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교민 가족, "국정원 직원 추방 사건의 희생양될까 두렵다"
리비아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던 국정원 직원 전 모 씨가 지난달 추방된 후 현지 우리 교민 2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정원 추방 사건과 교민 구금 사건이 별개라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가족들은 "희생양이 된 것 같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 경찰에 체포된 교민은 선교사 구 모 씨와 농장주 전 모(58) 씨 두 사람이다. 리비아 측이 두 사람을 체포하며 "선교라는 관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교부의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리비아 당국은 6월 15일 선교사 구 씨를 먼저 구금한데 이어 이달 17일에 농장주 전 씨를 구금했다. 리비아는 전 씨가 구 씨의 선교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씨의 가족은 "리비아에서 10년이 넘게 농장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씨는 선교 자금을 지원할 만큼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크거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 가족의 설명이다.
전 씨의 딸은 뉴스한국과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리비아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자가 1주일 남았는데, 1주일 후면 아버지만 혼자 리비아에 남게 된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구금된 지 보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풀려나지 않고 있어 불안하다. 혹시나 아버지가 이번 국정원 추방 사건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전 씨의 소식과 석방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외교통상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 쪽에서는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전 씨는 리비아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한 채 가족과의 연락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 씨의 아내인 박 모 씨는 남편의 생사도 모른채 식사와 약만 넣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한국에 있는 남편의 외조카 장 모(43) 씨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리비아 보안당국에 찾아가 남편의 구금 이유를 물으니 '리비아와 한국 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공관에서 리비아 관계 당국을 만나는 등 두 분이 빨리 풀려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