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성칼럼] 가장 잔인한 달 4월에 깨쳐본다(중)
[정대성칼럼] 가장 잔인한 달 4월에 깨쳐본다(중)
  • 정대성 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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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혁명 62주년 때 4.19민주묘지는 가지 않고 ‘해군의 어머니’ 홍은혜 여사 추모식 참석차 국립묘지로 갔다. 작년에는 홍은혜 여사를 추모하는 시를 스스로 지어 낭송하기도 했으나, 올해는 참석하기만 했다.

현충원의 녹음을 보면서 4월혁명과 세월호 사건이 생각나서 만감이 교차했다. 2.28대구, 3.8대전, 3.15마산, 4.18고대 시위들이 4월혁명의 큰 물결이 되어 이승만 하야를 가져왔다.

3.15마산 시위 때 행방불명이 된 김주열 학생의 시신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혁명의 기세가 높아진 일은 잘 알려져 있다. 문득, 그 마산 앞바다가 홍은혜 여사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바다였고, 일본이 노일전쟁 후 해군기지를 설치하여 유난히 국제적인 모던 도시 용모를 지녔던 것을 떠올렸다.

손원일 제독은 당시, 자비(自費)로 재서독 한국대사관을 개설한 초대 독일대사였다. 그는 미국을 거쳐 귀국, 5.16 후 대선에서 허정을 지지하면서, 박정희 군사정권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정일권 국무총리,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손 제독을 여러 차례 방문해 외교부장관 자리를 권유했으나 거절했다. “군인은 절대로 정치에 관여해서는 아니 된다”는 신조 때문이었다.

장면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카톨릭 대부(god father)라, 김대중 대통령 때 제2공화국 재평가 기운이 일어 운석학회가 만들어지자, 필자는 거기에 참여했었다. 필자는 장면 정권의 대일정책에 관해 분석한 바, 이승만 시대의 반일정책을 청산하고 일본으로 다가가 배상금이나 보상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본심과 그와 반대되는 체면이 엇갈려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군사 쿠데타 발발의 빌미를 준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박정희 정부는 과감하게 그리고 저자세로 일본으로 다가가 한일관계정상화를 타협했다. 또 명암이 얽히고설킨 현실정치를 이끌어 장면 정부의 경제5개년계획의 열매를 박정희 정부가 가져가게 된다. 이것이 ‘반일’을 외친 ‘한국 포퓰리즘’이 자초한 결과다.

군사정권에 극심한 어둠이 따랐지만,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시각에서 본다면, 손 제독이 박정희 정부 외무부장관을 지내면서 청와대에 일침을 가해도 되지 않았을까? 손 제독의 부친이신 손정도 목사는 부농의 아들로, 유교문화 속에서 성장하면서 감리교를 접해 목사가 되신 분이다. 양반의 체통 있는 집안으로서의 체면과 프로테스탄티즘, 퓨리타니즘 윤리에 너무 엄격히 얽매인 것은 아닐까?

이렇게 쓰는 것은 필자도 괜한 고집을 내세워 인생의 여러 대목에서 손해 보는 길만 택했기 때문이다. 프라그마티즘(실용주의), 공리주의의 길을 걷지 못한 자괴심 탓도 있다. 어떤 순간부터 한국에서의 좌파우파라는 언어사용이 철학적으로 틀렸을뿐더러, 갈등만 조장해온 것을 느꼈다. 이 이분법은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공범관계 위에 서있음을 깨쳤기 때문이다.

이른바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일반 역사교과서 수준에서 ‘열강’, ‘외세’ 등의 언사로 학교에서 얇든 깊든 공부했던 내용들이 있다. 현대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활발하게 첩보전, 정보공작 등의 전략전술이 전개되어온 것과 때를 같이 하여,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터넷 일각에 일고 있는 음모론 가운데, “좌도 우도 없고, 민주화운동도 없다”고 하는 극단론은 의아하다. 예컨대, 김주열 학생 시신이 조작된 것이라 하고, ‘열사’는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하고, 그 배후에는 음모만 도사리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은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나머지, 민중의 힘을 너무 무시하는 행위라고 본다.

영국 명예혁명, 프랑스혁명 등의 세계사를 어찌 부정할 것이며, ‘외세’ ’열강’이 우리에게 계몽한 자유평등, 민주주의 이념을 어찌 저버리랴? 우리 동학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 서로 모시고 사랑하자는 소원이 있었다. 예를 들면, 김주열이라는 한 학생의 시신이 전국적 데모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상식이지, 시위대라 한 놈 정도 죽어도 된다는 식은 비상식이다.

그리고 5.16쿠데타가 4월혁명의 열매를 횡령했다 한들, 4월혁명정신이 5.18, 6월항쟁 등으로 이어져, 되레 문재인 정권같이 민주당의 무능, 부정부패까지 드러나게 해, 그것을 반대하여 이번에 윤석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는 데까지 민주화를 전개시킨데 대해 자축해도 되리라. 시대는 우여곡절과 희생과 아픔을 수반하면서 전진하는 법이다.

