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칼럼' 오른 다는 것
'시가 있는 칼럼' 오른 다는 것
  • 이용대 시인
  • 승인 2011.08.0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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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깊이파인 옹이에
얼굴을 가까이 대어본다

돌팔매로 생긴 헌데를 수액으로 아물리며
무방비로 찔린 송곳 자리는
새 살 돋우어 매웠다

오는 바람 가는 구름을
웃으며 보내는 가지枝 몰래
몸을 곧게 세우려고 기를 쓰다 남긴 상흔
 
뿌리박은 저 흙만이
자비의 신神 되어 주었기에
바라는 곳 향해 머리를 든
구도자 같은 나무이다.
 
 
오른 다는 것
 
자고나면 또 다른 고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알지도 못했고 생각지도 않은 생소한 고지에 수없이 봉착한다. 그런 고지가 왜 그렇게도 많은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 길을 피하고 싶지는 않다.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많은 고심과 흘린 땀으로 인하여 생긴 검은 옹이가 가슴에 가득 담기지만 한 발짝 한 발짝 고지를 향한다.

힘이 부친나머지 허연 입김을 뿜으면서도 숨결을 고르며 오르고 또 오른다. 단 한걸음에 정상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조건과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억울한 오해로 돌팔매도 날아오고 비겁자들이 자행하는 송곳에도 찔린다. 그러나 오른다. 조금씩 나갈수록 힘은 더 들고 기력은 지처가지만 반대로 고지의 정상은 점점 가까워진다.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꼭대기에 다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그런 의지가 있는 한 속도는 그리 꼭 중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긴다.

언덕이나 고지를 오르기로 마음먹었으면 조금 늦더라도 그리고 상처가 생기더라도 끝까지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에 가까울수록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고 힘이 더 든다. 포기하지 않으면 곧 꼭대기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이를 악다문다.

오르다가 중간에 쓰러진다 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정상에 서서 고지 아래 펼쳐지는 광활한 평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때를 그리면서 오른다. 오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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