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93] 안창남
[아! 대한민국-193] 안창남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1.03.1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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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1922년 12월10일, 찬 바람이 부는 여의도에 5만여명의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젊은 조선인 조종사가 조종하는 비행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비행기가 여의도 간이비행장을 이륙해 하늘 높이 오르자 구경꾼들의 함성과 박수가 한강 주변에 가득 찼다. 비행기는 여의도를 떠나 남산을 돌고, 남대문과 창덕궁과 독립문 상공을 거쳐 다시 여의도에 착륙했다.

이날 서울 하늘을 날았던 비행기는 ‘금강호’로, 일본 오쿠리 비행학교 소속의 영국제 뉴포트단발복엽(엔진이 하나만 있고 두 장의 날개가 아래위로 달려 있는) 1인승 비행기였다. 그리고 이 비행기를 몰고 서울 상공을 날아올랐던 비행사는 안창남(1900~1930)이었다. 이날 수많은 조선인들은 안창남의 첫 비행에 열광했다. 이로부터 ‘청춘가’라는 민요에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보니 엄복동의 자전거”라고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게 조선인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자전거 선수로 유명한 엄복동(1892~1951)은 당시 자전거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자전거 타는 기술을 익혀 1913년과 1923년 ‘전 조선 자전거 경기대회’에 출전해 수많은 일본의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한 영웅 같은 인물이었다. “비행기 안창남, 자전거 엄복동”은 식민지 조선사람들의 뇌리에 조선인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우리나라에 비행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3년 용산의 조선군 연병장에서 일본군인이 공개 비행 행사를 펼친 것이 효시였고 1917년에는 미국의 민간인 비행사 아트 스미스가 수만 인파가 보는 앞에서 멋진 곡예비행을 펼쳤다. 당시 휘문학교 학생이던 열일곱 안창남은 아트 스미스의 멋진 곡예비행을 보고 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학교를 중퇴하고 1919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비행기 제작소와 오쿠리 비행학교에서 비행기 조종술을 배워, 1921년 일본 민간인 비행사 시험에 1등으로 합격했고, 1922년에는 도쿄 오사카 왕복 비행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가 우수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창남은 일약 ‘민족의 스타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안창남을 고국으로 초청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안창남 고국방문 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마침내 그를 정식으로 초청해 서울 하늘을 비행하는 행사가 조직된 것이다. 그리고 1922년 12월 10일, 안창남의 서울 하늘을 비행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그것은 당시 나라 잃은 백성에게 만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일깨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안창남은 자신의 비행 기술을 민족의 독립운동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1924년 중국으로 가서 산시성에서 비행학교 교관으로 활약하며 항일독립운동 단체인 대한독립공명단을 조직하고, 항일 비행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30년 4월2일, 산시성에서 비행 훈련을 하던 중 추락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서른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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