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㊹] 스파이더맨에 나온 인공태양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㊹] 스파이더맨에 나온 인공태양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5.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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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발간된 이래 전 세계에 수억 권 이상이 팔려 단숨에 영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여자로 부각된 영국인 J.K. 롤링의 <해리포터>는 마법소년 해리포터의 이야기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했으나 <해리포터>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을 정도로 수많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리포터 소년이 겪는 모험이 꿈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가 그린 환상의 장소에는 태양이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이다. 태양이 많은 곳에 산다면 약간의 단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 어둠으로 인한 많은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화와 영화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 2편에서 옥터퍼스 박사는 더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소형 인공 태양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소형 핵융합로로 무한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발표한다. 옥토퍼스는 4개의 기계팔을 몸에 장착하는데 관절이 무수히 많아서 문어처럼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기계팔은 척추뼈를 따라 박혀있고, 영화로만 보면 자체의 지능(A.I.)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계팔은 옥터퍼스 박사의 목 뒤에 있는 제어칩으로 제어한다. 문제는 지능을 갖는 기계팔이 주인인 옥터퍼스의 명령을 어기면서 역으로 옥토퍼스를 제어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과학적 소양을 기본으로 하므로 핵융합반응 성공, 시스템 불안정, 폭발, 제어장치 상실로 인한 기계의 인간통제 등 첨단과학으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물론 영화의 속성상 옥터퍼스 박사가 주인공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데 결론은 누구나 보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다.

기계가 인간의 의지에 반하여 소위 막나가자 옥터퍼스 박사 스스로, 악의 씨가 될지 모르는 핵융합로를 수장시킨다. 바로 이런 아름다운 장면 때문에 지구에서 안전하게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쉽게도 소형 인공태양 시설이 수장되지만 엄밀하게 말해 옥터퍼스 박사의 발명은 인류가 부단히 목표로 하는 궁극의 에너지의 꽃으로 인식하며 그의 발명품이 등장하는 순간 노벨상 수상은 따논 당상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가장 가공할만한 무기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핵분열을 적절히 이용하여 산업적인 용도인 원자력발전소 등을 가동시키고 있지만, 핵융합에 의한 수소폭탄은 아직 실용화되지 못했다.

수소폭탄은 수소와 같은 질량이 작은 물질을 융합시켜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인데 관건은 수소와 같은 물질을 융합시키려면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수소폭탄은 소형의 원자폭탄 폭발에 의해 순간적으로 생기는 초고온 상태를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더 큰 폭발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이때 생기는 초고온을 제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와 핵분열, 핵융합 연료를 비교해보면, 20톤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5kg의 핵분열 연료로 생성할 수 있는데, 핵융합의 경우는 60g의 연료로 가능하다. 핵융합 반응의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들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의 약 0.015%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수천만 년 동안 바닷물만 가지고도 지구상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이라는 금속원소를 핵융합로 안에서 핵 변환시켜 얻을 수 있는데, 리튬은 지각에 매장되어 있거나 바닷물 속에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 가지고도 고리원자력발전소보다 약 2배 큰 100만kW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다.

이처럼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 반응에 의해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된다는 증거는 바로 태양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 공급원인 태양은 매초 4조 와트의 100조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에 의해 방출하고 있다.

이 에너지양은 현재 지구상에서 생산되고 있는 총 전력량의 1조 배 이상 되는 양이다. 태양에서는 수소의 원자핵 4개가 융합해 1개의 헬륨 핵을 만드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7억 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태양(별) 에너지의 근원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이다. 수소의 원자핵이 어떻게 헬륨의 원자핵으로 융합되는가는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다. 프리츠 후터만스(Fritz Houtermans, 1903~1966)는 애트킨슨(Robert d'Escourt Atkinson)과 함께 두 개의 수소의 원자핵, 즉 양성자가 결합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두 양성자는 접근하면 전기적 반발력으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후터만스는 양성자들이 10-15m(원자핵의 크기)까지 다가가면 강한 핵력이 작용하여 결합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강한 핵력은 전자기력에 비해 약 100배나 강한 힘이다.

그런데 후터만스 등이 연구를 수행할 당시에는 중성자의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더불어 원자핵을 구성하는데 안정된 헬륨의 원자핵은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다. 보다 완전한 수소핵융합과정은 중성자가 발견(1932년)된 후 한스 베테(Hans Bethe, 1906~2005)에 의해서 밝혀졌다.

별 속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는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이다. 이 반응은 중심온도가 1,000~1,500만 K 범위에 있는 태양과 같이 가벼운 별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3가지 과정을 거쳐 헬륨의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첫 번째 과정은 수소 원자핵(1H)인 양성자 두 개가 서로 결합하여 중수소핵(2H)을 만드는 과정이다. 두 양성자가 융합되기 위해서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척력은 서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지만, 압력과 온도가 충분히 높으면 서로 가까이 접근하여 강한 핵력에 의해 융합될 수 있다.

두 양성자 사이에는 높은 에너지장벽(쿨롱장벽)이 있고, 장벽 너머에는 안정된(에너지가 낮은) 에너지 상태가 있다. 이것은 골프공을 쳐서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 있는 홀에 집어넣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골프공은 양성자이고, 언덕은 양성자가 서로 결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에너지장벽이다. 이 언덕은 매우 가파르고 구멍은 아주 작다. 골프공이 언덕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충분히 큰 운동에너지를 가져야 하는데 이 에너지는 별의 중심온도에 의해서 주어진다.

당대의 이론적 계산으로 얻어진 태양의 중심온도는 언덕을 오르는데 필요한 에너지 값에 훨씬 못 미치므로 수소핵융합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공이 언덕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고도 양자터널링 현상을 통해 언덕 중간을 뚫고 구멍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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