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⑬]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1차 산업혁명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⑬]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1차 산업혁명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9.04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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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즉 코로나19가 지구촌의 4차 산업혁명을 당기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데 ‘4차 혁명’이란 명제 자체만 보면 이미 1차, 2차, 3차 혁명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혁명이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 경제, 정치 변화의 핵심이다. 1844년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사용했고 아놀드 토인비가 보다 구체화시켰다.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노동집약의 농업중심사회에서 기계공업 중심 사회로 바뀌는 혁명을 의미한다. 영국은 이를 통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부상했다. 영국은 이를 통해 당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정치·경제권을 장악했고 이를 무기로 후진국을 정복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것이 근대적 시대변화를 요구하는 촉매가 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가 됐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것은 영국을 벗어나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 확산했고 20세기 후반에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로 확산됐다.

산업혁명이 세계사에서 중요성을 부여받는 것은 세계의 정치 구조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왕족과 귀족 지배 체제가 무너지고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했다. 부르주아는 영국에서 노동자 계급들이 선거권을 요구한 차티스트 운동으로 확산해 결국 지배적인 규제가 폐지되고 점차 자유주의적인 경제 체제로 바뀐다. 공업화는 농촌 인구를 도시로 유인했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촉발했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주들의 노동 강요에 비례해 노동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양면성을 노출해 결국 심각한 고용문제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기 전에 1차, 2차, 3차 산업혁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

1차 산업혁명

영국 산업혁명의 핵심은 강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증기기관을 통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증기기관차를 통한 운송능력의 제고이다. 제1차 산업혁명(第一次 産業革命, First Industrial Revolution) 전까지 에너지 공급원은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체력이 우수한 말, 소 등이다. 사실 몇천 년 동안 인간들의 교통과 이동수단은 마차였다. 그러나 증기기관이 등장하자마자 마부의 일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부의 소멸과 같은 기술혁신 현상은 경제, 정치, 사회, 교통, 교육 분야에 일자리 혁명을 이끌어 영국은 세계 시장을 지배했으며 이 혁명이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을 태동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수공업의 제한된 공간에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 글로벌 시대로 만든 것이다.

유럽의 수많은 나라 중에서 유독 영국으로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상당한 일리가 있다. 영국은 17세기 명예혁명을 통해 봉건제가 해체되면서 농민층이 형성됐다. 면직업은 농촌의 모직물 공업이 발달하면서 근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영국은 풍부한 석탄, 철과 같은 지하자원과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식민지 경영을 통해 많은 자본을 확보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증기기관으로 각 분야 제품 생산에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면직물 산업의 혁명으로 얻은 기술력은 증기기관을 통해 세계로 확산됐다.

증기기관은 열을 가해 발생시킨 증기의 압력으로 실린더 내의 피스톤을 움직여 동력을 얻는 ‘왕복운동 기관’으로 그동안 말이나 소의 힘 즉 에너지를 열을 통한 에너지로 바꾼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은 수공업의 소량체계를 대량체계로 바꾸면서 과거와는 다른 산업경제를 이끌었다. 첫째는 직물 혁명으로 값싼 직물들을 전 세계로 보급시키면서 대자본가들을 등장시켰다. 둘째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광산 채굴에 적용되어 수력발전이 존재하지 않았던 작은 광산의 채굴방식에서 반자동화 공장으로 변화시켰다. 셋째는 제철의 혁명으로 값싼 가격의 기계들을 제작할 수 있었다.

1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은 증기기차, 증기선으로 이어져 사람, 상품, 원료를 장거리로 신속하게 운송시킬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제품의 대량생산으로 공장에서 사람의 노동력이 더욱 필요했기 때문이다.

수공업이 기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당대의 발명제도이다. 당대의 부호란 왕후장상이 아니면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었는데 산업혁명은 땅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즉 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계를 발명하면 곧바로 부자의 반열에 들 수 있었다. 권력자, 지배자의 경영전략이 인간 중심으로 변하게 되는 요인이 됐고 사람들은 땅보다 기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금융이 새로운 시장으로 형성됐고 농경사회에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로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됐다.

기계발달은 농경사회, 수공업사회를 변화시켰다. 소량생산에서 대량생산으로 바뀌면서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초창기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반발했지만, 기계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와 농노의 지배구조가 해체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노동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형태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1760〜1830년대의 산업혁명은 영국이 독점했다. 영국인들은 기계와 숙련노동자, 제조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독점코자 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바람은 곧바로 경쟁자들을 불러왔다. 1807년 벨기에 리에주에서 기계를 갖춘 공장이 등장하면서 벨기에는 유럽 대륙에서 경제성을 갖춘 철·석탄·섬유업을 중심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이 산업혁명의 여파를 맞이했다.

미국에서의 산업혁명은 유럽과는 다른 차원으로 성장한다. 유럽보다 수십 년이 늦었지만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 그리고 기술혁명으로 1840년부터 미국 산업혁명은 급속하게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이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미영전쟁의 종식으로 미국은 국내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둘째는 아이러니한 일로 유럽으로부터 값싼 노동력의 대규모 유입이 있었고 셋째는 거대한 대륙을 관통할 수 있는 철도, 운하 등 운송수단이 발달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술혁명, 서부 개척을 통한 모험과 도전이 겹쳐졌고 더불어 미국은 유럽대륙이 갖지 못한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었다.

1807년 로버트 풀턴이 최초의 증기기관선인 클러먼트 호를 만들어 남부의 농산물과 북부의 공산물을 값싸게 대량으로 수송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허드슨 강과 포토맥 강에 대규모 운하가 건설됐다. 증기선의 발명으로 1825년 이리 운하는 대서양과 5대호를 직접 연결해 5대호에서 뉴욕까지 운송비를 10분의 1로 떨어뜨렸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유럽과 미국의 산업혁명을 모방해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 소련은 영국이 150년 걸려 이룩한 성과를 단 몇십 년만이 이루었고 20세기 중반 중국과 인도 등도 비공업화 지대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1차 산업혁명은 2차 산업혁명과 기계화 대량 생산의 기반을 만들었다. 국가에 따라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을 동시에 도입해 산업혁명을 발달시켰는데 이는 산업의 발달이 국가경쟁력을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파급은 기계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 발달로 생활환경이 급속하게 변모되기 시작하자 일자리 창출을 통한 문화 여건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여가 문화가 다양화되고 서비스 산업이 만들어졌다.

산업혁명의 큰 변화는 새로운 부유층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일부 계층에 국한됐던 부가 일반화됐다. 상품의 대량생산과 저가상품으로 소득층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보편화됐다. 또한 상업발달로 국가 간의 교류를 빈번하게 만들면서 국제거래가 활성화됐다.

1차 산업혁명은 인류역사의 혁명으로 지배층으로 세습됐던 봉건주의에서 상업에 의한 다양한 부유층이 나타났다. 특히 세습적 체계가 기회를 만드는 체계가 성립되면서 왕권통치가 무너지고 상업에 의한 경제 통치가 시작됐다.

산업혁명의 또 다른 중요성은 사회주의 체계의 정치이념을 바꾸는 계기점이 됐다는 점이다. 과거의 봉건체계를 무너뜨리고 대중에 의한 국가로 변화시켜 민주주의, 자본주의에 의한 정치로 누구나 기회가 주어지는 체제가 됐다. 또한 교육기회가 다양화되면서 누구나 교육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는 세계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체계는 유럽에서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을 도출시켜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이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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