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⑧] 팅가팅가 미술로 아프리카의 오늘과 호흡하다
[아프로⑧] 팅가팅가 미술로 아프리카의 오늘과 호흡하다
  • 김우숙 푼다밀리아 대표
  • 승인 2021.06.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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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김우숙 푼다밀리아 대표는 탄자니아 현대미술인 팅가팅가(Tingatinga)를 그리는 작가이다. 그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 있는 팅가팅가미술협동조합(TACS) 의 소속 작가들에게 그림을 배웠으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대미술로서 팅가팅가 미술을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였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푼다밀리아에서는 본인의 것뿐 아니라, 현지 작가의 작품 및 팅가팅가 아트 상품을 접할 수 있다. 그는 푼다밀리아를 통해 아프리카 미술을 알리고 자신을 팅가팅가 미술의 세계로 이끌어준 탄자니아 현지 예술가들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니 탄자니아를 처음 만나다

팅가팅가 미술과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나는 2004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18기 해외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에 파견돼 2년간 수질관리 분야에서 활동했다. 약 3개월 동안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현지 적응을 마친 13명의 단원들은 파견기관에 따라 탄자니아 각지로 흩어졌고, 나는 다르에스살람의 우붕고(Ubungo) 지역에 머물게 됐다. 내가 활동할 기관은 다르에스살람 대학 옆에 위치한 환경부 산하 수질대학(Chuo Cha Maji: Water Institute)으로 환경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물 관련 공중보건과 위생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기관에서 제공해준 숙소는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은 나밖에 보이지 않는 현지마을이었다.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어린아이들은 무서운 괴물을 본 마냥 소리 지르며 도망가기 일쑤였고, 어른들은 망고를 살 때도, 현지 숯불 고기인 냐마초마(Nyama choma)를 살 때도 나를 ‘대놓고’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도 인지상정은 만국공통이라고 어설픈 스와힐리어로 떠들어대는 이방인이 기특했는지 금세 인사도 받아주고 모두 나의 멋진 스와힐리어 선생이 돼 주었다.

집 앞에 앉아 머리를 땋으며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페트병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노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탄자니아에 익숙해질 무렵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민속박물관(Village Museum)이나 슬립웨이 쇼핑센터에 진열돼 있는 그림이었다. 이 그림을 처음 그린 사람의 이름을 따라 ‘팅가팅가’라고 불렸는데, 나이브 미술(Naive Art)에서 보이는 소박함과 유머, 개성 있는 리얼리즘이 있는 그림이었다. 처음에는 탄자니아의 뜨거운 태양만큼 강렬한 색감에 끌렸는데, 볼수록 그림 속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침 민속박물관에서 활동하는 예술 분야 단원이 현지 화가 마사웨(Masawe)를 선생으로 섭외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나도 끼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대중교통 달라달라(Daladala)를 두 번 갈아타고 주말마다 므웽게(Mwenge) 지역에 있는 민속박물관에 가서 팅가팅가 그림을 배웠다. 이 당시에는 오이스터베이(Oyster bay) 지역에 있는 TACS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단원이 부자동네인 오이스테베이나 마사키(Masaki) 지역을 갈 일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민속박물관에서 활동하는 팅가팅가 화가는 없다.

팅가팅가의 매력에 빠지다

우선 ‘팅가팅가’가 무엇인지 말해야겠다. 팅가팅가 미술은 약 4년간 (1968~1972) 활동했던 탄자니아 화가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E. S. Tingatinga)에서 시작됐다. 탄자니아 남부 툰두루(Tunduru)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에드워드는 생계를 위해 도시로 나왔다. 사이잘(sisal) 농장 인부, 정원사, 노점상인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생활이 여의치 않았던 에드워드는 우연히 시내에서 판매되는 다른 나라의 그림을 보고 자신도 한번 그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철물점에서 구입한 합판과 페인트를 이용해 어린 시절 숲에서 보았던 동물이나 고향 마을 풍경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독특했다.

이 강렬하고 선명한 색상의 2D 그림은 가면이나 조각과 같은 3D 예술품에 익숙했던 이방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으며, 특히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영광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1972년 5월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친인척으로 구성된 그의 제자들은 에드워드의 화풍을 이어가며 그림 영역을 넓혔고, 오늘날 팅가팅가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하나의 미술로서, 탄자니아의 현대미술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우리의 미술교육은 체계적이다. 기본기를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팅가팅가 미술은 보고 배우는, 굳이 따지자면 도제식 교육을 한다. 소위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던 에드워드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타부타 말로 하지 않았다. 제자들은 스승의 허드렛일을 도우며 스스로 배워나갔다. 지금 활동하는 화가들도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이가 거의 없다. 어깨 너머로 스승의 작업을 보고 그리는 과정을 익혀 나간다. 단계별 교육에 익숙한 나에게 이러한 방식은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규칙이나 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팅가팅가의 무한한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팅가팅가 화가들은 경력에 상관없이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봉사단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적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탄자니아에서 느낀 강렬한 에너지는 잊을 수 없었다. 2년간의 짧은 삶에서 탄자니아는 나의 제2의 고국이 됐고 이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과 케냐 나이로비대학교에서 각각 아프리카 지역학과 사회학 석사과정에 들어가 공부했다. 나이로비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거의 10년 만에 나는 탄자니아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KOICA 해외봉사단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면서 다르에스살람에 머물게 됐다. 10년 전에는 존재를 알지 못했던 오이스터베이(Oyster Bay) 지역에 위치한 팅가팅가미술협동조합(TACS; Tingatinga Arts Cooperative Society)을 자주 방문하였고 팅가팅가 그림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져 갔다.

