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㊾] 브레인게이트 이식 성공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㊾] 브레인게이트 이식 성공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6.18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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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뇌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과정에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선행했음은 물론이다. 뱀장어를 닮은 길이 약 40㎝의 다묵장어는 가장 원시적인 어류 중 하나이다. 2000년 5월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의 산드로 무사 이발디 박사는 먼저 다묵장어의 뇌간과 거기에 연결된 척수 일부를 떼어낸 후 감각 기관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 세포에 전극을 연결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는 신경 세포에 다른 전극을 연결해 뱀장어로봇을 만들었다.

다묵장어는 물속에서 헤엄을 칠 때 감각 세포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파악하는데 실험 조건에서는 감각 세포를 제거하고 광센서로 대체했다. 이 전자 센서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며 몸에서 떼어낸 뇌간으로 보냈더니 뇌간은 움직임을 제어하는 신경 자극을 보냈다. 이것은 로봇에게 돌아가 로봇의 바퀴를 움직이는 모터를 제어하는 지시로 전환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는 학자들을 고무시켰다. 물고기의 신경세포는 기본적으로 고등 동물의 신경 세포와 같다. 따라서 물고기에게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인간에게도 접목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추정이다.

다묵장어의 실험이 성공되자 보다 업그레이드된 동물 실험도 추진됐다. 2003년 10월, 미국 듀크 대학의 니코렐리스 박사팀은 붉은털원숭이의 뇌에 머리카락 한 올보다 가는 전극을 이식한 후 이 전극을 컴퓨터로 연결했다.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이용해 커서를 화면 속의 목표물로 이동시켜 맞추는 게임을 숙지했으므로 컴퓨터에 연결된 로봇 팔도 원숭이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장치한 것이다.

원숭이가 목표물을 맞히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각각 다른 일정한 패턴의 뇌파가 나왔고 원숭이가 모니터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뇌파가 전극을 통해 컴퓨터로 전달돼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실험실에서 약 1000㎞ 떨어진 곳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움직이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실험도 학자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즉 아무리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것을 단 하나의 신경 세포(혹은 뉴런)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팔을 뻗는다든가 하는 특정 행동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뉴런 집단들이 협력하여 작용한다. 이것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전극을 한 가지 특정 뉴런에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확한 위치에 붙일 필요도 없이 그저 뇌의 적절한 부분에 광범위하게 붙이면 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간의 뇌파로 컴퓨터를 움직이려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 두개골 위에 수많은 센서를 붙이거나 뇌 부위에 미세전극을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두뇌에서 발생한 뇌파를 해석하는 것도 뇌와 뇌전도(EEG)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잡음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뇌파의 활성화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수많은 경우에 따른 개인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것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학자들은 우선 뇌와 기계 접촉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는 장치로 ‘정신적인 타자기’(Mental Typewriter)를 개발했다. 독일 베를린의 브라운호퍼연구소 등이 개발한 이 장치는 전극을 인체에 이식하지 않고도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모자를 쓰고 컴퓨터의 커서를 마음으로 조정해 메시지를 컴퓨터 화면에 타이핑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좌우 팔을 움직이는 것을 상상만 해도 커서가 이리저리 움직이므로 전신마비 환자들이 인공관절을 제어하는 데 적격이다. 이것이 발전되면 전신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고 물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활용한 장치는 실제로 인간에게 적용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20대 청년 매튜 네이글은 칼에 찔려 척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전신이 마비됐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는 2004년에 로드아일랜드 병원에서 미국 브라운대학 존 도나휴 박사가 개발한 신경 인터페이스 시스템 ‘브레인게이트’(BrainGate)를 이식받았다.

처음 이식한 기기는 1년 뒤 오작동을 일으켜 제거했지만, 곧바로 시스템을 보완한 브레인게이트를 재이식받아 성공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100개의 미소 전극을 포함한 4mm 정도의 알약 크기 센서로 만들어져 자기 생각대로 운동하는 것을 담당하는 뇌의 운동피질 표면에 이식됐다. 여기에서 전극은 주위의 뉴런으로부터 전기신호를 포착해 환자의 두피에 1인치 정도 돌출한 티타늄 받침대로 전송한다. 전송된 신호는 복잡한 케이블을 타고 컴퓨터에 연결돼 원하는 동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브레인게이트를 이식한 매튜 네이글은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을 상상만 하면 된다.

예컨대 ‘허리를 펴라, 굽혀라’ ‘두 손을 벌려라, 모아라’ ‘팔꿈치를 펴라, 굽혀라’ 등 16가지 동작을 상상만으로 취할 수 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생각만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바꾸기도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매튜 윌슨 박사는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이러한 장치가 의료시스템으로 정착되면 각종 분야에서 취약한 노인들에게 가장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다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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