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조선족 음식문화 세계에 알리자
[대림칼럼] 조선족 음식문화 세계에 알리자
  • 예동근(재한동포문학연구회장, 부경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4.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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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부랴부랴 강화도로 왔다. 서울 서북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 섬이다. 강화대교를 지나자 다른 나라에 온 듯하다. 그 느낌은 마치 이북에서 국경을 마주한 중국의 국경도시인 도문(투먼)에 온 것 같다.

개성손만두, 함흥냉면, 순대 등 익숙한 이북의 음식들은 서울을 넘어 변방의 맛을 상상하게 한다. 서울 속의 대림동에 가면 이런 진한 고향 맛을 찾아볼 수 있다. 익숙하고 가슴이 울컥하는 그 맛에 마음의 안정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변방의 맛이 세계화와 도시화의 격랑 속에서 하나의 ‘추억의 맛’으로 남는 게 자못 안타깝다. 시골생활과 고난의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게 그 시대의 음식들은 ‘새마을운동’으로 둔갑되어 재탄생하거나 향토음식으로 출현하여 지난 세월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은 그 시대의 동료들만 향유할 수 있다. 서로 웃고 옛 추억을 돌이키면서 시간을 거슬러 다시 그 시대의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음식은 정체성이다. 한 세대의 정체성을 공유시키는 중요한 재료인 것이다. 그러므로 또래문화가 유난히 발전하고 있다.

30년 전만 하여도 조선족은 이런 게토문화의 수호자이고 게토음식을 통해 세계로 나가려고 발돋움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을 통해 조선족이란 전통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집안의 정체성은 된장국과 햄버거, 김치와 피자, 숭늉과 콜라로 갈라지면서 세대적 경험의 단절, 전통의 계승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엔 핸드폰까지 등장하면서 가족 밥상에서는 대화조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조선족 음식전통의 재발견과 재창조는 민족 정체성의 유지의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그렇다면 글로벌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지역적, 민족적, 가족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전통’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리 조선족타운, 조선족집거지에 가면 항상 전통을 상징하는 음식거리가 있다. 도시에 숨어 있는 민족음식은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 조개 속에 숨어 있는 진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선족 음식들 중에서 지금까지 성공을 거둔 것은 갯벌 속에 숨어 있는 조개에 불과하다.

이제는 수천 개, 수만 개 조개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야 하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조개를 통해서 진주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조선족문화가 살아는 길이며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핵심은 게토의 음식을 세계화하는 것이다. 추억을 넘어서, 세대를 넘어서, 가족을 넘어서, 민족을 넘어서 모두가 향유할 수 있고 모든 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연길에서는 ‘보신탕 거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선족 음식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서울의 대림, 베이징의 왕징, 선양의 서탑, 상하이의 룽바이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탄생시켜야 한다. 이제는 도시에 정착하여 일정한 원시적 자본을 쌓았고 기술도 개선하였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에서 다양한 음식문화를 가져와서 부단히 수용하면서 일정한 ‘맛의 경험’을 축적하였다.

이제는 연길에서, 서탑에서, 왕징에서, 대림에서 연길맛, 중국맛, 한국맛, 북한맛을 낼 수 있는 경험과 자본이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 음식특구’를 만드는 웅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 필자는 2015년에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유네스코 음식특구’를 다녀본 적이 있다. 그들은 멕시코와 마초아칸의 전통요리의 복구를 유구한 옥수수재배와 요리 및 전통과 관습에서 찾았다. 나아가서 스페인식민지가 남겨 놓은 음식전통도 한몫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족 전통음식도 이처럼 중국 동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수전을 개발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조선, 한국, 일본, 러시아의 음식문화, 중국의 동북음식문화, 그리고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음식문화를 충분히 활용하여 재창조해야 한다.

제안을 하자면 첫째, 형식적인 측면에서 일본의 음식문화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1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쿄토의 장어덮밥은 밥 한 그릇을 세 가지 방법으로 장어 요리와 배합하여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세계화 시대, 소형화 시대이기에 음식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일본의 작고 깔끔하고 형식을 갖춘 밥상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둘째, 중국에서 당야한 재료를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에는 가지(茄子)음식이 많지 않다. 중국에는 가지로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요리기법을 잘 개발하고 일본형식과 잘 결합하여 ‘가지덮밥’ 형태로 독특한 가지음식을 한 곳에서 부동한 가지의 맛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이북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동강맥주, 함경도 기름양념, 순대, 담백한 김치 등을 통해서 청나라가 만들어 낸 중화대통일음식상(满汉全席)를 넘어서는 동북아통일음식상을 만들어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유네스코 음식특구로 가는 길이자 전통도 부활시키고 현대에도 적응함과 동시에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경제적, 문화적 기반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예동근(재한동포문학연구회장, 부경대학교 교수)
예동근(재한동포문학연구회장, 부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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