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Silver Lining”
[이계송칼럼] “Silver Lining”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1.01.1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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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유명한 서양 속담이다. 먹구름 같은 어떤 절망적 상황도 그 안에 희망을 안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에 해당한다.

“Silver Lining”이란 표현이 재밌다. 먹구름의 가장자리를 쳐다보면 햇빛이 삐져나와 은빛 구름을 만들고 선명한 선을 그린다. 그 선을 ‘Silver Lining’이란 멋진 말로 표현한 거다. “밝은 희망”을 은유한다.

‘Silver Lining’이란 단어가 우리에게도 크게 유행된 계기가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Silver Lining Playbook>이 2013년 아카데미상을 휩쓸고 대박을 터뜨리면서다. ‘Playbook’은 ‘미식축구공수(공격&수비) 작전을 적어놓은 책’을 말한다. 그래서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희망 공수작전>으로 번역한 것이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아내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 미쳐버린 주인공이 폭력, 감옥살이, 가석방과 함께 부모님 집에 돌아와 정신 병치료 과정을 겪는다. 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왕따, ‘미친놈’으로 사는데, 구세주가 나타난다.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과 사별한 후 창녀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미친년’처럼 살아가는 비슷한 처지의 여주인공이 바로 구세주다. “과부사정은 과부가 가장 잘 안다”고 했던가. ‘미친놈’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가닥 희망의 불씨를 여주인공 ‘미친년’만이 알아채고 사랑하게 되면서, 두 미치광이는 <희망 공수작전>을 펼친다. 그들은 서로가 갖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진정한 사랑을 통해서 어두움을 희망으로 바꾸어버린다.

이 영화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밝은 면, 긍정을 향해 더욱 더 높이(Excelsior) 날아가면 희망이 보이고, 어떤 어두움도 반드시 극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밌다. 미국사회의 어두운 면, 마을 사람들 간, 가족들 간의 갈등과 인간애를 아주 적나라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새삼 옛날 영화 얘기를 꺼낸 까닭은 우리의 상황이 아직도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았지만 팬데믹 2020은 여전하다. 구세주 백신의 구원은 아직도 멀리 있어 보인다. 문제는 현실을 대하는 우리 마음가짐이다.

팬데믹 어두움 전에는 미처 몰랐고, 당연히 여기며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에게 있었다. 어두움을 겪으면서, ‘아-아- 그게 보물이었구나’ 깨달은 것들이 있었다. 평소에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시했던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그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서로 염려하는 마음들이 이처럼 가슴에 와 닿았던 적이 있었던가. 노년을 사는 내 친구들이 자랑한다. “아이들이 꼼짝 말고 집에만 있으라며 밤낮 걱정하면서 그로서리까지 챙겨준다네...” 그런 챙겨주는 마음과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 그런 게 Silver Lining이다.

만나고 부딪히며 싸우기도 하고, 시끌벅적하게 지냈던 삶은 어떤가? 짜증스럽고, 귀찮은 것들이 정말 사소한 일이며 무시해도 빅딜이 아니라는 걸, 그게 진짜배기 삶의 일부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 것도 알게 되었다. 얼마든지 있다. 외식, 여행, 영화관람, 콘서트, 쇼핑... 모든 통제되지 않는 자유로운 일상의 삶, 그것은 보물이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세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도 전세계 대도시 사람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의 일이 결코 다른 나라 사람들과 관계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좋든 싫든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서 하나의 세계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팬데믹을 오히려 즐겼다는 직장인들의 얘기에서 그들의 팍팍했던 삶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모든 걸 천천히 하는 걸 즐겼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바이크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가족과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 즐거움이 컸어요.” “집에서 일하니 아침 식사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고, 아침 일찍 추위에 떨며 출근 차에 오를 필요도 없고, 파자마 바람으로 일할 수 있는 즐거움도 누렸어요. 세탁을 덜 해도 되고, 화장을 안 해도 되고, 요란한 전화 벨소리도, 직장 동료들끼리 싸우는 소리도 안 들어도 되고, 쉬는 시간에는 파킹장 대신 뒤뜰을 걷고...”

팬데믹은 나 같은 늙은이들에게는 온라인세계에 익숙해지는 기회를 주었다. 그게 남은 인생에 더 큰 즐거움을 주게 되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온라인을 통한 쇼핑, 강의, 독서, 콘서트, 여행... 같은 것부터 화상미팅, 다자통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가만히 앉아 시공을 넘나들며 세상을 즐길 수 있음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인생길,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없이 교차한다. 빛과 어두움은 동전의 양면,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마침내 봄을 맞는다. 어두움과 빛은 동전의 양면, 먹구름 끝에 비치는 한줄기 은색, 위안의 선 “silver Lining”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화롯불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주기만 하면 된다. 또한 우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강해졌고,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해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마침내 오고야 말 ‘새로운 정상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2021년, 여러분 모두 더욱 용기백배, 건투하시길 기원한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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