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06] 팽나무와 느티나무
[아! 대한민국-206] 팽나무와 느티나무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2.04.09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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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팽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온대의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큰 키 나무로,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가 넘는 나무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성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팽나무가 느티나무와 함께 많이 사랑받고 있다. 환경이 잘 맞으면 수백 년을 한 장소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기슭이나 골짜기 어디서든 팽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팽나무는 특히 바닷바람을 좋아해서 한반도의 남부, 섬 지역이나 제주도에 치우쳐 분포한다.

2021년 1월, 경상남도 고성군에 있는 팽나무 하나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보호수는 거대한 나무 또는 희귀한 나무로 보존이나 증식을 위해 반드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뜻한다. 이번에 지정된 나무는 수령이 550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는 22m, 둘레는 7m, 가지는 옆으로 넓게 뻗어 전체 폭이 30m에 이르는 장대한 나무였다. 이 나무는 수 백 년에 걸쳐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어미나무’로서 숲을 만드는데 그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주민들이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보호해 왔다. 이 같은 나무는 전국 곳곳에 꽤 많이 분포되어 있다.

팽나무의 이름은 열매에서 유래되었는데, 초여름 팽나무에는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의 잎 사이에 드문드문 초록색 열매가 열린다. 옛사람들은 마을의 가장 큰 나무였던 팽나무 그늘 속에 쉬면서 팽나무 열매로 장난감 따위를 만들었다. 대나무로 만든 통에 팽나무 열매를 넣어서 딱총을 쏘면 ‘팽’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기 때문에 팽나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팽나무 열매는 또 가을에는 붉은빛이 도는 황색으로 익어 달콤한 간식거리가 되곤 했는데, 과육이 많지는 않지만, 날것 그대로 먹어도 안전하고 단맛이 강하다. 팽나무의 정식 학명은 셀티스(Celtis)로, 이는 고대 그리스어로 ‘열매가 맛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팽나무 열매는 사람뿐 아니라 주변의 새나 곤충에게도 훌륭한 먹잇감이 되곤 한다.

팽나무 껍질은 보통 회색에 가까운데, 나이가 많이 들수록 이끼가 많이 낀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 바싹 마른 팽나무 고목이 죽고 남은 그루터기에는 이끼가 끼고 그사이 사이에 팽이버섯이 자란다.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 때문에 한국인의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음식 재료이다.

한편, 잘 자란 느티나무 한 그루에는 무려 500만 장의 잎이 달린다. 이 많은 잎은 제 나름대로 기공(氣孔)이라 부르는 숨구멍을 가지고 있다. 기공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매연을 흡착하는 작용을 한다. 잎이 많으면 자연히 기공이 많아지고, 기공이 많으면 당연히 공기정화 효과도 높아진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느티나무라면 199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충북 괴산의 ‘오가리 느티나무’를 꼽는다. 세 그루의 나무가 한 건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언덕의 위쪽에 서 있는 상괴목(上槐木)이 가장 아름답다. 나무의 높이는 무려 30m에 이르고 사람 가슴 높이에서 잰 줄기 둘레도 8m나 된다. 다른 두 그루도 20m, 15m나 되는 큰 나무이지만, 아름다움에 있어 상괴목에 따르지 못한다. 언덕 아래에 있어 하괴목(下槐木)이라 부르는 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다. 세 그루 나무의 꼭짓점에는 삼괴정(三槐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 외국에 나가 사는 동포들에게는 향수의 나무다. 고향마을 입구 또는 길가에 있는 팽나무와 느티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로 그 아래서 쉬고 싶고 안아보고 싶은 아련한 추억의 고향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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