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⑥]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등장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⑥]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등장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6.0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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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으로 이어질 정도로 코로나19의 위세가 높자 코로나19에 대한 연구는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돌연변이의 천재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더 많은 숙주를 찾아 퍼져나가면서 변이를 일으키고 있지만 독성이 더 강해지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의 또 다른 특성이기도 하다.

미국의 패트릭 보일 박사는 코로나19의 DNA는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된 약 29,000개의 기본 골격으로 형성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이에서 전염되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 29,000개의 뉴클레오티드 중 1~2개의 염기서열에서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근래 매우 흥미로운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한국인에게도 2~4% 정도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지는 고인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19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6만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키는 유전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휴고 제베르게 박사는 인간의 3번 염색체(Chromosome)에서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키는 유전자 6개를 찾아냈으며, 이들 유전자는 약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유전자들에 대해 그 유전 과정을 추적해 면역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효과적인 면역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학자들은 중증 증세를 보인 환자들 중에서 두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하나는 미미한 증세의 환자들과 달리 9번 염색체에 차이가 있으며, (Rh식이 아닌) ABO식의 혈액형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3번 염색체 안에 6개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한 것은 3번 염색체 안에 들어 있는 6개의 유전자들이다. 이들 유전자는 환자들의 감염 증세가 이어지는 동안 신속하게 변화한다. 즉 코로나19 증세가 악화된 환자에게서 6개의 유전자가 평소보다 3배나 빨리 변이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3번 염색체 속에 있는 이들 유전자들의 과거를 추적했더니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6만 년 전에도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돌았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악성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전수됐든 아니든 바이러스의 문제가 인간들을 괴롭히는 것은 언제든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박사는 이 점에 관한 한 명백하게 다음을 지적했다.

‘언젠가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바이러스가 진화되어 나올 것이다. 바이러스의 의지가 아니라 바이러스에게 편한 숙주가 있기 때문에 또 번식하는 것이다.’

이 말은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대변했다고 볼 수 았다. 사실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데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모든 숙주가 다 죽어버리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점을 지적한 영화가 1995년에 개봉된 영화 「아웃 브레이크」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바이러스는 치명률 100%에 달한다. 아프리카에서 발생된 원인 모를 전염병에 감염된 원숭이 한 마리를 포획하여 한국 선박이 몰래 들여온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학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 단계에 이르지 않았던 이유는 치명률이 너무 높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감염병이 확산되기도 전에 확진자들이 죽었기 때문에 더 멀리 확산되지 않고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 발병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관한 한 보다 위험한 것은 치명률은 낮지만 감염률이 너무 높은 감염병이다. 팬데믹 단계가 되면 바이러스의 모집단인 숙주가 전 세계 인구로 확산되므로 치명률이 낮아도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그런 경우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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