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6] 터미네이터의 세계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56] 터미네이터의 세계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2.08.2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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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태어날 수 있는 로봇의 모든 것을 보여준 영화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에 성공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이다. 제1편인 <터미네이터>를 제작할 때 SF물로는 그야말로 푼돈이나 마찬가지인 600만 달러를 투입했는데 영화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어 무려 8,000만 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향을 받은 것은 비교적 충실하게 과학 기술을 접목한 공도 있는데 <터미네이터>의 기본 틀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군수업체로 국방부 군사용컴퓨터를 제공하는 사이버다인시스템스(Cyberdine Systems)사는 미군의 모든 스텔스 폭격기들을 컴퓨터 시스템과 연동시켜 자동화하는데 성공하고, 자동화 전투통제 시스템인 스카이넷(Sky-Net)을 표준 전략방어시스템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스카이넷의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증진되어 자가인식을 하기 시작한다. 컴퓨터의 자가인식에 놀라 인간들이 스카이넷의 전력을 끊으려 하였지만, 스카이넷은 이에 대항하여 인류와의 전쟁을 개시하고 러시아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자 지구는 걷잡을 수 없는 핵전쟁의 혼동 속으로 들어간다.’

이를 영화에서는 심판의 날(Judgement Day)이라 지칭하는데 무려 30억 명이나 되는 인류가 사망했다고 나온다. 이어서 기계 즉 스카이넷 프로그램에 조종되는 로봇과 인간과의 혈투가 시작된다. 한마디로 전 세계를 묶어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오히려 인간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수많은 로봇이 서로 자아(프로그램)을 복제하면서 개성있는 개체가 되는데 이들 간의 소통은 무한히 펼쳐진 네트워크의 바다를 활용하면서 로봇의 지능과 개체를 빛의 속도로 퍼뜨리므로 인간들이 이에 적절하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진행되는 내용을 보자.

‘핵전쟁의 참화로 30억의 인류가 사망하며 남은 인간들은 기계의 지배를 받아 시체를 처리하는 일 등에 동원된다. 이때 비상한 지휘력과 작전으로 인간들을 이끌던 사령관 존 코너는 반 기계 연합을 구성, 기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에 기계는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기 위해, 2029년의 어느 날,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를 태워서 1984년의 LA로 보낸다. 이 터미네이터는 총으로는 끄떡도 않는 신형 모델 101로서 인간과 똑같은 모습의 침투용 사이보그이다. 이 정보를 입수한 존 코너는 역시 카일 리스라는 젊은 용사를 보내 그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식당에서 일하던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쫓기던 사라는 카일에게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미래에 자신이 낳은 아이가 핵전쟁 생존자들을 모아 기계에 반항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터미네이터가 그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카일과 터미네이터의 아슬아슬한 결투로 기계 조직이 노출될 때까지 터미네이터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추적 해온다. 카일과 사라는 함께 도망 다니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카일은 자신을 희생하는 대폭발을 유도하지만 터미네이터의 추적은 계속된다. 위기일발의 사라는 압축기로 터미네이터의 자취를 사라지게 한다. 몇 달 후 사라는 지구의 인간성을 회복해 줄 카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며 결국 미래의 사령관 존 코너는 태어난다.’

<터미네이터>의 후속편인 <터미네이터 2>에서 변형 터미네이터 액체금속인간 모델 T-1000이 등장하여 전 세계의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터미네이터>가 대 성공을 거두자 제작비 1억 달러가 투입한 이 작품은 주인공인 터미네이터로 분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무려 1,5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작비의 15%를 한 명의 배우가 받았다는 뜻인데 이 영화도 흥행에 성공하였으므로 어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존을 처치하려는 1차 작전에 실패한 컴퓨터는 불사조나 다름없는 제2의 터미네이터를 1991년의 LA로 다시 보낸다. 그것은 인조 합금으로 이뤄진 보다 진보된 액체금속인간인 모델 T-1000으로, 이때 존 역시 특사를 보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존이 보낸 특사는 바로 1편의 사이보그 터미네이터 101(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이다.’

