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누군가의 포옹이 필요한 시간
[해외기고] 누군가의 포옹이 필요한 시간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0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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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주말의 아침이라서 그런지 몸과 마음은 느긋하게 풀어지며 텔레비전 뉴스쇼에 눈길이 간다. 사회를 보는 앵커들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웃음거리들을 풀어놓는다. 그런 후에는 직접 동영상의 주인공들과 영상 인터뷰를 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토크쇼를 진행한다. 앵커들은 유튜브(YouTube)나 틱톡(Ticktok)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주인공들을 찾아서 직접 소통을 시도하며 화제의 인물을 추적하기도 한다. 코로나 역병이 번진 후로는 사회적인 격리로 인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점차 닫혀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외로움이나 우울증으로 인해서 점차 인간관계의 형성이 어려워지는 물리적 거리두기의 사회현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걱정거리나 고민으로 점차 움츠러드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웃음을 선사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이 필요한 요즘이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프로그램의 인기 몰이가 ‘나 홀로 족’의 증가를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방송에서는 이런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위로의 선물 같은 코믹 동영상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힘든 세상살이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현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채널 9의 아침프로그램에 소개된 짧은 동영상들 중의 하나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남자가 자신이 키우는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린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5.2밀리언이나 되는 세계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렸다. 목욕 후에는 주인남자와 고양이들의 얼굴에 마사지 팩을 올리고, 눈에는 동그란 오이조각까지 올려서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네일 서비스까지 받는 고양이들의 표정은 정말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한번 웃을 때마다 한 가지씩 걱정거리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 소개됐던 동영상은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이 창조한 ‘안아주는 기계( Hugging machine)’에 대한 영상으로 따스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투명한 비닐을 긴 나무 막대에 씌워서 손을 뻗고 몸을 안으로 밀어 넣으면 마치 안아주는 듯 한 느낌이 들도록 고안된 기구였다.

그 창작물을 사용해본 한 이웃 여인은 정말 누군가가 자기를 안아주는 듯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몹시 감동스러워했다. 편안하게 안아주는 행동은 외롭고 지친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사랑을 전달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심장이 맞닿는 사랑의 포옹은 정신적인 안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Free Hugs’ 운동이 열세를 떨칠 때 브리즈번 시내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백인 청년이 ‘Free Hugs’ 피켓을 들고 사람들에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이 머뭇거리며 구경만 하고 있을 때, 용감한 한국아줌마인 나는 팔을 벌려서 그 청년을 안아주며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위로받고 누군가에게 작은 따스함을 전달했다는 뿌듯함에 며칠 동안 행복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2016년도에 덴마크의 한 IT 기업이 자폐증 환자의 심리 안정과 일반인의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포옹기계’를 만들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포옹 기계인 ‘오르비스 박스(OrbisBox)’는 안에 들어간 사람이 누우면 사방에서 폴리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진 패널이 신체를 압박해서 누군가 자기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들도록 제작됐다. IT기업은 충분한 실내 공간으로 인해서 안에서 음악을 틀 수도 있고, 자폐증 환자의 예민 증을 완화시키는 충분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를 앓는 환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의학지의 발표도 있다. ‘나 홀로족, 방콕, 혼술,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처럼 사회구조의 변화가 안아주는 기계를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세상이 될까봐 우려된다.

요즘의 우리사회는 너무나 힘든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하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게 만들었고 헛기침 한번에도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하늘길도 막혔고 그리운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거나 안아보지도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백신 주사를 맞기 시작했으니 깨어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마음껏 행복하게, 자유롭게, 안아주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우리에게 행운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려본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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