코디네이터 임기 종료 후, 내 삶의 시간에서 오롯이 팅가팅가 그림만을 배우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3개월 관광비자로 탄자니아와 한국을 오가며 TACS 소속 화가들에게 9개월간 그림을 배웠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팅가팅가는 나에게 이름 있는 그저 유명한 그림이었는데, 50여년의 역사와 많은 화가들의 이야기가 있는 미술이라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팅가팅가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차오를 때쯤, 마침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의 논문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어 그림을 그리면서 현지 조사를 시작하였다. 탄자니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팅가팅가 미술과 관련한 자료가 많지 않아 현지 화가들의 기억에 대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팅가팅가의 길에서 현장을 마주하다

TACS에 소속된 화가들은 대부분 에드워드의 친인척이다. 제자양성에 배타적이었던 에드워드는 그의 동생, 사촌 또는 아내의 친척이자 친한 친구만을 그의 영역에 들어오도록 했다. 에드워드 사후 그의 제자들은 그가 활동했던 장소인 모로고로 스토어(Morogoro store)에서 그림을 그렸고 제자를 키웠다. 다르에스살람뿐 아니라 잔지바르(Zanzibar), 바가모요(Bagamoyo), 아루샤(Arusha), 모시(Moshi) 등 주요 관광지에서 팅가팅가 화가들을 볼 수 있지만 TACS는 에드워드와 연결돼 있어 정통성은 물론 가장 실력 있는 팅가팅가 화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1990년에 설립된 TACS는 현재 53명의 화가가 소속돼 있다.

2017년 6월, 나는 탄자니아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에는 팅가팅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이다. TACS에 따로 교육과정이 없던 터라 탄자니아로 떠나기 전에 동물 그림에 뛰어난 작가 주베리(Zuberi)와 사람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말리키타(Malikita)를 스승으로 선택하고 TACS의 승인도 사전에 확인했다.

팅가팅가 그림은 사바나 초원의 야생동물, 생활사, 질병과 같은 사회문제, 주술이나 초자연적 존재, 꽃과 과일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다. 많은 화가들 중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한 화가들이 있는데 주베리와 말리키타가 대표적이다. 주베리는 선을 그리는데 막힘이 없고 유연하며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기이다. 특히 동물 형태를 단순화하고 독특한 무늬로 빈 공간을 채운 그의 그림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편 말리키타는 무힘빌리(Muhimbili) 병원이나 가리야코(Kariakoo) 시장과 같이 탄자니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다. 뿐만 아니라 호주 미술인 에보리진아트(Aboriginal Art)에서 착안한 ‘캥거루’ 그림을 팅가팅가 미술의 소재와 접목하여 그만의 개성을 완성하기도 했다.

나는 주베리 선생님 옆자리에서 나무틀에 캔버스 천을 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밑작업, 밑그림, 색칠, 그라데이션, 선작업까지 열심히 배웠다. 두 선생뿐 아니라 다른 화가들도 이 이방인 제자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모든 TACS 화가들이 나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사전에 모든 이야기를 마쳤음에도 여전히 나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화가들이 있었다. 문화체험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하는 외국인은 허용해도, 팅가팅가 화가로서 제자가 되는 것은 도저히 허용할 수 없었나보다. 과열된 경쟁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TACS에서 나와야했지만 다행히도 선생님이 TACS 바로 옆에 있는 CTAPS (Craft and Tingatinga Art Promotion Society)의 한 가게에 자리를 마련해주어 그림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현장에서 작업하는 화가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좁은 건물 2동에 회원, 비회원 포함하여 대략 60여명의 화가들이 상주하니 개인 작업공간이 협소하였다. 삐걱대는 의자에 앉아서 낮고 작은 책상에 캔버스를 올려놓고 허리를 숙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게다가 유성 페인트와 케로신(kerosine)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니 비좁은 공간에 하루 종일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머리가 아프고 눈이 뻘겋게 충혈 돼 간간이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앉은 자리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간식으로 소다까지 마시니 비만, 고혈압, 기관지 질환,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화가들도 많다. 집에 가기 전에 평소처럼 “내일 봐”하고 인사했던 40대 초반 화가가 고혈압으로 그날 저녁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주베리 선생님도 “매일 우유 500ml는 꼭 마셔야 몸 속 석유기름을 빼낼 수 있다”고 나에게 아침인사처럼 이야기했다. 페인트를 다른 물감으로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말하겠지만, 탄자니아에서 그림물감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화가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결국 돈이었다. 매일 8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지만 그들에게는 늘 돈이 없다.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을 살 수도 없다. 그림의 주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인데, 여행지를 기념할만한 물건을 찾는 이들에게 팅가팅가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상품은 고품질에 저가여야 한다. 재능있는 화가들도 가격경쟁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현지 시세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팅가팅가 그림이 예술작품이 아닌 관광 기념품으로 취급되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일부 화가들은 인기 동료화가의 그림을 베껴 판매하기도 한다. 서로 사정이 빤해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졌고 시장에 나온 이러한 그림들은 서로의 가격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윈윈(Win-Win)을 꿈꾸는 푼다밀리아

