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백신 해외접종자 격리면제는 아날로그 행정 천국...처리과정 깜깜이
[수첩] 백신 해외접종자 격리면제는 아날로그 행정 천국...처리과정 깜깜이
  • 워싱턴DC= 이종환 기자
  • 승인 2021.07.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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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이상 서류 갖춰 이메일로 제출해야...신청 앱 왜 못만드나?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코로나 백신 격리면제 신청서류를 왜 영사관에 이메일로 보내 허가를 받도록 했을까? 신청에서부터 처리과정, 처리결과를 알 수 있는 앱(App)은 왜 도입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을 떠올린 것은 워싱턴DC에서 한 지인과 얘기할 때였다.

그는 이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영사관에 갔다가 헛걸음쳤다고 했다. 영사관을 통해 신청하면 시간이 걸리니, 차라리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증명서를 전달 받으라는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애넌데일의 한식당에서 만난 그는 7월 중순에 한국으로 가는 표를 끊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 기간 동안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연로해 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한국으로 가면 2주 격리를 해야 해서 직장인인 그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번에 인도적 목적 방문에 대해 격리면제 조치가 발표되면서 한국행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항공권 티켓도 두배 넘게 올랐더군요. 예전 같으면 워싱턴에서 인천공항 왕복이 1천350불이었는데, 이번에는 2천750불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그는 영사관 방문도 미리 예약했다. 격리면제 신청에 필요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영사관은 예약없이 찾아오는 민원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인도적 방문으로 격리면제 받기 위해서는 6가지 이상의 서류가 필요하다. 정부가 서식을 정한 격리면제 신청서, 동의서, 서약서를 포함해 가족관계증명서, 백신접종 확인서, 여권사본, 항공표다.

이 서류를 한 장의 PDF파일로 만들어서 영사관에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 해외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갖추는데도 시간이 소요되고 힘이 들지만, 이 서류들을 한 장의 PDF파일로 만들어 제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컴퓨터를 여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의 ‘인도적 방문’은 직계존비속 방문에 한해서다. 부모나 자녀가 한국에 살지 않으면 격리면제 대상이 아니다. 형제자매를 방문하려면 여전히 2주 격리를 거쳐야 한다.

거주지역 관할 영사관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내면 격리면제서가 발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서류를 영사관이 제대로 접수받았는지, 그리고 언제 면제서류가 발급될지 깜깜이라는 점이다. 신청자들은 영사관에서 결과를 보내올 때까지 이메일을 자주 열어보는 수밖에 없다. 국민은 여전히 '을'인 것이다.

영사관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워싱턴 지역에서는 하루 신청자가 600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지역의 영사관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때문에 영사관마다 비상이 걸렸다. 각기 조를 짜서 돌아가면서 격리면제서 검토 및 발급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영사관 직원들로서는 일보따리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떨어져 내린 것이다.

신청자가 몰리면 면제서 발급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때문에 일부 영사관에서는 신청자가 많아 서류 처리에 1주일 이상 걸릴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신청하라는 고지를 올려놓기도 했다.

왜 IT강국인 한국에서 이처럼 아날로그로 일을 처리할까? 격리면제 신청용 애플리케이션이라도 만들면 쉽게 ‘전자행정’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택배같은 민간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도 홈페지에서 서류처리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와 재외공관은 이같은 ‘전자 정부’ 솔루션과는 담을 쌓은 듯하다. 서류 신청부터 면제서 발급까지의 처리 과정을 추적하는 서비스는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면제신청서를 수신했다는 이메일 자동회신 시스템조차 활용하지 않고 있다.

눈깜깜이로 기다리다가 면제서가 발급되면, 한국에 갈 때 이 면제서를 4부 복사해 가야 한다. 1부는 한국 공항에 도착해 검역 당국에 제출하고, 또 한부는 출입국 심사때 제출해야 한다. 또 한부는 생활방역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나머지 한부는 한국에 머물 동안 소지해야 한다.

IT강국이고 전자정부라면 이같은 종이서류도 필요없을 듯한데, 모두 옛날 방식이다. 왜 정부는 재외국민들에게 이런 불편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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