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이야기] 사랑을 품은 기러기 보
[규방공예이야기] 사랑을 품은 기러기 보
  • 구본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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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경이 규방공예가
사진=원경이 규방공예가

예로부터 기러기는 사랑을 의미했다. 평생을 한 마리의 암기러기를 바라보는 수기러기의 습성에서 기인한 사랑을 맹세하는 상징물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결혼 전 신랑이 목각으로 기러기를 만들어 백년해로의 뜻을 품고 혼례함에 잘 감싸 혼례 시 신부의 어머니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 기러기를 신부의 집에 가져가는 또 하나의 설은 기러기가 액운을 먼저 받아 나쁜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 한다. 기러기를 대신해 비슷한 모습인 오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러기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오리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두 마리의 목각 기러기를 정성스레 함께 감싸는 용도에서 기러기 보가 만들어졌다. 청홍의 겹 보자기로 만들어진 기러기 보는 네 귀퉁이에 술을 달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양이 나타나지만 대체로 음양을 상징하는 청홍색으로 만들어졌다. 여성을 음, 남성을 양이라 보는 전통 음양오행 사상에서 청홍색의 기러기 보는 결혼 생활에서 음양의 조화로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현대사회에 들어 목각 기러기와 기러기 보를 혼례에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전통방식의 혼례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직접 만들기보다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기러기 보를 만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고 마음먹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화된 결혼방식에서 생략하기도 하므로 직접 목각 기러기와 기러기 보를 만드는 사례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바느질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러기 보를 만들겠다 손꼽는다. 부족한 솜씨지만 사랑을 담아 정성스레 만들고 싶다. 사실 나만의 기러기 보를 만들고자 일전에 원단을 구매해 두었다. 원단을 준비하는 속도는 급변하는 기술발달의 속도와 같지만 만드는 것은 거의 아날로그 수준의 속도이다. 욕심이 앞서 빠른 속도로 원단을 구입하고 만다. 머릿속에는 이미 작품이 완성되었지만, 아직 바느질감을 꺼내 놓지도 않는다. 그러다 큰마음 먹고 바느질감을 펼쳐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식사도 잊은 채 바느질만 몰두한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한 작품이 뚝딱 완성되곤 한다.

필자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반드시 성공했을 것이라 모두 혀를 내두르며 말한다. 집에 앉아 달가닥거리는 세간살이를 바라보면 크게 성공한 인생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바느질은 나에게 휴식이자 즐거움을 부여한다. 몰두하는 조용한 시간 이를 통한 수행과 희망, 완성작을 통한 성취감을 맛본다. 바느질하는 동안 마음만은 부자가 되어본다.

최근 1인 가정이 늘어나는 한편 이혼율은 증가했다.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미혼 남녀들 사이에서 팽배한 점도 있고 결혼을 원하는 경우 조건적으로 우수한 배우자를 찾는 사례도 많다. 결혼에 대한 현 모습이다. 변화하는 사회만큼 결혼의 풍속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부정적인 부분도 엿보인다. 그러나 평생을 함께하는 만큼 사랑이라는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기러기처럼.

필자소개
2018 계간문예 수필부문 등단. 칼럼니스트

사진=원경이 규방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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