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달라스의 부시 대통령 기념관, “대통령은 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해야”
[탐방] 달라스의 부시 대통령 기념관, “대통령은 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일해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1.12.1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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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꿈을 펼칠 환경 만드는 게 정부 역할”… “사전에 위협에 맞선다” 부시 독트린도 전시

(달라스=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조지 부시 대통령 기념관에 가볼까요?” 12월2일 박명희 전 달라스한인회장이 포트워스에서 달라스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물었다. 스탁야드에서 긴뿔소들의 시가행진을 보고,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포트워스현대미술관을 거쳐 달라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침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1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어서, 미국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을 한번 찾아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9.11 사태가 일어나고,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대통령이다. 당시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던 시기였다. 알카에다를 상대로 시작한 이 전쟁은 빈 라덴의 은거지였던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져, 20년의 지리한 전쟁으로 미국을 몰아넣었다. 이 전쟁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전면 철수하면서 일단락됐다.

“사진을 찍어줄께요.” 부시기념관 입구로 들어서는데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러닝복 차림의 여성 두 명이 이렇게 말을 걸며, 휴대폰을 건네달라는 몸짓을 했다. 친절한 미국인이었다.

부시기념관 앞에서 박명희 전 달라스한인회장과 함께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는 방식이었으나 현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다. 입장권 창구에는 노인 두 사람이 모니터를 앞에 두고 일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전시관 홀에 들어서자 시니어 도우미 한 분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줬다. 홀 안쪽 정원에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의 실물크기 동상이 서 있고, 두 동상의 허리춤 사이에 누군가가 익살스레 얼굴을 내민 사진이었다.

“클린턴 대통령?” 이렇게 답하자, “맞다”면서 빌 클린턴 전직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이 도우미는 할머니였다. 낯선 관람객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하면서,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도록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

정원을 둘러본 후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부시 대통령 재임시기의 활동들이 전시돼 있었다.

“나는 어느 정당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봉사하라고 선출됐다. 미국 대통령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 개개인의 대통령이다. 나에게 찬성표를 던졌든 아니든 나는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여러분의 존경을 받기 위해 일할 것이다.” 

전시관 초입에는 부시 대통령 부처의 사진과 함께 이 같은 그의 ‘다짐’이 전시돼 있었다.

“정부의 역할은 열심히 일하고 큰 꿈을 꾸는 기업인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글과 함께 당시의 경제활성화 정책이 소개돼 있고, 그 옆으로는 ‘교육개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리는 어느 아이 누구라도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글도 적혀 있었다.

이어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진 ‘9.11’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적과 싸운다. 테러리스트와 이들이 있는 나라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이 완전이 드러나기 전에 위협에 맞선다. 자유를 진전시킨다.”

이 네 문장을 담은 글 위에는 ‘부시 독트린’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이어진 집무실 입구에는 ‘믿음 가족 결단’이라는 부시 정부의 철학도 적혀 있었다.

“집무실에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초상화만 바꿀 수 없어요. 나머지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요.”

집무실을 담당한 듯한 여성 시니어 도우미가 소개를 했다. 부시 대통령 재임시의 집무실에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윈스턴 처칠, 아이젠 하워 전 대통령의 두상도 놓여 있었다.

“대통령 의자에 앉아 보세요.” 시니어 도우미는 이렇게 말하며,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앉아보라고 권하며, 휴대폰을 넘겨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얘기였다.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적은 때여서 부시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사진도 찍어준다고 했다.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빠져나오자 부시 대통령이 재임시 수여한 훈장 수훈자들의 명단과 함께 수여 장면을 담은 사진이 소개돼 있었다. 과학분야 미술분야 인문분야 인권분야의 훈장이었다. 훈장이 결코 가볍게 수여되지 않음을 일깨우는 사진이었다.

“희망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은 법질서가 필수적이다.”  3권분립의 가치를 역설한 이런 글도 있고, “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워싱턴으로 갔지, 그 문제를 다음 대통령에게 넘기기 위해 간 게 아니다”며, 위기 극복과 대응을 강조한 글도 있었다.

“나는 대통령으로 일하는 일생의 특전을 누렸다. 좋을때도 어려울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일 우리 나라의 위대함에 의해 고무됐고, 우리 국민의 선량함에 의해 고양됐다”

이런 글들을 지나치면서 전시관을 빠져 나오자, 반대편에 특별전시관이 있었다. 상설전시가 아니라 때로 전시물들을 바꾸는 전시관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미국 이민자들의 초상화들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50여점이 될까? 대부분이정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어렵게 빠져나온 망명자들이었다. 이중에는 북한에서 망명한 두명의 초상화도 걸려 있었다. 이 초상화들 옆으로는  “미국은 이웃에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믿음위에 선 나라이다”라는 한 이민자의 글도 적혀 있었다.

이민자들의 초상화를 훑어보며 약간 무거운 마음으로 부시 기념관을 빠져나오는데, 박명희 회장이 “도우미들이 모두 시니어들이지요?”라며 말을 꺼냈다. 그의 말처럼 부시 기념관의 전시관에는 경비원을 빼고는 일하는 사람이 모두 노인들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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