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 발의’를 지지하며
[해외기고]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 발의’를 지지하며
  • 오원성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 승인 2021.07.2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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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에 대한 애틋한 정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이다. 부모 형제 등, 혈육 관계를 ‘천륜(天倫)’이라 부른다. 천륜은 하늘의 인연으로 정해졌기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람의 힘으로 끊을 수가 없다. 어릴 때 헤어진 자식을 수십 년 만에 만나면서도 어떻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아마도 천륜이 흐르기 때문이리라.

2014년 초 TV를 시청하면서였다. 9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구급차에 몸을 싣고 이산가족 상봉장에 가신 할아버지는, 환갑을 넘긴 북의 자식들을 금방 알아보시고 눈물겨운 상봉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고 말았다. 피붙이 때 헤어져 수십 년 만에 만나면서도 첫눈에 알아본 모녀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정이 복받친 나머지 혼절하는 장면에, 나 또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으니...

3.8선을 가운데 두고 헤어진 가족들은 6.25 전쟁 이후 70여년이 지나도록 만나지 못하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그리움은 남과 북 어디에 살든 다를 바 없다. 1985년 9월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 이루어지고 나서, 2018년 8월 금강산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에 의한 사망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되어 아직 정례화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산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민족의 비극은 이제 끝내야 한다. 헤어진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것은 인권의 문제요, 인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은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남북이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통일부에 따르면 2021년 2월 기준으로 하여 한국에 생존하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4만 9,154명으로 70대 이상이 86.2%에 달하며, 신청자 중에 2020년에만 3,34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신청했던 분들도 상당수가 세상을 등지면서, 10년 후면 이산가족 1세대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토록 이산가족 대부분이 80을 넘기면서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부여된 만남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중단되어있는 이산가족 상봉을 당장이라도 재개하여 상봉 인원도 최대한 늘리며 인류애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상 상봉과 영상 편지, 서신교환 등이 상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을 되돌아보자. 동‧서독은 통일 전에 서신과 문화교류, 자유 통행으로 수많은 청소년이 왕래했다고 한다. 서독 정부는 먼저 동독과 평화 상태를 유지한 다음 통일을 이룬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대립 관계를 완화하면서, 인도적인 차원의 교류를 최대한 지원했기에 베를린장벽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70년 동안 쌓여 온 이산가족의 한과 고통을 덜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6월 초, 화상으로 만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을 추가로 설치한다며 기존에 있던 서울과 수도권 13곳 외에, 안동, 전주, 강릉 등 7곳의 공사도 다가오는 9월 추석 이전을 목표로 마무리할 계획이란다.

필자는 지난 7월 14일, 북텍사스 이북도민회 월례회에 참석해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당사자들이 점점 고령화되어 가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민족의 과제”임을 강조하고, 정부가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를 왜 하는지, 신청 대상자가 누구인지. 신청 방법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며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한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Divided Families Reunification Act)이 한국계 연방하원 4인(앤디 김, 영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미셸 박 스틸)을 비롯한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의원 총 21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내용도 설명하며,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에 거주하는 이산가족들은 재북가족 상봉이 가능함을 전했다.

북미이산가족에게 상봉의 기회가 올 것이란 소식에 300여명의 북텍사스 이북도민회 회원들은 크게 반가워했다. ‘북미이산가족상봉법안’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되어 하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상원에서 부결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법안이 발의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기에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북에 떨어진 가족을 만나 고향 땅을 밟아 볼 수만 있다면··· 실향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는 그 날이 어서 오길, 양팔을 번쩍 들어 환호성을 쳐본다.

오원성 민주평통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오원성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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