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겨울햇살, 바람 그리고 감사
[해외기고] 겨울햇살, 바람 그리고 감사
  • 황현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23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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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만든 작은 화단에는 삐죽 키만 자란 야자나무가 겨울햇살을 받으며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이 점차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을 보는듯해서 안쓰럽다. 지난 한달 반 정도는 집콕, 방콕이라는 말을 체감하며 지낸 시간들이다. 무릎뼈를 다쳐보니 평소에 잘도 걸어 다녔던 내 다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오른다. 매일 매일하고 싶은 일이나 만남을 자유롭게 누렸던 소소한 일상들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깨우치는 요즘의 나날들이다.

지금의 나는 나를 헹구어 내는 삶의 연습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야말로 풀꽃의 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게 푸르다고 하는데 진정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아직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상의 삶도 가끔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타일러주고 싶다.

하나, 살아가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일이 정말 좋은 일이며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지를 생각해보자.
둘째, 바르게 살아가는 길이 어떠한 길인지를 고민해보고 실천하지 못할 일이라면 입 밖에 내지 말고 차라리 침묵하는 법을 배우자.
셋째, 누군가가 1등이 되기 위해서 너무 힘들게 외쳐대면 2등이면 어때 하는 마음의 여유를 부려보며 작은 여유는 큰일을 위해서 필요한 휴식이라고 생각해 보자.

큰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서 깨어지는 것을 보고 작은 파도가 겁이 덜컥 났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파도에게 뒤에 있는 다른 파도가 알려준다. 우리는 그냥 깨어지는 파도가 아니라 바다의 일부라고, 그래서 우리는 바다가 되는 거라고 말해준다. 1cm 만큼의 여유를 베풀고 한걸음만 뒤로 물러서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을 왜 힘들게 손안에 움켜쥐고 살려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나누는 기쁨에 대해서 조금씩 더 진솔하게 알아가는 중이다.

1855년에 미국대통령이 인디안 추장에게 시애틀의 땅을 백인들에게 팔아 달라고 요청했을 때 시애틀의 추장은 “이것은 우정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백인들은 총으로써 우리들의 땅을 빼앗아 갈 것이며, 당신은 어떻게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 팔 수가 있나요. 이 모든 자연은 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신이 만든 이 자연을 인간들이 마음대로 나누어 가질 수는 없다면서 백인들의 신과 인디언들의 신은 같은 신이라고 응답했다. 진정으로 나눈다는 것, 양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들의 가슴은 진작에 알고 있는 것을.

예전에 꿈 분석 심리학 강의를 들을 때 다양한 콤플렉스의 종류에 대해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영원히 젊은 상태에 머물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청춘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이 콤플렉스가 젊음에 집착하게 만들고 개인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어린 시기에 품었던 꿈을 다 이루지 못한 미련과 회한이 마음에 남아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남겨둔 후유증인 셈이다.

이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은 현재에 붙들려 매이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늘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청춘 콤플렉스는 심리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보이며 과거만을 돌아본다면 현재도 미래도 없다는 멋진 명언까지도 새겨들었다.

도전 없는 삶은 껍질만 보이지 알맹이가 없는 과일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런 청춘 콤플렉스의 일종에 조금은 빠져있었던 것 같다. 유아적인 사고를 지니면서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을 저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유리창을 통해서 비춰드는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한여름의 눈부신 햇살보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겨울햇살이 더 정겹고 따사롭게 느껴져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우리들의 소중한 삶이 고약한 역병으로 인해서 블랙홀로 빠져드는 듯한 시간 속에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는 헤쳐나갈 길이 보일 것이다. 영원한 절망이란 결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TV 프로그램 인사이드 에디션(Inside Edition)의 진행자로 유명한 데보라 노빌은 베스트셀러 저서 ‘감사의 힘’에서 어릴 때부터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알았던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큰 에너지가 바로 ‘감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긍정의 힘은 삶의 가능성을 키운다. 감사하는 태도는 정말로 우리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우리는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우리는 감사하는 태도를 통해 더욱 사려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그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늘을 보며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라는 요술주문을 스스로에게 걸어보면 어떨까. 나에게 무슨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날는지 기대하는 기분도 꽤 괜찮을 것 같다.

황현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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