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멕시코만의 큰 바다 낚시··· 플로리다낚시회의 ‘레드 스내퍼 토너먼트’
[참관기] 멕시코만의 큰 바다 낚시··· 플로리다낚시회의 ‘레드 스내퍼 토너먼트’
  • 플로리다 템파= 이종환 기자
  • 승인 2021.06.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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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에 집합해 밤 10시 해산··· 2시간 거리 먼바다에서 ‘노인과 바다’ 체험해

(플로리다 템파=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노인은 여느 때보다 일찍 바다로 나갔다. 그는 ‘오늘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낮이 기울 무렵 큰 것이 물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녹새치였다. 참으로 오랫동안 녹새치와 노인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해가 졌다. 녹새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한 부분이다. 이 소설의 무대인 멕시코만에서 먼바다 낚시를 경험하기란 한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탬파는 멕시코 만류가 큰 구비로 감도는 플로리다반도 중부의 도시다. 플로리다 주도이기도 하다. 탬파 베이로도 불리는 이곳은 낚싯배를 띄우기 좋아 플로리다 지역은 물론 미 동부지역의 조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노인과 바다’ 현장인 멕시코만 먼바다 낚시에 따라나선 것은 6월의 첫 토요일이었다. 플로리다낚시회(회장 오정연)가 매년 6월에 개최하는 ‘2021 레드 스내퍼 토너먼트’ 대회 첫날이었다.

현지 한인 회원들이 150여명에 이르는 이 낚시회는 6월과 7월 두 달 동안 레드 스내퍼를 잡는 경기를 개최한다. 4번 출항하는 가운데 가장 큰 고기를 잡은 사람한테 시상을 하는 낚시대회다. 레드 스내퍼는 붉은 색을 띈 도미 종류다.

대회 참가자들의 집합시간은 새벽 4시반. 집합장소는 항구 인근의 큰 매장 주차장이었다. 첫날 경기 참가자는 모두 13명. 이중 4명은 멀리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참여했다고 했다. 애틀란타에서 탬파까지는 차로 8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참가자들은 22피트짜리와 24피트짜리 낚시요트에 각기 갈라타고 큰 바다로 향했다. 탬파베이를 떠난 것은 5시반쯤이었다. 차 뒤에 매달아 끌고온 낚싯배를 바다에 조심스레 밀어넣고 출항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도크에는 낚시요트들이 줄지어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먼바다로 출항할 때 하늘은 여전히 검었고, 탬파베이에서 나오는 불빛은 별빛을 연상시켰다.

“영 제너레이션은 역시 달라요. 살아있는 미끼를 여기서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미끼를 사서 가버린 모양이네요.” 탬파베이가 멀리 보이는 곳에서 낚시 미끼를 잡으면서 누군가가 말을 흘렸다. 예정대로라면 다른 배도 인근에서 함께 미끼를 잡아야 하는데, 미끼를 사서 빨리 먼바다로 가버린 것을 나무란 것이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아요. 우리는 산 미끼를 충분히 잡아서 갑시다.” 한시간쯤 미끼를 잡은 후, 일행을 태운 낚싯배는 드디어 먼바다로 향했다. 해가 탬파베이의 건물들 위로 막 솟아오를 무렵이었다.

두시간쯤 큰바다로 달렸을까? 그야말로 사방으로 수평선만 보이는 곳에서 배가 앵커를 내렸다. 코발트 색깔의 망망대해. 쪽빛으로 물든 말 그대로의 ‘블루 오션’이었다. 보이는 곳이 모두 바다인데, 드넓은 바다에 우리 말고는 배 한척 보이지 않았다.

낚시를 드리우자 곧 손바닥보다 큰 레드 스내퍼 몇 마리가 연거푸 올라왔다. 하지만 낚시 참가자들의 성에는 차지 않은 듯했다. 배 선장인 오정연 회장이 “낚시를 걷으세요. 앵커를 올립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두 군말없이 주섬주섬 낚시를 감아올렸다. 낚싯줄을 감아올리는 데도 몇분이 걸리는 깊은 바다였다.

플로리다낚시회가 만들어진 것은 2010년 4월이라고 한다. 오 회장의 낚싯배로 출항을 거듭하면서 낚시회가 만들어졌고, 해가  지나면서 회원들도 늘었다. 지금은 낚싯배도 무려 11척이나 된다고 한다. 1992년 미국에 건너와 인조 치아를 만드는 치공업에 27년간 종사해온 오 회장은 낚시회를 만든 주역이자 지금의 규모로 키워낸 공로자였다.

“여기에 앵커를 내립니다.” 이런 말과 함께 낚싯배가 멈추자 각기 낚시를 바닷속으로 던져넣었다. 낚시 두 대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한꺼번에 두 마리가 올라오는 때도 있었고, 힘겹게 끌어올리다 놓쳐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기쁨과 한숨, 기대와 실망, 아쉬움과 환호가 반복되는 시간이었다.

레드 스내퍼를 회로 쳐서, 미리 준비한 오징어덮밥과 함께 점심을 들었다. 망망대해에서의 오찬이었다. 그리고는 모두들 다시 경기에 임했다. 경기는 느슨한 듯하면서도 진지했다. 배가 앵커를 내렸다가 올리기를 거듭하면서, 잡은 고기도 늘어갔다.

“이거 제법 큰 놈인 듯한데···” 누군가 이렇게 말하며 고기와 실랑이를 시작했다.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오랜 실랑이였다. 그리고는 34인치짜리 대물 레드 스내퍼를 끌어올렸다. 이어 오 회장도 약간 못 미치는 큰 고기를 잡아 올렸다.

“오늘은 아쉽게 실력발휘를 못하겠네요. 지금은 물때가 아니어서인지 올라오지를 않네요.” 저녁 6시쯤이 되어가자 다음 출항을 기약하자면서 낚싯대를 모두 거두어들였다. 영 제너레이션이 탄 배를 먼바다 한가운데서 만난 것도 이때였다. 이 배는 낚시 포인트를 따라 독자로 돌다가 마지막에 한 지점에서 합류한 것이었다.

배가 항구로 돌아오는데 다시 두시간이 걸렸다. 배를 차 뒷 트레일러에 다시 올려 실을 때는 이미 주변이 다시 어둠에 묻혔다. 일행은 낚시회 사무실처럼 쓰이는 오 선장의 댁으로 가서 계근을 하면서 고기 길이로 이날의 우승자를 가렸다.

“오늘은 미끼가 모자라서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다음에는 실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영 제너레이션이 탄 배의 한 참여자가 말을 흘렸다. 미끼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아직 세 번의 경기가 더 남아있었다. 다음 출항때는 미끼를 충분히 준비해 큰 고기를 잡게 될까? 참가자들은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는 각기 집으로 향했다. 밤 10시가 가까울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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