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⑪] ‘수양산 바라보며’와 ‘갈매기’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⑪] ‘수양산 바라보며’와 ‘갈매기’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7.0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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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 성삼문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을 한(恨)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菜薇)도 하난것가
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따헤 났다니

 
성삼문(成三問, 1418-14560)은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으로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숙제를 원망 하노라. 굶어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어 먹는단 말인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풀이기로서니 그것이 누구의 땅에 났더냐’란 시조로 백이숙제가 주나라 무왕을 그 근본부터 부정하였으나, 결국 그가 무왕의 천하에서 고사리를 캐어먹고 살았다는 오점이 안타깝다는 뜻으로 불의의 왕 세조 치하의 부정하는 성삼문의 의지가 나타난 말이다. 초장의 ‘수양산’은 백이숙제가 은거한 산 이름으로 세조의 대군 때의 이름과 같으므로 중의적 표현이며, 종장의 ‘고사리’와 종장의 푸새는 세조가 내리는 녹을 나타낸 것이다. 곧 굶어 죽어도 세조가 주는 녹은 먹지 않겠다는 뜻이다. 절의가(絶義歌), 충의가(忠義歌)이다.

 * 현대시조

갈매기
- 이태극

햇빛은 다사론데 물결 어이 미쳐 뛰나
뜨락 잠기락하여 바람마저 휘젓다가
푸른 선 아스라 넘어 날라 날라 가고나

이태극(李泰極, 1913-2003)은 강원도 화천 출신의 국문학자이며 시인. 아호는 월하(月河)로 1960년 시조문학을 창간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이 작품은 1952년 5월 영도에서 지었다고 한다. ‘햇빛은 따사롭게 비치는데 물결은 왜 미친 듯 날뛰나 뜨락에 잠길락 말락 바람까지도 휘젓는데 바다의 푸른 수평선 아스라이 넘어서 감매기는 날아날아서 가는 구나’하는 시조로 당시의 교착상태에 빠진 전쟁의 광풍을 슬퍼하며 아스라한 평화를 그리고 있다. 따뜻한 봄날 거친 물결 위로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이 중의적으로 표현되었다. 겉으로 보면 자연현상만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내포적 의미로 민족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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