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①]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①]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4.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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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고 말했을 때 이 말의 진의를 곧바로 이해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으면 마치 원시인처럼 여겨질 정도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한 여러 분야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앞 선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것은 2017년 대통령 보궐 선거는 물론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등장한 사전투표에서로도 알 수 있다. 선거 당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사전 투표일에 전국 각지의 사전투표소에서 지문으로 신원만 확인되면 거주지가 아니더라도 투표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전 국민의 지문이 확보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하여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고 알려지므로 사실 이런 사전 투표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전국 어디에 있는 주민 센터에서 수많은 행정서류들을 곧바로 발급받을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의 도착 시간을 알려 주는 것은 물론 도착하는 버스가 혼잡한지 빈자리가 있는지도 알려준다. 고속도로에서 핸드폰으로 어느 구간이 정체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등이 적시적소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4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숨 가쁘게 뛰어 온 인공지능(A.I.) 로봇과 인터넷 등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인간의 생활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에 기초한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새로운 혁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접목되는 분야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3차 산업혁명까지 걸린 시간이 300여 년이나 되었다는 것은 한 단계 당 1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호 박사의 기고를 연재한다.[편집자주]

2020년 세계의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감염병의 최고 위험단계인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선언했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이를 충족시키려면 감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돼야 한다.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중세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페스트)’. 1918년 전 세계에서 2,000〜5,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1957년 아시아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1968년 80만 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 등이다.

위의 사망자 중에서 독감인데도 불구하고 스페인 독감에 5,000만 명이나 사망했다며 숫자가 틀린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참’으로 보인다. 당시 무려 5억 명 가량이 스페인독감에 걸렸으며 스페인 독감으로 수모아 섬에서는 2달 사이에 인구의 22%인 38,000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때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므로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언론 검열이 심해 사람들은 독감이 유행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중립국이던 스페인에서 한 신문이 1918년 3월 ‘이상한 질병이 퍼지고 있는데 아직 마드리드에는 사망자가 없다’는 기사를 처음으로 내보내고 계속해서 독감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이로 인해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시작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기에서 스페인 독감은 일반 독감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치사율이 일반 독감은 0.1%에 불과한데 스페인독감의 치사율을 20%로 일반 독감에 비해 무려 200배나 상회한다. 또한 일반 독감은 5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사망률이 높지만 스페인 독감은 청년기인 25〜35세 젊은이들의 사망률이 높았다. 가장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아침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멀쩡했던 사람이 저녁에 갑자기 사망한 경우도 많았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와는 전혀 다른 내용임을 알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그러므로 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일 경우 전염되기 어렵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지구인들의 생활 속에서 직접적 접촉을 전제로 행했던 모든 일들을 거의 멈추면서 비대면기술(untact technology , 非對面 技術)로 처리할 것을 강요한다. 한마디로 그동안 인간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대면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인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놀라운 것은 비대면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던 것이라는 점이다. 큰 틀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인터넷 등을 통해 인간의 비대면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므로 비대면이 갑자기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출발한 4차 산업혁명의 열차를 10년 정도 빠르게 달리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펜데믹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뜻이다.

아직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며 세계인들이 고대하는 백신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절대적인 치료약이 제대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실적은 놀랍다. 2021년 4월30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환자는 1억5천여만 명, 사망자 320여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은 초창기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해 세계로부터 출입 금지를 당하는 등 요주의 국가로 전락했음에도 세계 220여개국 중 확진자 약 12여만 명, 사망자 1,800여명으로 발생자 숫자로는 86위에 해당하며 사망자율은 0.15%에 불과하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성공한 나라는 아니지만 비교적 방역조처가 성공을 거둔 국가 중 하나라는 뜻이다. 특히 한국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코로나19 퇴치가 만만치 않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으며 백신 도입 등에 미진한 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아직 한국에서의 코로나19 발생과 퇴치가 만족할만한 상태는 아니므로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포스트 펜데믹이라는 미증유의 변화에 한국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펜데믹 이후 부상할 미래기술 25가지를 비롯한 토탈로드맵을 제시했다. 한국이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궁극적으로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의미하는데 이들 자료는 새로운 환경에 낙오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이냐에 대한 단서를 알려준다. 즉 하루가 달리 변하는 미래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계속>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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