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㊶] 자율주행차의 아킬레스건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㊶] 자율주행차의 아킬레스건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4.23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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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율주행차 운행은 자동차 개발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미래 교통 방법으로 무인차량만 통행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거나 기존의 도로를 무인차량용으로 바꾸어야 비로소 정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발 빠르게 움직인 회사가 볼보다. 볼보는 2014년 100m 길이의 도로를 만들었는데 도로 아래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제작한 자석을 심었다. 자석이 도로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차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험 결과 차량의 차선 이탈 오차가 10cm 미만이었다고 볼보는 발표했다.

이와 같은 기술의 진전은 오하이오주에서 선보인 ‘스마트 로드(Smart Road)’로 이어진다. 소위 영리한 도로인데 도로 전체를 정보화해 비나 눈, 교통체증과 같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정확한 상황 분석을 통해 도로를 안전하게 통제해나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로드’를 통해 무인차의 속력을 높이고, 차량 간의 간격을 최소화하면서 전체적인 차량 운행 대수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시간과 연료를 절약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마트 로드’에 대한 구상은 상당히 오래전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 로드’를 적극 지지하는 것도 무인자동차의 촉진에 청신호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 로드’를 통해 무인차가 전면적으로 운행될 경우 사고율을 94%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무인자동차의 중요성은 무인자동차 시대가 자동차만 변화를 갖고 오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기동성(mobility)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MIT의 카를로 래티 박사는 현재 도시를 운행 중인 차들은 거의 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시간 중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는 5% 정도에 불과하고 주차장 등 다른 공간에 세워놓은 채 시간과 공간을 함께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인차가 보급되면 자동차를 놀리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직장인들을 출·퇴근시킨 무인차들이 주차장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정차 없이 차량 운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인차를 활용한 카 셰어링(car sharing) 모델이 활성화되면 자동차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차량을 불러 몇 분 이내에 원하는 장소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한 자율주행차는 다음 사용자에게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개인차량과 공용차량 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약 20%에 불과한 차량으로 현재 수준의 승객들을 모두 소화시킬 수 있다는 추정이다.

특히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무인자동차의 잠재력으로 세계적으로 263개 기업이 무인자동차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용도로가 건설되면 평균 속도는 오를 것이며 현재 계산으로는 무인자동차 1대가 자동차 30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개인 소유차량의 감소는 심각한 도시 교통난도 해결하는 동시에 교통량이 많이 감소해 지금처럼 넓은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고 그 자리에 공원이나 주택이 들어설 수 있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인 기술로 인해 도로 교차점도 차례로 사라지므로 차량을 세우는 일 없이 계속된 운행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차에 많은 사람이 촉각을 세우는 것은 이들 기능이 개인용 고급차량에만 국한되지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보통 사람들도 자율주행차를 구입할 수 있으므로 보편적 자동차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세계 각국 자동차 회사들이 총력을 기울여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은 자동차의 성능 여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가장 사람들을 짜증 나게 하는 자동시스템 즉 GPS를 연상하면 이해가 된다. 자동차 운전자는 주변을 잠깐 살펴보기만 해도 틀린 길로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잘못된 길을 무작정 따라가기 일쑤다. 한마디로 내비게이션만 의존하다가 절벽으로 가거나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뿐 아니다. 사람 운전자와 달리 자율주행차는 각종 센서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처리하므로 언제나 현재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차가 움직이든 아니든 돌발사고 자체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반대편 차선에서 갑자기 차가 중앙선을 넘어오거나 아이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것 같은 상황이다. 더욱 골머리 아픈 상황은 자율주행차가 달리던 중 사고가 나 탑승자 1명의 목숨이 위험하게 됐는데, 이를 피하려고 핸들을 돌리면 보행자 여럿이 차에 치여 숨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할 때이다. 이런 극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인공지능(AI)이 무작정 ‘주인’인 탑승자 1명을 보호해야 할지 아니면 다수의 행인을 구해야 할지 의문이다.

이런 경우 사람 운전자는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반사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대응을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실행 가능한 차선책을 택하게 된다. 즉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고 직전의 상황이 슬로우모션으로 돌아가 ‘어떻게 사고를 마무리해야 할지’ 판단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물론 인공지능은 각 상황에 대한 프로그램의 ‘행동지침’을 따르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건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골머리 아픈 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1,928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의 행동지침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예를 들어 전방에 사람 열 명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그대로 가면 다 죽는다. 그런데 이들을 피해 핸들을 꺾으면 콘크리트 벽에 부닥쳐 탑승자가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 다수는 공리주의에 따른 결정을 선호했다. 즉 76%가 보행자 열 명 대신 탑승자 한 명을 희생하는 쪽이 더 도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렇게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데 현실적인 문제점이 제기된다. 일단은 많은 생명을 구하려는 ‘공리주의형’ AI가 옳다고 답해도, 자신이 그 자율주행차에 탄다는 가정이 나오면 금세 주인만 살리는 ‘이기적’ AI가 좋다며 답변이 180도로 바뀐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수의 인명을 중시하는 AI를 만들면 손가락질은 피할 수 있지만,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자신을 먼저 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행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월등히 우세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사고 상황이 오면 인간은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최선의 방향을 선택한다. 자기의 어린아이와 함께 탑승할 경우 자신보다는 아이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면서 가장 인간적인 조처를 내리는 것이 기본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희생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난처한 상황을 영화 ‘아이, 로봇(I, Robot)’에서 심층적으로 다뤘다. 형사 델 스프너가 교통사고로 12살의 어린아이 ‘사라’와 함께 물속에 빠진다. 이들이 거의 죽음의 단계에 들어갔는데 로봇이 다가와 창문을 부순다. 델 스프너가 자신보다 어린아이인 사라를 먼저 구출하라고 말했지만, 로봇은 그를 먼저 구출한다. 로봇이 델 스프너를 먼저 구출한 이유는 간단하다.

스프너의 생존율은 45%이지만 사라의 생존율은 1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를 구한 로봇은 생존 가능성이 큰 사람을 먼저 구한다는 로봇의 원칙에 충실했지만 결국 델 스프너의 명령을 어긴 것이 된다. 이런 모순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란 동물은 로봇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즉 상식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데 이와 역의 상황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수많은 자동차 사고의 변수를 프로그래머가 적절하게 입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자동차의 탑승자 서열 및 중요도를 프로그래머가 사전에 일일이 입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무인이든 아니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데 그것은 사전에 입력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거나 능력 밖의 상황에 내몰리면 이러한 상황을 오류로 인식하고 작동을 멈추게 마련이다. 로봇이 비상상황에 인간처럼 순발력 있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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