한국으로 돌아와 푼다밀리아(Punda Milia)로 상표등록을 마치고 2019년 5월에는 팅가팅가 그림과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정식 사업자로 등록했다. 푼다밀리아는 스와힐리어로 얼룩말을 뜻한다. 얼룩말 무늬는 모두 같아 보이나 사람의 지문처럼 무늬가 제각각이라고 한다. 모두 같아 보이나 다르고, 다르나 모두 같아 보이는 우리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사실, 발음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나는 푼다밀리아에 소속된 유일한 팅가팅가 화가 김팅가로 팅가팅가 그림을 그리고 아트상품을 만든다.

푼다밀리아는 팅가팅가 그림이 탄자니아의 인기 관광기념품이 아닌 현대미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현지 화가들이 그들의 재능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은 현지에서 그림을 대량으로 구매하여 자국에서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화가의 명성에 따라 그림 값은 크게 달라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비싸게 팔린 그림이라도 현지 화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없다. 간혹 해외로 초청되는 화가도 있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대량 주문도 감사한 일이나 재능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푼다밀리아는 구매자의 주문을 받은 후 현지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간 수수료를 최소화하여 구매자에게는 보다 저렴하게, 화가에게는 보다 많은 수익이 가도록 가격을 책정하여 화가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또한 사전 협의를 거쳐 화가의 그림으로 아트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수익 일부를 화가에게 금전적 또는 다른 사회적 지원으로 환원한다. 금년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 참가할 당시 TACS 소속 화가 아킬리(Akili)의 그림으로 손거울을 제작하여 판매하였고, 판매 수익금 일부를 현금으로 화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분이 단발적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현지 화가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 중에 있다. 이를테면 건강보험을 들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현지 은행과 협업하여 화가들이 적금을 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또는 의료봉사단과의 협업을 통해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팅가팅가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는 푼다밀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나의 작품과 현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아트상품으로 직접 디자인한 규조토 코스터, 아킬리 손거울, 그리고 키텡게(Kitenge)/캉가(Kanga) 파우치를 제작하여 선보였다. 많은 분들이 부스를 찾았고 그림과 상품에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팅가팅가 미술의 역사와 주제, 현지 화가들의 스토리를 작성하여 블로그에 올리고, 아트상품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팅가팅가 미술 강연도 나간다. 푼다밀리아가 그림 중개나 상품 판매뿐 아니라, 팅가팅가 미술전시 에이전트로서 작품을 전시하고 현지 화가를 국내에 초청하고 라이브 페인팅을 기획하는 사업자로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와 현지화가의 상생이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이 이방인은 팅가팅가 미술에 굴러 온 돌이 아니라 쓸 만한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팅가팅가 미술에 대한 바램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팅가팅가 미술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해외 사이트를 뒤져 수집한 팅가팅가 관련 책자는 대부분 전시 팸플릿이나 그림과 화가 이력이 간단히 소개된 것들이었다. 절판돼 구하기도 힘든 에드워드의 일생과 그림의 태동이 기록된 책 한두 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팅가팅가 미술의 적통이라는 TACS에는 팅가팅가 미술의 과거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혀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에드워드와 초창기를 기억하는 원로 화가 몇 분이 생존하신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쉬운 일은 아니나 팅가팅가 미술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가 다양하게 기록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 자료와 원로 화가들의 기억을 참고하여 TACS를 중심으로 팅가팅가 화가의 계보를 작성하고 세대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팅가팅가 그림의 주제를 분류하고 그림을 해석하는 것은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다. 그림의 큰 특징만으로 자유로움을 어떤 틀 안에 한정시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탄자니아 내에 500명이 넘는 팅가팅가 화가가 존재하고 그들 사이에서 모방이 난무하여 그림의 희소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팅가팅가 미술 그 자체의 가치가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평가절하 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팅가팅가 미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팅가팅가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팅가팅가 그림과의 만남은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은 푼다밀리아의 활동이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에 불과하지만, 팅가팅가 미술이라는 한 꼭지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탄자니아는 물론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데 긍정적인 가교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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