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일(駐日)대사는 총독(總督)이 아니다
[칼럼] 주일(駐日)대사는 총독(總督)이 아니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7.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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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주최 신각수 신임주일대사 환영식 참관 후기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먼저 밝힐 게 있다. 이 글은 누구를 비난하자고 쓰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관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는 걸맞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 아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8일 저녁 동경 제국호텔에서 열린 신각수 신임 주일대사의 환영식에 갔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이 준비한 행사였다. 민단 중앙본부와 중앙부인회는 물론 각지역의 민단 대표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식장에는 정진 단장과 황영만 의장, 김창식 감찰위원장 등 민단중앙3기관장과 신용상고문, 정해룡 고문, 허맹도 부단장, 한재은 오사카 단장 등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재일본한국인연합회도 초청을 받아 박재세회장을 비롯한 회장단과 고문들이 참석했다.

마침 동경 방문중에 열린 행사여서 필자는 운좋게 이 자리에 참석해 취재도 하고, 제국호텔의 부페 음식도 맛볼 기회를 가졌다.

민단은 대사 환영식 같은 주요 행사는 주로 제국호텔에서 치른다고 한다. 제국호텔은 우리 근현대사에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일본의 최고급 호텔이다. ‘제국’이라는 이름답게 일본 황궁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환영식은 성대했다. 각 지역에서 온 민단 단장들과 내빈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신각수 신임대사와 부인이 입장했다. 무대 오른쪽 편으로 대사 부부를 위해 두개의 의자가 마련돼 있었다.

신대사 부처가 좌정하자 사회자가 신대사의 경력을 소개하고, 정진 단장이 환영사를 했다. 이어 신대사가 ‘민단을 중심으로 교민사회가 단결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은 환영사를 했다. 엄숙하고 격식이 있게 진행된 행사였다. 민단은 신임 대사 환영식을 늘 이렇게 품위있게 진행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어딘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옛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과거 제국 시대의 총독 부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대사는 우리 정부의 일을 하기 위해 해외에 파견된 관리다. 교민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민들과 단상 단하로 나뉘어 앉는 ‘총독’ 같은 사람은 아니다.

민단은 환영행사에 앞서 민단 중앙 3기관장이 대사를 예방하는 행사도 가졌다. 이처럼 ‘예의 바르고 존경과 격식을 갖춰서’ 신임대사를 맞는 곳은 일본뿐일 것이다.

제국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300명이 넘게 참석했다. 품격 있는 호텔인 만큼, 경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세계 한인사회에서 민단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환영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도 있다. 지나친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지나친 환영식은 국민을 위해 일을 하러 오는 신임 대사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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