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태권도품새대회 연승으로 터키 국가유공자 됐어요"
"유럽 태권도품새대회 연승으로 터키 국가유공자 됐어요"
  • 양재곤 기자
  • 승인 2010.07.31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두만 터키 품새 대표팀 감독-태권도엑스포 단장·영천클럽오픈 감독으로 모국 방문

 
싱그러운 녹음방초(綠陰芳草) 속에 파묻혀 조국의 품을 느껴 본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청춘시절의 꿈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모든 것을 이룬 행복한 현재의 삶 속에 추억의 장면들이 겹쳐지며 눈시울이 뜨듯해진다.

25년 만에 처음 맛보는 모국에서의 느긋한 체류다. 터키 품새 국가대표팀 김두만 감독(59). 그는 제4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 터키 선수단장으로, 이어 2010 영천 제1회 국제클럽오픈태권도대회에는 터키 품새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하며 고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985년도에 터키로 건너갔어요. 그 이후 우리나라에 잠깐씩 들어왔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오래 머물게 된 건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대한민국을 일컬어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김 감독은 터키에서는 국가 유공자 예우를 받고 있다. 터키 대표선수로 지난 1995년부터 유럽 품새 대회에서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터키의 국위를 선양한 데 따른 배려다. 김 감독은 “연금도 나오고 있고,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은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프리패스 카드를 보여 주며 선한 미소를 지었다.

“터키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무급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수련을 해 왔지만, 태권도인으로서 명예를 얻은 건 터키에 간 이후부터예요. 제가 할 수 있을 때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10대 시절 상경했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답십리 중앙체육관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며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어줄 정신적 스승들과 인연을 맺었다.

“물론 힘겨울 때도 있었죠. 태권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제 내적 힘의 원천은 김일식, 김정인, 이영근 세 스승들에 대한 존경심이었습니다. 당시 그분들이 관장, 사범으로서 가르침을 주시고 스스로 수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절 무척 귀여워해 주셨어요. 제겐 커다란 어른이셨던 이종우 관장님도 그립습니다.”

그들 밑에서 조교 역할도 겸하면서 자산의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느꼈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흐르는 듯했다. 김 감독은 국내에 있는 동안 겨루기 선수생활도 했고 지도자 경력도 쌓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태권도 지도자 생활을 하며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던 김 감독은 뜻밖에 현재의 터키 대표팀 감독의 길을 열어준 인생의 전환점에 맞닥뜨렸다. 터키인 제자와의 조우다. 그 제자가 정식으로 그를 터키로 초청함으로써 김두만 감독의 터키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터키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3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술, 담배를 끊고 돼지고기도 찾지 않았습니다. 문화적 차이와 함께 심한 텃세를 겪으며 좌절감이 들기도 했지요.”

그는 포기하지 않고 신문을 꾸준히 읽으며 터키어를 익혔고, 긍지를 잃지 않고 태권도 문화를 전파했다. 동시에 여러 군데 도장에서 지도하는 고된 생활을 이어나갔다. 태권도인으로서 터키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이뤄낸 지금 생각하면 고달팠지만 좋은 추억이다.

김 감독은 “사랑하는 터키인 아내와 태권도인으로서 대를 잇고 있는 딸이 있고, 사춘기 시절 존경했던 스승들을 마음에 담은 채 태권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터키로 돌아가서는 오는 10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 대비해 합숙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태권도공원이 2013년 조성된다고 들었습니다. 태권도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 기능도 하게 되겠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평생 익히고 쌓아온 지식과 경험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태권도인으로서 마지막은 조국을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이국에서의 생활에 부족함이 없지만 그는 무주의 푸른 나무와 풀의 향기와 함께 조국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가슴속에 피어오름을 느끼는 듯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