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
[후기]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1.08.1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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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전쟁, 그리고 한일간의 '상처'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번 8.15  경축행사를 보면서 문득 십자군전쟁을 떠올렸다.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이슬람의 지배로부터 되찾는다는 목표 아래 진행된 2백년간의 전쟁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1차는 독일, 2차는 프랑스, 3차는 영국이 원정군을 이끌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앞세운 십자군은 1차원정에서 예루살렘 탈환에 성공하지만, 결국 다시 빼앗기고 만다.

이를 되찾고자 2차와 3차 원정을 시도했으나 서로 많은 사상자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난다. 예루살렘이 여전히 무슬림의 손에 남게 됐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하다. 이슬람 역시 ‘같은 신(God)’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십자군전쟁이 남긴 것은 뭘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떠올린 것은 ‘상처’라는 단어였다. 십자군 전쟁은 중동지역에 뼈아픈 기억을 남겼다. 당시 중동지역은 통일된 제국이 아니었다. 도시국가라는 편이 나은 듯하다.

어떤 나라는 이슬람교도들이 많았고, 어떤 지역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많았다. 이들은 종교간의 사소한 갈등은 있었겠지만, 한 도시에서 어울려 살았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이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십자군 전사들이 몰려오자 기독교도들이 내통할까 두려워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십자군에 대비해 참호를 판다고 이슬람교도를 첫날 밖으로 내보냈던 한 도시는 둘째날 기독교도들을 내보내고는 성문을 걸어잠그기도 했다. 성안에서 십자군과 내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도시에서 대량살륙이 일어났다. 십자군이 들어가면 이슬람교도들이, 이슬람군이 반격해 들어오면 기독교도들이 살해당했다. 십자군이 들어오면서 중동지역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증오의 땅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십자군전쟁이 없었더라면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 지금과 같은 증오가 있었을까? 역사란 가정이 없지만, 결코 지금과 같지는 않았으리라

‘상처’는 불가역적인 일이다. 상처를 입기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오로지 덧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시간과 더불어 아물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8.15 경축행사를 지켜보면서 이같은 십자군전쟁과 그 ‘상처’를 떠올렸던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나라다. 임진왜란의 상처, 한일합방과 식민지의 상처만 없었다면 서로 좋은 이웃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는 이미 생겼다. 오로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덧나지 않고, 아물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듯하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이어, 이제는 독도문제로 한국의 아픈 기억을 들쑤시고 있다.

이번 경축사에서 이명박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그동안 성숙한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불행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우리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는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대통령은 덧붙였다.

“미래세대에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라”는 것은 짧고도 강한 메시지다. 이 짧은 메시지의 긴 함의를 일본이 제대로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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