액체금속 살인기계인 모델 T-1000은 그야말로 SF영화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T-1000은 총탄을 맞아 몸에 구멍이 뚫리면 금방 액체 금속의 피부가 뚫린 구멍으로 흘러들어 가는가 하면 폭탄을 맞아 조각조각 부서져도 몽땅 녹아버린 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T-1000은 같은 몸체 크기라면 무엇으로든 변형이 가능하므로 존 코너의 양어머니는 물론 경찰로도 분장하는데 누구도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다. 심지어는 그의 손이 날카로운 칼이나 창은 물론 곡괭이 등으로 변하면서 무차별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으므로 누구라도 그의 손아귀에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컴퓨터가 만들어낸 영상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통해 만들어 컴퓨터를 통해 한 프레임 한 프레임씩 맞추어 만들었는데 미국인답게 이 기술을 특허로 등록까지 했다. T-1000처럼 액체와 고체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변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결코 상상의 일이 아니다. 전기유동유체(ER 유체)라는 재료가 바로 <터미네이터 2>의 제작자가 차용한 물질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 때는 물처럼 묽지만 전압을 걸면 꿀처럼 질척거리는가 하면 젤라틴처럼 굳어지기도 하는데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본래의 물과 같은 상태로 돌아온다. 이렇게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데는 불과 1000분의 2&#12316;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SFX 기술의 총체적인 성공’이라고 평가받는 <터미네이터2>는 여타 SF영화와는 달리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1992년 아카데미상에서 6개 부문 노미네이트(촬영, 편집, 특수효과, 음향효과편집, 분장, 음향상)되어 기술 관련 4개 부문(특수효과, 음향효과편집, 분장, 음향상)을 수상했다. 1992년 골든 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했고 1992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 2개 부문(음향, 특수효과)을 수상했으며 1992년 독일 골든 스크린 영화제 ‘골든 스크린 상’, 1992년 휴고 영화제 휴고상, 1992년 M-TV 영화제 6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SF영화로서는 보기 드믄 상복까지 터졌다.

<터미네이터 3>에서는 파괴된 암살기계 T-1000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T-X)가 등장한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최첨단의 여성 로봇이다. T-X의 파괴력은 2편에서 나오는 T-1000보다 위력적인 데다가 모든 기계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가장 상위 개체로서의 기계 능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주변의 모든 기계들을 파괴하거나 본인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있다.

영화의 결말이야 당연히 기계의 반란에 대항하여 인간이 승리하지만 과연 로봇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의 지능을 가진다면 영화처럼 인간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물론 이 우려에 한정한다면 지구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터미네이터>시리즈에 등장하는 액체금속 인간으로의 변형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불가능의 영역 즉 지구상에서 현실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시스템은 로봇이 아니더라도 어느 공간을 자동화할 때 전체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태어난다. 영화에서처럼 로봇 스스로가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면 세계가 혼동에 빠질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트랜스포머>에서도 같은 내용이 나오는데 한마디로 로봇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컴퓨터바이러스를 유포시켰을 때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의 메시지이다.

<터미네이터>에서 인간의 미래가 앞으로도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근거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의 이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일반적인 기계와 다른 점은 기계가 애초에 설계된 한계를 넘으면 작동을 멈추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다발을 보낼 때 가장 빠른 경로가 어디인지를 상황에 따라 제 길을 찾아낸다. 인터넷의 성장이 생물의 진화에 맞추어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결국 인간의 두뇌를 모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학자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인터넷이 스스로를 의식하게 될 수 있는 가이다.

이 의문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터넷망이 인간에게 선용이 될지 악용의 용도가 될지의 척도가 되기 때문인데 <터미네이터>는 바로 이런 우려를 영화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확장된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단어로 바꿀수도 있는데 인터넷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즉 인간의 입맛대로만 진행될 수 있을까? 즉 인간에게 악몽을 줄 문명의 이기가 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터미네이터의 문제는 간단하다. 인간 자체가 수많은 문제점을 일으키며 선악의 구분이 없는 행동을 자행하는데 바로 그 여파로 생긴 인공지능도 인간과 같은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윤리문제가 제기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제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인공지능의 거의 모든 분야가 윤리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윤리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자율주행자동차, 군사무기이다. 이들을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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