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㊼] 인간은 영생할 수 있을까?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㊼] 인간은 영생할 수 있을까?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6.04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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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박사는 앞으로 20년 안에 인간을 영생할 수 있게 할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인터넷의 등장뿐 아니라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길 수 있고 액정디스플레이(LCI)가 CRT 모니터를 대신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언했는데 모두 그의 예상대로 현재 세계를 누빈다. 미래학자 중에서 가장 신뢰성 있는 발표로 성가를 높인 커즈와일 박사가 인간의 영생을 점친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접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예언을 확신하는 가는 평소에 꾸준히 운동하며 매일 250가지의 ‘영양보조제’를 먹고 10잔의 ‘알칼리성 물’과 녹차를 마시는 등 건강을 위해 남다르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커즈와일 박사가 이같이 건강에 힘을 쓰는 것은 20년 즉 그의 나이 80세 안에 인간을 영생할 수 있게 할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으므로 그것을 직접 목격할 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즈와일 박사가 영생의 가능성을 예상하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던 차에 2012년 8월 전 세계의 언론은 그야말로 놀라운 내용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재벌인 드미트리 이츠보프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영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수 계획에 착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의 계획은 단순하다.

로봇에 뇌 이식, 죽지 않는 인간 만든다

죽지 않는 인간이란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뇌와 로봇을 합치면 영원불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로봇과 인간의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한 내용은 엄밀하게 말하여 로봇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더라도 인간의 뇌를 따를 수 없다는 한계론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생물이므로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으므로 로봇을 인간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끌어진다. 그런데 커즈와일 박사와 드미트리 이츠보프는 인간과 로봇이 접목된다면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알려진 영생 즉 불사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이츠보프는 그동안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수많은 노력을 일거에 휘집어 놓았다. 그의 생각은 생명 연장에 한계가 있는 육체를 버리고 로봇에 두뇌를 이식하자는 것이다. 소위 발상의 전환으로 그는 2045년 완성을 목표로 ‘글로벌 퓨처 2045’ 또는 ‘아바타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그가 제안한 ‘불멸의 아바타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① 2015년~2020년: 사람의 뇌파로 로봇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② 2020년~2025년: 사람의 뇌를 이식할 수 있는 아바타 개발
③ 2030년~2035년: 인공두뇌를 가진 아바타를 만들어 인간의 개성과 의식을 이식
④ 2040년~2045년: 홀로그램 아바타, 즉 불멸의 존재를 완성

이츠보프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만약 질병과 심장 등 장기의 퇴행이 없다면 인간의 두뇌는 200~300년 더 살 수 있다”면서 최종목표로 ‘아바타’를 이용해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것이 아닌, 불멸·불사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인간의 영생을 꿈꾸는 실마리는 바로 인간과 로봇의 접목한다는 아이디어에서 태어났다는 데 아이러니가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인간의 두뇌를 복제하는 로봇은 태어날 수 없다는 바로 그 생각이 역으로 불멸의 인간을 만들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뇌파로 움직인다

