순대가 Gulys. Halaszle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다. 비슷한 음식들이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비계를 넣어 만드는 특징이 있고, 스코틀랜드는 양의 위에 채소와 곡식을 넣는 Haggis가 있다. 몽골에도 허르헉과 함께 익혀 먹는 순대가 있는데 우리나라 순대와는 달리 양의 창자에 양의 피, 감자, 당근, 양배추를 넣어 익혀 먹는다.”(윤희숙 한식대가)

경북 칠곡의 돼지국밥.[사진=경상북도청]

이런 지적에 이어 고문헌 기록 등도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순대는 양고기의 순대가 6세기 중국의 농경서적인 ‘제민요술’에 기록된것으로 보아 몽골보다 중국의 영향이 있다는 게 일리가 있어 보인다. 돼지창자를 이용한 순대는 조선 후기 ‘규합총서’와 ‘증보산림경제’에 나타난다. 2019년 EBS 신년특집 ‘돼지전’에서는 순대를 실향민 음식으로 소개한 것을 보았다.”(윤희숙 한식대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는 순대가 몽골 전투식량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라면서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순대는 돼지 창자에 채소와 쌀 따위를 넣어 먹는 칭기즈 칸 시대 원나라 군대의 전투식량인 ‘게데스’가 전래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게데스는 그러한 음식이 아니라 단지 몽골의 내장 요리의 총칭이며, 실제 원나라 군대의 전투식량은 동물의 내장을 말려 만든 주머니에 건조시킨 고기를 가루 내어 최대 2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이 음식은 ‘보르츠’라고 하는 순대와 무관한 음식이다.”

나아가 위키백과는 “순대라는 말은 만주어로 순대를 뜻하는 ‘성기 두하(senggi-duha)’에서 유래하였는데, ‘성기’는 피를 뜻하며, ‘두하’는 창자를 뜻한다. 1800년대 후반의 요리책 ‘시의전서’에 ‘슌ᄃᆡ’라는 말이 최초로 등장하며, 이는 ‘성기 두하’가 축약된 말”이라고 덧붙였다.

돼지국밥에 대해서는 ‘위키백과’보다는 ‘나무위키’가 더 상세하고 소개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돼지국밥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고,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서,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이북전래설인데, 이 설에 따르면 서북 지역에서 먹던 음식이지만 한국전쟁 때 대거 월남한 서북 사람들과 함께 정착되어 경상남도, 특히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 되었다고 본다”고 적었다.

나아가 나무위키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긴 하지만 근처인 울산광역시, 창원시, 양산시, 밀양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밀양은 본인들이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사전에 따르면 담백한 소사골 국물을 쓰는 것이 밀양식 돼지국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돼지국밥을 “넓게는 합천군 같은 서부 경남 지역 및 대구광역시, 경산시, 경주시, 포항시 등 경북 남부 지역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단, 부산만큼 흔하지는 않고, 영남 지방을 나오면서부터는 사골 국물에 내장 부속을 넣는 순대국밥에 더 가까워진다”고 설명해, 실향민 기원설에 힘을 싣고 있다.

돼지는 농사를 짓는 남쪽이 더 많이 키웠을 듯한데, 부산 돼지국밥이 북쪽 음식일 것이라는 얘기에 여전히 머리가 갸웃거려진다.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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