이렇듯, ‘해군의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하는데,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 날이 다시 왔다. 희생된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차마 영상들을 볼 수 없지만, 이번에 이 글을 쓰기 위해 최대한 두루두루 다 봤다. ‘후진국형 사고’라는 말도 공식적으로 나왔다. 세계랭킹 조선업 1위, 해운력 5위권, 경제, 군사비 규모 세계 10위권에 들어서,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다’라는 환상이 퍼져가는 한편,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후진국형 적폐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과도기적 현상이다. 이는 지혜와 힘을 모아 개혁해야 한다. 세 가지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정경유착. 즉, 선주인 세모그룹, 그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접대와 로비와 뇌물을 받았을 정치인, 관료들. 이에 대해서 기업책임(살인처벌)법 제정이 논의된 바 있는데, 어떻게 됐는지? 둘째, 정경유착의 고리가 된 구원파라는 종교집단. 셋째, 해경, 해군, 미군, 학교 등 모든 조직에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 또는 무사안일주의.

손 제독의 인도주의와 씨맨씹이 살아있는 해군이 인명구조에 나설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정말로 간절히 남는다. 인솔자인 담임선생님들이 좀 더 과감하게 학생들을 구조할 수 없었을까? 교감선생님이 훗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학교 측은 담임교사들에게 어째서 구조,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가? 그전에 담임교사들 스스로가 용기를 내기는 어려웠을까?

게다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기업책임법을 제정하고, 뇌물수수 혐의 정치인, 관료들을 엄벌에 처하고 정경유착방지 및 정교유착 방지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군과 경찰의 재해 시 명령시스템을 재점검해 관련 법규를 정하고, 모든 공교육기관에 일본처럼 풀장을 설치해 수영 교육할 것을 특별권고하는 등의 조치를 신속히 취했다면 어땠을까? 그게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인터넷의 음모론에 의하면, 세월호 사건 역시 박근혜 탄핵을 유도하는 음모라고 한다. 적재 화물이나 사고원인에 핵 관련 유고(有故)가 있었다는 소문은 사고 직후에 시골 농부로부터 들은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안전하게 구출했으면 실패할 것이 뻔할 음모를 과연 꾸몄을까? 담임들까지 꼼짝 못 하게 만든 치밀한 음모였나?

아무튼 남의 생명,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더라도 내 이익은 챙긴다는 정경유착, 정교유착, 그리고 해경의 실수의 근본에 있는 병폐는 전근대의 반상차별, 양반특권의식이 탈바꿈한 ‘한국적 권위주의’라고 진단해본다. 갑오개혁 때 사민평등을 주창했는데, 양반특권의식은 남아, 일제강점기에 이용당했을 정도였다.

세모그룹의 총수, 구원파의 교주는 이윤효율성만 따지고 보험금 걱정만 하는 등 돈만 밝혔다 하고, 그들의 신앙은 자기들만 구원받는다는 차별주의적 선민사상이란다. 그런 집단, 기업의 비상식적 사고방식이 아쉽게도 정치가나 관료들의 그것과 통하는 데가 있다.

그런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 공범관계라고 할 때, 한국문화적 적폐는 일반인에게도 팽배해있음을 본다. 내로남불 욕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내로남불이라고 다짜고짜 틀을 씌우기도 한다.  사실, 세월호 희생자가 독립유공자처럼 ‘영령’이란 칭호를 얻고 유족들이 지나친 보상을 요구한 것도 ‘한국적 포퓰리즘’으로 보인다. 필자가 양반적폐 관습을 없애고, 선비정신만 살리자, 어린이, 여성 존중의 동학을 재고하자고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반론보도] 고 유병언 회장 및 기독교복음침례회 관련

본보는 지난 5월 2일 ‘기획/연재’ 면에서 ‘[정대성칼럼] 가장 잔인한 달 4월에 깨쳐본다(중)’라는 제목으로 “세모그룹의 총수, 구원파의 교주는 이윤효율성만 따지고 보험금 걱정만 하는 등 돈만 밝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병언 전 회장 유가족 측은 “청해진해운의 보험금은 정부가 구상권과 관련하여 보험사를 상대로 공제금 및 보험금 청구 소송을 했으며, 유병언 전 회장은 보험금과 관련하여 언급한 적도 없고 보험금과는 무관하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칼럼에는 또한 “구원파가 정경유착의 고리가 된 종교집단이며, 구원파의 교주가 이윤효율성만 따지고 보험금 걱정만하며 돈을 밝히고, 자기들만 구원받는다는 차별주의적 선민사상을 교리로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구원파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은 “본 교단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메시아로 믿는 기독교 교단으로서 특정 개인을 교주로 추앙하지 않으며, 어느 교파, 어느 교단에 속해 있는 사람일지라도 성경을 진실하게 믿으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어떠한 정치권이나 경제적 단체와 관련하여 유착관계가 없어 정경유착의 고리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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