20세기에 들어와 학자들이 인간의 두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매우 이질적인 분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두뇌에서 발생하는 뇌파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유용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오시이 마모르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기본으로 한다.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사이보그가 보편화된 미래상을 제시하는데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영상처리가 우수하고 난해하지만, 철학적인 주제도 다루어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원래 1995년에 개봉된 ‘공각기동대’는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워낙 이해하기 힘든, 즉 대중성이 모자라 일본에서 흥행에 참패했는데 2002년에 출시된 TV 판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공각기동대 시리즈임에도 공각기동대라는 명칭을 제외한 속편 애니메이션 ‘이노센스’를 출시했는데 불행하게도 이번에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런데도 영화 사상 걸작으로 평가되는 것은 환상적인 영상 장면을 구사할 때 실제 CG는 10% 이내로 사용하면서 나머지는 모두 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여 더 높은 완성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미래의 사이버 시대를 그린 ‘매트릭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고속 광대한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컴퓨터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2029년, 사이보그들이 인간들 속에 함께 공존하며 모든 생활이 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 전뇌 네트워크는 ‘행정서비스의 향상’과 ‘경제 효율화’를 목표로 하는데 전뇌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초인류‘적인 것 즉 육체의 한계점을 벗어날 수 있다. 공각기동대(功殼機動隊)라는 별명이 있는 공안 9과(公安 9課)는 일본 총리 직속의 특수 실행 부대로, 전뇌 네트나 공안 관계의 테러 대책 등의 공적으로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사건의 감사나 해결을 임무로 하는데 구사나기 소령이 근무한다. 그는 두뇌를 제외하고 모두 기계로 된 사이보그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여러 가지 사이보그와 로봇, 광학 미체(투명 광학복) 등 첨단 장치들이 등장하는데 머릿속에는 뇌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보조 전뇌의 안에 고스트(Ghost, 혼: 인간의 개체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지배하는 부분)가 존재하는 사이보그도 있으며 이들 전뇌가 서로 융합할 수도 있다(뇌의 정보가 이전된다는 뜻). 그런데 이들 불특정 다수 인간의 전뇌를 고스트 해크해서 조종하는 회사가 등장하여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이보그인 구사나기 소령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워한다. 영화의 줄거리에 조작된 기억이 주입되는데 그는 자신의 존재 여부를 증명해주고 확인시켜주는 기억까지 조작될 수 있다면 ‘나’라는 자아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즉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단지 눈에 보이는 현상이 환상이거나 꿈일지 모른다면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허상과 실상의 차이가 불분명한 가상현실이 미래의 기본적 요소가 된다면 혼란스러운 미래의 모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여기에서도 인간의 생리학적 두뇌만은 보존되어야 할 개체로 설명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가 오묘하여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도출했다. 즉 인간의 두뇌에서 발생시키는 뇌파를 활용하면 그동안 뇌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활동할 때나 잠자고 있을 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단하게 뇌파를 발생한다. 뇌파는 주파수 0.5~50㎐ 범위의 느리고 연속적인 전자파인데, 눈을 감고 뇌가 쉬고 있을 때는 8~13㎐의 알파파가 나온다.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때는 14~30㎐의 베타파가 나오고, 깊은 수면 상태에서는 0.5~4㎐의 델타파가 나온다.

꾸벅꾸벅 졸거나 얕은 수면 상태에서는 4~8㎐의 세타파가 발생한다. 이때를 지각과 꿈의 경계 상태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학자들은 이들 뇌파 중에서도 특히 알파파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 Computer Interface)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뇌파 증폭기를 사용하면 새로운 적용 분야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과학자들이 이들 연구에 착수할 때만 해도 자신들이 영생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을 다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의 연구 과정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과학자들은 사람의 두뇌, 팔 또는 얼굴 근육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컴퓨터 영상을 만드는 일을 시도했다. 이 시스템은 뇌 조직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패턴으로 옮겨 준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눈을 깜박이거나 볼을 실룩거리는 행동을 손가락을 대신하여 컴퓨터 글자판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장애인들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04년 8월, 네덜란드의 신경학자 레이너 괴벨이 뇌에서 보내는 신호만으로 탁구를 할 수 있는 게임 장치를 개발했다. 특정 대뇌피질의 전기신호를 잡아내 컴퓨터 화면 속의 탁구채를 움직이는 방식인데, 여기에는 환자 진료에 사용하는 기능자기공명영상 장치를 비롯해 두뇌가 보내는 전기신호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동원됐다. 물론 게임 실험에 참여한 사람마다 탁구 라켓을 움직이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이와 비슷한 게임으로 스웨덴에서 마인드볼 장치를 개발했다. 이 역시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감지하는 머리띠 형태의 센서를 착용한 채 탁자 위의 공을 상대편 골문 쪽으로 밀어내는 게임인데 대결 결과, 마음이 안정된 사람이 이긴다는 결론을 얻었다. 위의 설명은 인간이 기계와 직접 연결된다는 뜻이다.

두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로 인간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에 많은 학자가 주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간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분야로 연구가 집중됐다.

예를 들면 현대생활에서 자동차는 필수불가결한 기구이다. 문제는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로 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뇌파 장치를 이용하면 자동차 운전이 획기적으로 안전해질 수 있다. 컴퓨터가 운전자가 운전할 때 즉, 회전, 차선 변경, 정지 등을 하면서 취하는 손과 다리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잘못되면 거의 동시에 경고하거나 주의를 환기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컴퓨터와 기계가 연결되면 인간의 두뇌 회전이 컴퓨터처럼 빨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도가 없을 정도로 무한대의 역량을 가진 두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처럼 고무적인 일은 없다. 학자들이 심지어 미래학자가 예측하는 ‘100년 후 이뤄질 10가지’ 중의 하나로 이들은 2075년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결과가 인간을 불사조로 만들 수 있다는 개념으로까지 전개된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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