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 전 미얀마한인회장의 네 번째 시집 <말을 삼키는 도시>(143쪽, 도서출판 時人)가 최근 출간됐다. 전성호 전 회장은 2001년 미얀마로 가기 전 한국 문단에 시평으로 등단을 하고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2006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2011년),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2015년) 등 3편의 시집을 냈다.
전성호 전 회장은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와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졸업했다. 미얀마에서는 의류무역을 했다. 이와 함께 기독선교사업을 했고 한인사회에서 한인회장, 민주평통 미얀마지회장 등으로 일했다. 이번 시집에는 총 116편의 시가 담겨 있다. 다음은 네 번째 시집에 담긴 시 네삐도(말을 삼키는 도시).
네삐도
- 말을 삼키는 도시
시간은 어떻게 쌓이는가
사랑과 죽음은 사라져
어디에 쌓이는가
갑자기 옮겨 심은 거대한 나무 한 그루
네삐도, 나는 너를 본다
벽돌 위헤 벽돌
깨끗한 거리,
침묵마저 튕겨내는
관공서와 호텔의 유리창,
모든 말들을 삼켜버리는
깨끗한 거리는 깊은 심연,
까닦 없이 무서워져
나는 스스로 말을 삼키고 만다
보석 박물관 앞을 군용 찌프가
먼지 한 톨 없이 미끄러져 간 뒤
헝클어진 내 구두와 구겨진 청바지,
찌그러진 양재기와 라면봉지
아, 사랑과 죽음 곁에 있던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말없이 흘러가는 건물들
흰 구름 밑
대낮, 달리는 자전거 그림마저 외로운 네삐도,
썩을 줄 모르는 반짝임 앞에서 나는
이미 썩어 사라진 이름,
내 몸과 네 몸이 아는 오랜 유행가를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