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㉚] 한계가 없는 가상현실 세계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㉚] 한계가 없는 가상현실 세계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1.08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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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책을 사고 시장을 보고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본다. 또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온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게임이나 영화를 보며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은 비대면 때문이 아니다.

특히 현실 문제를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온라인 시위나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사이버 세상이 현실과는 다른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같은 세상에 우리 자신이 몸담고 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특징들이 인간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필자가 유학시절을 보낸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인 피레네산맥 속의 까타랑 지역이다. 까타랑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를 걸쳐 있는데 아직도 까타랑어를 사용하며 현재도 독립국가를 외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 뻬르피냥시는 인구 10만에 불과한 작은 도시로 주변에는 케이빙 발상지라고 할 정도로 동굴이 많다. 한 번은 고등학교 동창생과 그의 회사 간부들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알려진 안도라를 가는데 동행했다. 안도라까지의 길목에는 수많은 동굴이 있다면서 그중 이름 있는 동굴을 보자고 하자 모두 쾌히 승낙했다. 현장에 도착하여 표를 산 후 수직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친구 회사의 상사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자기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공포증 때문이었다.

한때 세계 권투황제라고 불리던 무하마드 알리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1960년의 로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 할 뻔했다. 그가 로마행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버텼던 것이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가 올림픽의 중요성과 비행기의 안정성을 설득하여 무하마드 알리는 결국 올림픽에 참가했고 금메달을 따 복싱인생의 앞날이 훤하게 열리게 되었다.

“나비와 같이 날아 벌과 같이 쏜다”는 말을 남기며 사각의 링을 주름잡던 무하마드 알리가 고공 공포증이 있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지만 실은 현대인의 약 10%가 비행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의 회사 간부가 엘리베이터 공포증을 갖고 있다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고공공포증 환자들은 비행기를 타거나 폐쇄공간에 들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턱에 차며 식은땀을 흘린다.

여하튼 그를 제외하고 모두들 동굴에 들어가 지하 동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나왔다. 동굴에 들어가지 않은 회사 간부는 서울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도 걸어서 오르내리니까 건강에도 좋다고 추천하기까지 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그의 안부를 물어보았더니 그가 고공공포증을 말끔히 고쳤다는 대답을 들었다. 공포증 환자들에게 복음과 같은 치료법이 개발되었는데 그것은 가상현실을 통한 컴퓨터게임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비행공포증 환자를 데리고 비행기가 아닌 기계 속으로 들어간다. 환자는 사이버 헬멧을 쓰고 3차원 영상으로 비행기 내부 모습을 보게 된다. 진짜 기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볼 수도 있고 비행하는 동안 창밖을 내다볼 수도 있다. 눈동자나 얼굴의 방향에 따라 화면도 변한다. 공포증환자는 가상 비행기 안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실제 비행기를 탈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와 대면하게 된다. 이륙과 착륙, 천둥벼락 등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폭음과 충격과 흔들림 등 온갖 상황을 경험한다.

가상현실 치료법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절감 외에도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절하게 환경을 바꾸어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륙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이륙을 보다 자주 반복하여 경험하도록 하고, 난기류에 공포를 느끼는 환자에게는 난기류에 빠졌을 때의 상황을 더 반복하여 공포심을 극복케 한다.

공포는 비행공포증뿐만이 아니다. 고소공포증도 비행공포증과 마찬가지로 가상현실 요법을 통하여 치료하고 있다. 머리에 쓴 헬멧을 통하여 가상공간에서 철골 구조물 옆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을 경험한다. 1회에 30분씩 일주일에 3번 정도 가상환경에서 집중적으로 단련을 받은 후 직접 현장을 체험케 하여 공포증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상현실을 이용한 첨단치료 기법은 국내에도 도입되어 여러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재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공포증을 갖고 있던 친구의 상사도 바로 이런 가상현실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같이 이미 많은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접목되고 있는 가상공간은 과거에 가능하지 않았던 속도와 질적 수준으로 학습할 수 있게 만든다. 뜨거운 물 주전자에 데어 본 사람들은 뜨거운 물 주전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뜨겁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 가상현실의 장점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도 불이 타는 것, 열기, 통증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용품을 부주의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낭패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가상 전기소켓을 만지면 충격을 받지만 죽지는 않는다. 가상현실의 경험으로 전기기계의 위험성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실생활에서의 피해는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잘 구성된 가상현실 프로그램과 홀로그래픽 등이 접목된 교실은 현재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임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이해할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곳이 각종 사이버 체험관인데 이는 협소한 장소임에도 큰 지장 없이 VR 기기를 쓰고 마음껏 가상현실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 팔이 로봇팔로 바뀌어 팔로 조종기 버튼을 누르면 가상공간에서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임무는 달 기지의 로봇을 조종해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공 튜브 안에서 시속 1,30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를 가상 체험할 수도 있다. 하이퍼루프를 타고 우주관제센터에 도착하여 홀로렌즈 안경을 착용하고, 달에서 사고를 당한 조난객을 구조하는 장면을 지켜본다. 이어 미래의 응급센터에선 의사가 마네킹 환자 신체를 스캐닝해 골절 부위를 찾아내고 로봇 팔로 인공 뼈를 깎아 골절 부위를 메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해저 도시와 우주 셔틀 등 첨단 기술을 체험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현실 테마파크도 엔터테인먼트의 흥미로운 한 분야이다.

학자들은 산업용 로봇과 가상현실이 결합된 테마파크가 유망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상현실(VR)과 실사와 결합한 각종 컨텐츠물, 360도 VR화면과 결합한 라이브 쇼 등의 방송 콘텐츠도 가상현실과 접목한다.

거대한 로봇 팔(robotic arms)이 사람들을 집어 올리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의 눈은 VR HMD(Head Mounted Display)에 쏠려있지만 롤러코스터 밖은 현실이 아니다. 360도로 회전하는 로봇 팔 위에서 대면하는 가상현실 세계이다. 학자들은 가상·증강 현실(VR·AR) 시장은 차세대 최고 먹거리 사업 분야 중 하나로 평가한다.

거대한 산업용 로봇 팔과 가상현실의 융합은 미국 올랜도 유니버셜 스튜디오 계열의 테마파크에 있는 로보틱스 롤러코스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해리포터와 금지된 여행(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이라고 불리는 이 놀이기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거대한 로봇 팔이 사람들을 태우고 가상의 현실로 모험을 떠나면서 해리포터 속 마법 세계를 현실로 옮겨 놓은 듯 초고해상도의 가상현실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화면 그래픽에서만 존재하던 가상 여자 친구를 실사 인물로 변화시켜 스크린 속 여자 친구를 실사 공간에서 만나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설정도 가능하다. 미소녀(혹은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콘텐츠는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가상세계는 이제 세계인의 현실 공간에 들어왔다 볼 수 있다.

아메리카온라인에서는 매우 놀라운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각 도시에 하나씩 가상공간 스타디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각종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사람은 각자에 할당된 좌석에서 가상현실세계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온라인에서는 한 스타디엄의 정원을 1만명 정도로 계상했다. 1만명이 입장하여 자신이 원하는 가상공간을 마음껏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디엄에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경기자가 되어 마음껏 사이버공간을 뛰놀 수 있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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